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건 살인사건 - 파일로 반스 미스터리 3
S.S. 반 다인 지음, 이정임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은 반 다인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케닐 살인 사건> 다음의 작품이다. 예전에 케닐 살인 사건 또는 흔적 없는 살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적이 있었다.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기는 하지만. 그래서 기왕 출판을 할거라면 케닐 살인 사건부터 출판되기를 바랐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작품부터 출판되었다.

책의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왜 이 반 다인의 파일로 반스 시리즈를 양장본으로 했는지 출판사에 묻고 싶다. 차라리 문고판으로 출판을 하면서 12권을 세트로 출판하는 것이 나았을 텐데... 아니면 <벤슨 살인 사건>이 출판된 적이 있으니 그 시리즈에 묻어서 출판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독자가 원하는 것은 어떤 작품은 양장본으로 소장하고 싶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은 출판이라도 해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문고판이라도 상관없는 경우가 있다. 출판사에 마케팅 부서가 있는 지, 마케팅이나 시장 조사를 어떻게 하는 지는 몰라도 요즘 같은 불황에 왜 자꾸 이런 좌충수를 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추리 소설은 문고판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또 하나 지적하자면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면 적어도 등장 인물의 이름만은 좀 통일을 해서 번역하는 성의를 보여줬으면 한다. <벤슨 살인 사건>에서 매컴 검사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마크햄으로 쓰여졌다. 어떤 게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아무 상관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는 하나로 통일해서 쓰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아무리 번역자가 다르다 할 지라도. 아니면 그때는 그랬는데 발음은 이게 더 정확해서 이리 쓴다는 말이라도 좀 하던지...

이제 내용으로 들어간다. 내가 반 다인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꾸준히 읽는 것은 12권밖에 출판하지 않은 작가이기도 하고 파일로 반스라는 탐정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9권을 모았으니 악착같이 12권을 다 모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미국의 1920년대의 부자들은,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만으로 강을 막아 자신들만의 수영장으로 쓸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자본주의가 싫어진다. 이름이 드래곤 풀인 수영장을 가지고 있는 부잣집에서 한 남자가 다이빙을 한 후 실종된다. 그리고 남자는 사라진다. 익사를 의심하지만 물 속에 남자는 없고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 반스가 나서지만 그 집사람들은 드래곤의 전설을 말하며 이상한 광기를 보여 마크햄 검사를 짜증나게 한다. 그러나 시체가 진짜 드래곤에 의한 살인처럼 발견되자 사건은 이상한 쪽으로 흐른다.  

역시 이 작품에서도 해박한 파일로 반스의 지식은 빛난다. 어쩌면 작가는 그 파일로 반스의 잡다한 지식을 트릭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장황하게 이야기하게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범인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독자를 싫증나게 한다. 좀 정도 것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거기에 역사의 왜곡까지. 며칠 사이 사건에서 해결까지 완결되려면 작가는 바쁘겠지만 독자의 독서가 그것 때문에 바빠야 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뭐, 죽은 이에게 하소연해야 소용도 없는 일이지만.

드래곤에 대한 파일로 반스의 주절거림이라니. 이 탐정은 말이 너무 많아 독자를 싫증나게 만드는 탐정이다. 드래곤에 대한 장황한 설명, 말도 안 되는 끌어들임, 역사의, 또는 신화의 왜곡만 없더라도 어떻게 봐주겠는데 여기서 나는 완전히 질리고 말았다. <딱정벌레 살인 사건>에서 좀 쌈박해졌나 했더니만 도로아미타불이다. 이런. 거기에 아무리 필요에 의한 거라지만 장장 12쪽에 달하는 물고기에 대한 설명이라니. 이 작품에는 드래곤에 관한 신화와 열대어에 대한 이야기를 빼면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마지막으로 230쪽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 인도차이나의 모든 나라에서는 드래건의 토대를 물고기가 아니라 뱀으로 파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네. 이러한 착상은 아마도 옛날에 물뱀을 신으로 숭배했던 중국과 일본에서 전해졌을 거네....” 이 글을 보고 역사가 어떻게 왜곡되는 지를 알았다. 이 시대 1930년대에 미국에 알려진 동양은 중국과 일본이다. 인도차이나의 나라들이 왜 일본의 영향을 고대에 받았겠는가. 옆에 문명의 4대 발상지 중 세 나라인 아랍과 인도와 중국이 있는데. 이것은 당시 힘있고 잘 알려진 나라에 의해 역사는 다시 재 창조된다는 점을 알게 한다. 반 다인이라는 작가가 이리 썼으니 당시의 독자들은 이리 생각했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한번 뿌리 내린 역사는 바꾸기가 힘든 법이고. 아무리 이 시대 인도가 식민지배를 받고 아랍권이 논외로 여겨졌다 해도 비약도 이 정도면 기절할 노릇이 아닐까. 정말 이 대목은 우습지도 않았다.

소재는 참 좋았는데 마치 <우부메의 여름>처럼. 작가가 이리 옆길로 새서 작품이 그저 그런 재미없는 반 다인을 싫어하는 독자들만 만족시킬 작품이 되고 말았다. <카지노 살인 사건>은 마음을 비우고 읽으련다. 아무래도 이 작가의 쓸 수 있는 추리 소설의 최대 권수는 12권이 아니라 10권 이내가 아닌가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날 2004-07-0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여름엔 물만두님이 읽은 추리소설 열심히 읽어보려합니다.
한동안 안 읽었는데 물만두님의 글을 읽으니 땡기네요.

비츠로 2004-07-1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리즈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일부만 출간할 것이면 추리걸작선에 포함시키던가 아니면 12권 전집을 내던가 ..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시리즈인 것 같습니다.
추리걸작선도 나오다가 지금은 중단된 것 같고..
어정쩡한 시리즈라 사야할지 고민중입니다.

노디 2004-09-1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에서 칭찬할만한 부분은 역자 해설과 각주 설명을 독자가 알아보기 쉽게 해당 페이지에 삽입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나온 책들은 한 파트가 끝나면 뒷장에 한꺼번에 안내가 되어 있어서 사실 불편한 점이 있었거든요. 저는 <카나리아 살인사건>읽을때는 각주표시가 어디에 있었는지 찾느라 책을 샅샅히 뒤진 적이 있습니다.

물만두 2004-09-1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아마도 책이 출판되었을때 원래 그랬던 모양입니다. 저도 그점은 마음에 들더군요. 겨울 살인사건이 나온다고 하니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