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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기둥 1
송대방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천천히 서두르라.’고 말했다고 하더니 작가가 그 말을 충실히 지켜줬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책장을 덮는 순간 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책의 뒷장에 낯간지럽게 쓰인 문구 ‘수많은 마니아들을 헌책방을 순례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소설!’처럼 한때 나도 구해 볼까 생각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워낙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했던 작품이었기에 다른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 <라파엘로의 유혹>이나 <퍼플 라인>, 그리고 <다빈치 코드>를 본 뒤라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작품이 쓰여 질 수 있었다는 점에 감격스럽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작가가 만약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영미권이나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등단했더라면 이런 푸대접을 받았을까를 생각하니 척박한 우리의 현실이 서글퍼진다.
<다빈치 코드>는 읽으면서 이 책은 안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독서 역량이 왜곡되어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이나 <다빈치 코드>나 비슷하다. 단지 <다빈치 코드>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질 뿐이다. 그건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독자라면 이 작품이 마음에 들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에게 바라고 싶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가지치기에 서툴렀다고. 조각을 할 때의 과감함이나 살을 덧붙이고 빼고 하는 것이 모자랐다고. 너무 많은 것을 포함하려 했다. 물론 너무 많은 것은 아니다. 주제는 시종 일관된 것이었고 그 주제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주연과 조연의 불분명함에서 오는 작품의 기우뚱거림과 그 주제를 밀고 나아감에 있어서 너무 방대하고 잡다한 것을 많이 넣어 그 주제가 가려졌음을 지적하고 싶다. 깔끔한 맛이 떨어진다.
작품에는 장, 단점이 모두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모든 면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었다. 에필로그 2만 좀 뺐었어도 나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끝까지 남기지만 말이다. 오히려 절판된 작품을 구해 읽지 않고 지금 읽었다는 게 다행스럽다. 여러 작품, 소위 팩션의 장르에 들어가는 작품들을 읽고 난 뒤라 비교가 가능하고 비교해 본 결과 그런 작품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나이며 동시에 여러 개인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즐거웠다. 헤르메스의 기둥들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재미있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올지는 몰라도 그때는 이 작품보다 더 좋기를 바란다. 절대 이언 피어스처럼 뒷걸음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시한번 강조한다. ‘천천히 서둘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