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과 매혹
레이첼 에드워즈, 키스 리더 지음, 이경현 옮김 / 이제이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도 또 잘못 집었다. 추리 소설인줄 알았는데 날벼락 맞은 기분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탈주범들이 어느 집을 점거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적이 있었다. 그 말이 한동안 회자되었었고 지금도 우리는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작품은 1933년 파팽 자매가 일으키는 살인 사건에 대해 이후 많은 사람들의 해석을 담고 있다.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해서 얘깃거리가 될 것 같지도 않은 사건이었는데 뒷부분에 루스 렌들의 <유니스의 비밀>을 영화로 만든 작품과 <유니스의 비밀> - 이 작품에서는 석상의 심판이라는 제목으로 등장한다. - 이 등장하면서 나는 파팽 자매가 가지는 중요한 요소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파팽 자매가 일으킨 살인 사건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이 왜?라는 의문속에서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재 평가해서 그 후 많은 소설과 희곡, 영화들에 어떻게 텍스트가 되었고 그들은 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했는가를 이야기하는 파팽 사건이 가져온 문화적 코드에 대한 설명서라고 말 할 수 있겠다.

파팽 자매의 사건이 주는 의미는 정신 분석가들이 어떤 해석을 했든, 사르트르나 보브아르, 장  주네가 어떤 글 속에 어떻게 담아냈든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졌든 간에 나는 딱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이 사건에 내재되어 있는 동성애적인 관점에 대한 논란이다. 그들이 실제적인 동성애적 관계였는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들에게 사귀는 남성이 없었고 여성으로서 남성에게 보여주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점과 그들 자매의 비참한 가족사에서 아버지에게서,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았다는 것이 그래서 그들이 살인을 저지른 다음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거나, 언니가 동생의 전생에 남편이었다는 말, 그리고 감방에서 격리되자 동생을 애타게 불렀다는 것이 어떻게 그들이 레즈비언이었다고 단정 지어지는 지가 의아하기만 하다. 그들 사회는 그런 모양이지만 같이 화장실가고 손잡고 거리를 다니는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만으로 동성애로 몰아 반남성적 기치를 올린 듯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억지스럽다. 다만 사르트르의 작품에서 나타난 남성이 거세당한 것 같은 기분은 이해가 된다. 잔인한 살인을 어떻게 여자가...라는 논리에서라면 말이다. 이것도 지극히 남성적이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뿐이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이런 시각을 가진 지식인들이 남성들이고 또한 여성들도 독자적 생각이 결여된 채 남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동성애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다. 같은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도 우리가 이렇게 생각할지가 의문스럽기 때문에 그들 문화가 나타내는 위험한 식자층의 해석이 오히려 우리의 눈을 가리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는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저항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다. 이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지금이나 그때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아니 보이는 장벽을 사이에 두고 있었고 어떤 점에서 그것이 파팽 자매의 살인 충동에 발화점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유니스의 비밀>에서 유니스가 문화적 소외계층으로 등장해서 살인에 이르는 점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것은 계층이나 계급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임을 아는 까닭이다.

그러니 보다는 좀 더 자극적인 동성애, 레즈비언이라는 코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고 어찌 보면 안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더 비겁하게 느껴지는 점이기도 하다. 좀 더 많이 아는 자들은 이렇게 좀 덜 아는 자들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막아 버린다. 그네들 식으로만 보라는 것이고 그네들 식으로만 들으라는 식이다.

지금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소요 사태를 보라. 그것은 1933년 파팽 자매의 살인에서 좀 더 달라지지 않은 계층 간의 간격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에 프랑스 총리가 한 말은 그들의 가진 자들, 배운 자들, 아는 자들의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총리 개인의 말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파팽 자매 사건에 대해 왜 읽고 있는가.

단지 이 책의 뒷부분과 제목에 등장하는 잔혹 살인과 그것에의 매혹에 관한 텍스트이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이 책을 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이 책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관음증에 불과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건과 그 수많은 파생된 책들, 연극과 영화들... 그것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느끼기 위해 눈과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가...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이런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관음증 환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1 2005-11-1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화라는 것인가요? 추리소설인줄 알았는데 날벼락 맞았다...까지 읽고 글을 다 읽었는데 무슨 책인지 파악이 안되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가요?

물만두 2005-11-1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아니고요. 그 실화가 어떻게 문학과 영화, 연극의 소재가 되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그 사건을 재해석하고 평가했는가 하는 책입니다.

비로그인 2005-11-1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븁니다. 추천입니다~

물만두 2005-11-11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에고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의문입니다 ㅠ.ㅠ

산사춘 2005-11-1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잘못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적 시각이 반남성적 기치를 올린다는 건 남성중심주의 비판에 대한 오해인걸요. 흑흑

물만두 2005-11-1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게 아니라 이 책에 쓰여진 뉘앙스가 마치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얘기랍니다. 여성의 부각이 남성에 대한 반대나 남성과의 동질화를 뜻하는 것처럼 쓰고 있거든요. 그런 뜻이었는데 잘못쓴 모양이네요 ㅠ.ㅠ

merryticket 2005-11-1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어렵네요,,,난 안읽을것 같어요^^
요즘 들어서 머리 복잡한 책은 점점 읽기 싫어져요,,

물만두 2005-11-1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언니 사르트르나 장 주네같은 사람이 등장하니 더 어려워요 ㅠ.ㅠ

아영엄마 2005-11-1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니스의 비밀> 읽으면서 충격을 좀 받았더랬죠.

물만두 2005-11-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충격보다 문화적 차이가 사람을 그렇게도 만들겠다 싶었는데요...

산사춘 2005-11-1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제가 이해를 잘못한 탓이어요. 죄송해요. 엉엉~

물만두 2005-11-1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제가 이상하게 쓴거였는데요^^ 지적 감사합니다^^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