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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죽음 1 - 법의관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스터리 작품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고전 추리 소설이라 불리는 소위 누가 죽였는가, 범인을 잡아라 식의 작품들이 있다. 여기에는 아가사 크리스티에서 로스 맥도널드까지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된다. 또 하나는 범죄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누가 죽였는가 보다는 왜 죽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바로 패트리샤 콘웰을 비롯한 현대 작가들이 쓰는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패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는 모두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범인은 주변 인물일 수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타인일 수도 있다. 법의학자인 스카페타는 의사인 동시에 법과 함께 하는 인물이다. 그는 말하지 못하는 시체를 통해 범인을 밝히는데 앞장선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스카페타는 수퍼맨적인 탐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법의학이라는 분야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취하는 과학적 수사 방식이 우리에게 많은 배울 점을 주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링 기법이라든가, 범죄 현장의 먼지 하나에서도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열정이 부럽다. 그것은 그들에게 일어나는 사건 유형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 작품의 특징은 대부분의 작품은 경찰과 FBI를 적대적 관계로 그리는데 반해 여기에서는 스카페타를 중심으로 마리노 경위와 FBI의 프로파일러 벤튼이 공조 수사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한번 본 작품을 또 본다는 건 사실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특히 추리 소설은. 왜냐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전개 과정이 어떻게 되는 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다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스카페타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녀가 마리노 경위를 자신의 수호 천사라고 생각하게 되는 심정적 변화도 알아낼 수 있었다.
패트리샤 콘웰의 작품의 매력을 하나만 꼽으라면 끝까지 절대로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말도... 한번 손에 잡으면 결코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시리즈이기 때문에 중독성이 강하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 마리노 경위와 스카페타 법의관 중 누가 지위가 높은가다. 대부분의 번역서들은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면 무조건 남자는 낮춤말을 쓰고, 여자는 존댓말을 쓰는 식으로 번역을 한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좀 어색하기는 하겠지만 모두 존댓말을 쓰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마리노라는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말은 낮춤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지만 말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식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긴 따지고 보면 벤튼은 스카페타에게 높임말을 쓰니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럼, 이것으로도 마리노와 벤튼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말보다 효과는 좋은 것 같다.
이제 두 번째 작품이 나왔다. 이 작품, 아니 책에 대한 불만 한가지만 말하고 싶다. 제본이 좀 거슬린다. 책 끝이 매끄럽지 않게 절단되어 자세히 보면 흉하다. 물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이런 작은 것에도 정성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질 테니까. 다음 달에 세 번째 작품이 나오고... 약속이 지켜지면 여덟 번째 작품은 7월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약속이 지켜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