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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티에 라탱
사토 겐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이 작품의 정체가 참 오묘하다. 드니 쿠르팡이라는 남자의 회고록이라는인물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작품이라는데 뭘 말하려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야경대장이라 살인 사건이나 추리가 필요한(?) 사건들도 양념처럼 등장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은 신학에 대한 이야기다. 16세기 파리의 학문의 요람인 카르티에 라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종파간의 싸움, 내지는 새로 싹트는 새로운 종파에 대한 이야기다. 나로선 찬 난감할 뿐이다. 그래서 신학에 대한 것, 신에 대한 존재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예수회의 창시자도 나오고 칼뱅도 등장한다. 미셸은 허구의 인물이라는 할 말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책이 아닌게벼...' 뿐이다. 재미는 있었다. 울보 드니가 남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것도 재미있었고, 16세기 파리의 지성들이 모인다는 대학의 전경의 묘사도 좋았다. 사토 겐이치는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로군 하고 느꼈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서문의 드니 쿠르팡의 후손이 남긴 말에 대한 것이다. 예전에 작가 김성종이 <지푸라기 여자>의 작가 카트린느 아를레를 인터뷰했을 때 그 여자가 한 말이 한국에서도 내 소설이 번역되었다니 놀랍다는 말이었다. 그 생각이 들면서 과연 드니 쿠르팡의 후손에게 한국 작가가 자신들의 존경하는 조상에 대한 글을 쓰게 해 달라고 했다는 그는 허락했을까? 이건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 문학은 지금 어떤 수준인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다른 나라에서 출판되는 예는 극히 드믈다. 출판되어도 팔리지 않는다. 난 2004년 에드거상 후보에 기리노 나츠오의 <아웃> 노미네이트되었을 때 배가 아팠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생각을 했다.
재미있는 작품을 이런 생각을 하며 읽으니 뒷맛만 쓰다. 솔직히 난 일본의 이런 점이 부럽다. 남의 나라 역사도 자신들 손으로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지 않는가... 우린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는 것일까. 우린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비교의 대상도 안 되는 오르지 못할 나무와 비교를 하며 속을 끓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