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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형벌 - 사형의 비인간성에 대한 인간적 성찰
스콧 터로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사형 제도는 필요한 제도인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는 문제다. 이 문제를 나는 두 가지 종류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나는 무고한 사람이 잘못된 판단에 의해 사형에 처해질 경우 사형폐지론자가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극악무도한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거나 그들이 죄 값을 치르고 사회에 나와 다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사형지지론자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게 명확한 해결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내가 사형을 지지할 때 항상 주장하던 것은 사형하지 않고 사형수들을 무기징역에 처해 평생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것은 죄를 짓지 않고 살면서도 극빈자로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과의 형평성에 비추어 볼 때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물론 이것은 미국의 얘기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사형을 구형할 때 더 많은 경제적 낭비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소송비용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한 사람에 들어가는 돈이 5만 달러라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또한 피해자는 죽어 더 이상 어떤 미래도 희망도 정지되었는데 그 가해자는 그래도 희망과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현실적 분노에 어느 정도 기인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사형에 처해지지 않고 벌을 받고 다시 사회에 나와 똑같은 살인을 되풀이한다면 인간에게 있어 과연 정의와 도덕에 대한 가르침은 한낱 헛된 공염불이 아니었나 하는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론자가 될 때는 사형에 처해 마땅한 소수의 극악한 자들을 위해 사형 제도가 유지된다면 그 제도로 인해 무고한, 아니 적어도 사형까지 가지 않아도 될 많은 범죄자들이 사형에 처해질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많은 나라들이 사형을 폐지하는 중이고 보수적이며 지극히 정치적 논리가 좌우되는 미국에서도 저자는 사형 제도가 폐지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 나라야말로 사형 제도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유영철 같은 살인마가 나타나면 생각은 달라지지만 근본적으로 그런 인간 이하의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또는 마녀 사냥 식의 독재 정권 하의 정치 수단으로 쓰여진 적이 있었던 사형 제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의 고문에 의한 자백에 근거한 저급한 수사 방식에서는 더더군다나 오판의 여지가 많고 무고한 사람을 사형할 수 있는 점이 너무 많이 눈에 뜨이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에서 인권 때문에, 반인륜적이라는 이유로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라면 우리 나라에서는 정치적 악용의 우려가 많고 기초적 초동 수사에서의 고문과 조작, 미숙한 점이 많기 때문에 사형 제도는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제도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
유영철과 같은 살인마 하나를 죽이기 위해 무고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것은 우리가 유영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영철을 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에게 인권 운운하고 싶지도 않다. 당장 사형이 폐지될 수 없다고 하면 진지한 논의에 의해 이 책에서처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기준을 마련하는 것, 그런 시도를 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생각해 보라.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사형 제도로 인해 무고한 우리 이웃이 우리가 낸 세금에 의해, 우리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것....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일인가... 내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 살인자라 말하지 않을 수 있을지...
이 책은 체계적으로 사형 제도에 대해 찬반의 주관에 상관없이 객관적 자료로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 피해자를 대변하는 유족의 목소리도 듣게 하고 무고하게 잡혔다가 풀려난 사람들의 얘기도 들려준다. 또한 극악무도한 범죄자도 보여주고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이 자신의 신념에 어떤 역할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형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