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시종 1
페르도 J. 페르난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가끔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선입견이라는 우를 범했다. 그래서 끝까지 혼란스러웠고 마지막에 가서야 내가 잘못 읽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이 다 그렇지. 현자는 잘못을 통해 바른 길로 나아간다지만 나는 현자가 아니니 계속 이렇게 멍청한 짓을 되풀이 할 것이다. 그런 들 어떠랴. 체스 판의 폰이든, 장기판의 졸이든 어떤 때는 왕을 잡기도 하는 것이 인간사인 것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첫 번째 범한 우는 추리 소설이라고 믿고 읽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중세를 배경으로 한 에코식의 추리 소설이 아니다. 추리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작품이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것만이 추리 소설이라는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이 작품에 그 사건은 아주 복잡한 복선이기 때문에 단순한 추리를 빌리려고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그 사건만 가지고 이 작품을 폄하하려한 나의 자세다. 마지막까지 읽지 않으면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없다. 이 작품의 진가는 마지막 체스 판에서 체크메이트를 부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고 알았다손 치더라도 마지막 라울 신부가 보여주는 미소를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는 크다. 나는 언제나 말하듯이 이 작품도 국회 도서관에 비치하던지, 아님 대통령 필독서로 만들었음 하는 생각이다. 13세기 스페인이 무대인 이 작품은 모든 종교는 결국 지향하는 바가 하나이듯 서로 다툴 필요 없이 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종교의 뿌리가 어떻든 어떤 종교를 믿든 그것이 사람을 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많이 가르기는 하지만.

또한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왕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의 사건이라는 것이 바로 왕이 총애하는 집사의 동생의 살인죄에 대한 것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왕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또한 법이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판결을 내리면 그대로 행해야 함을 알려준다. 지구상의 어느 대통령도, 어느 왕도 이리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자이니 봐줘라!’ 한마디면 끝날 일이니까.

알폰소 10세를 보면서 세종대왕의 모습을 본다. 스페인어를 살리기 위해 한 일이라던가. 아랍의 좋은 것, 유대인의 좋은 것을 받아들인 모습과 모든 종교와 인종을 아우르는 모습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편찬하시고 독자적 과학을 발전시키시고 장영실 같은 인재를 등용시킨 모습과 흡사하다.

단순한 추리소설을 읽으려던 나를 반성한다. 그리고 이 작가의 전작인 <벨라스케스의 거울>만 가지고 이 작가를 판단하지 않고 이 작품을 읽기로 한 나 자신을 또한 대견히 여긴다. 어쩜 나는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많은 행간의 이야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은 이 점을 유념해서 제대로 잘 읽기를 바란다. 이 작품은 좋다, 나쁘다 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작품임을 밝힌다. 그러기에 내가 너무 모자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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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1-08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이니 좋은 책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

물만두 2005-11-08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좋은 책을 잘 못 읽었답니다 ㅠ.ㅠ;;

panda78 2005-11-0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입견 없이 읽어보겠습니다, ^^
항상 만두 언니 덕분에 놓치고 있던 좋은 작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물만두 2005-11-0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 말이 무지 많았는데 정리가 안되었네. 인생이 원래 미스터리지^^;;;

숨은아이 2005-11-0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호기심 생겨버리잖아요.

물만두 2005-11-08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싸~ 호객은 한 셈이로다~^^

페일레스 2005-11-0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읽는 책을 선입견을 갖고 읽고 있는 것 같은데... 어쨌거나 제가 쓴 도덕의 거울이 나온다니 읽어봐야죠. (퍽)

물만두 2005-11-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쬐끔밖에 안나오는데요~

하루(春) 2005-11-1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통해 추리소설이 얼마나 많은지, 또 좋은 추리소설은 얼마나 많은지 깨닫곤 해요. 저도 언젠가는 좋아하는 추리작가가 생기겠지요?

물만두 2005-11-1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그럼요^^ 꼭 생기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