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한다 1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 <나는 살인한다>는 문법적으로 아무런 하자도 없는 말이다. 그렇지만 어떤 강렬한 스릴러적인 표현으로 이목을 끌어보려는 시도는 자칫 역효과를 줄 수도 있다. 너무 강렬한 것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보다 거부감을 더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이 문장이 이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메시지라 할지라도 제목은 좀 더 다른 것으로 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작품을 처음 읽는다고 했을때 사람들이 제목의 섬뜩함에 놀라던 것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이 문법적으로 안맞는 줄 알고 썼었는데 맞는다고 해서 다시 고친다. 이 점은 모른고 쓴 잘못이 크므로 출판사와 역자분께 사과드린다.)

몬테카를로... 환락과 카지노의 도시... 세금도 없는 나라... 부자가 되려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 그곳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엽기적이고 끔찍한... 아내가 자신의 공무 중 사고로 인해 노심초사하다가 휴양지에서 자살한 충격으로 요양을 온 휴가 중인 FBI가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되고 또 딸이 희생된 미 장성도 개인적으로 원한을 갚겠다고 찾아온다.

사실 이 작품은 정통 유로피안 스릴러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 FBI가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데 무슨... 그냥 재미있고 괜찮은 스릴러 작품이다. 인지도 면에서 명성이 없어 보지 않는 사람은 <양들의 침묵>같은 작품을 놓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재미나 구성면에서도 양들의 침묵에 못지않은 작품이다.

미국의 입김이 어느 곳에서나 작용한다는 씁쓸함이 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오랜만에 제대로 만나는 스릴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색깔은 완전 미국식이다. 그냥 스릴러로 생각하고 보면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고통의 치유는 같은 고통을 가진 자와 고통을 공유하고 끌어안는다는 점이다. “나는 살인한다.” 살인자의 그 메시지는 마치 <몬스터>에서의 메시지처럼 ‘내 광기를, 내 살인을 멈추게 누가 나를 잡아줘‘ 라는 외침과 같다. 광기는 누구 안에나 있다. 그 광기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개인이 다스릴 문제를 넘어섰다. 이제 국가와 정부, 사회가 나서서 인간의 그런 광기에 대처해야 할 때다. 무작위적 연쇄 살인... 이건 누가가 아니라, 누구나, 어쩌면 내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이 무척 두껍다. 두 권, 꽉 차는 분량이다. 무겁다. 하지만 재미있어서 아마 그 두께를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재미있는 작품을 사장시킨 다음 찾지 마시고 꼭 보시길 바란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라면 책에 등장하는 노래를 들으며 보는 것을 들 수 있다. 한번 집에 있다면 시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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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9-2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이상타 했어요... 올바른 우리말 쓰기 해야 하는데.

물만두 2005-09-2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께서 말씀하셨더랬죠. 저는 몰랐어요. 하지만 제목이 살인자의 메시지니 아마도 강렬한 뭔가를 추구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물만두 2005-09-2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이좋아님 읽어보세요^^;;;

mong 2005-09-2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맘에 안들더라니...
그래두 만두님이 추천하시면 읽어봐야죠~ ^^

물만두 2005-09-2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물만두 2005-09-24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끌리라고 양들의 침묵을 넣은 겁니다. 제가 그 작품 안좋아한다는거 아시죠. 그 작품보다 낫다고 하면 나중에 보신 분들 돌 던지실라나요???

물만두 2005-09-24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끌렸으니 별 언니 얼마나 좋겠어요^^ㅋㅋㅋ

진주 2005-09-2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살인한다>라는 문장은 문법적으로 아무 탈없는 문장입니다.
살인-이라는 명사에, 하다-동사를 붙여 만든 [하다형 자동사]입니다.
수유하다, 허겁지겁하다,간음하다 등과 같이 목적어가 필요없는 하다형 자동사이지요(목적어가 필요할 경우엔 하다형 타동사구요).
그런데 문법적으로 별탈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번역기가 번역한 것 처럼 어색한 외국어투의 번역이 종종 있는데 이 문장에서 우리가 약간 어색하게 느끼는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이 아닐까요. 몇몇 사람은 '난 안 이상한데 왜 그래?'한다면 할말 없지만, 언어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정리하고 체계화한 문법이 다 해결할 수 없는 입말의 오묘한 뉘앙스가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색하게 생각한다면 그런 말은 점점 사용빈도가 줄어들 것이고 나중엔 아예 사라지는 경우도 있겠지요. 언어는 살아있어서 끊임없이 변화하거든요. 번역가들은 외국어도 능통해야겠지만 오묘한 우리말의 어감을 해치지 않을 만큼 가장 정확한 번역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요!
역자는 이 책 제목을 정할 때, 책의 내용을 강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제목을 아주 잘 지은 것 같군요. 문장 자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어색함까지 포함해서 <섬뜩한>느낌까지 십분 발휘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스릴러물을 안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별로 맘에 안 들지만서도요..)

-쥐뿔도 모르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역자님이 혹시 본다면 "죄송합니대이~~"ㅡ.ㅡ-

물만두 2005-09-2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 언니 ㅠ.ㅠ 난 언니 말만 믿었는데 ㅠ.ㅠ

2005-10-30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1-0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면도 없지 않겠네요. 흠... 하지만 책은 그냥 책으로만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전 책 볼때 그냥 동화되는 면이 많아서 그런 점은 독자의 몫이라 생각됩니다. 댓글 늦게 봐서 죄송해요 ㅠ.ㅠ

리블렛 2006-04-1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제인 Io uccido는
이탈리아어 Uccidere(살인하다,암살하다,죽이다)의 동사
1인칭 현재형의 변화형으로
직역하면 말 그대로 '나는 살인한다' 맞습니다.

나는 듣는다, 나는 먹는다, 나는 본다 등의 말은 그나마 괜찮지만
살인한다라는 말은 생소하기 ‹š문에
어색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살인을 한다'라고 하면 좀 덜 어색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었겠지만
살인을 하다, 라고 하면 uccidere 동사를 쓰지 않고 다른 말을 썼겠죠.
(뜻은 비슷하지만 말은 엄연히 달라지니까요.)

제 생각이지만,
범인의 그로테스크한 광기를 그대로 표출하기 위해 노린 표현이지 않을까요?

물만두 2006-04-1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수정했군요^^ 가끔 이런 것도 까먹어요 ㅠ.ㅠ
네 맞습니다. 그런데 너무 강렬해서 다른 분들이, 추리소설 잘 안 읽으시는 분들은 제목에서부터 반감을 가지시더라구요. 제는 그런 뜻으로 좀 완화된 표현이나 우리나라 정서를 고려해서 제목을 정했다면 차라리 이 좋은 작품이 더 많이 읽혔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나타낸 겁니다. 제게 제목이 거슬린다시는 분이 계셨거든요. 한명의 독자라도 더 확보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원제에 충실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제목을 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아님 원어 그래도 써서 호기심을 유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물론 제목에 어떤 반감도 없습니다. 워낙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좋아하는 마니아보다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제목 하나 잘 만들어서 눈길을 끌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마케팅이 아닐까 하는 짧은 소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