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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 살인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9
S.S. 반 다인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오호라. 이 작품 괜찮은데. 이제 파일로 번스가 범인 찾기에서 벗어나 증거 찾기, 나아가서는 범인과의 한판 두뇌 싸움까지 벌인다. 참, 취향이 특이하다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의 다른 작품 <비숏 살인 사건>과 비슷한 감도 없지 않아 있는 작품이다. 여전히 파일로 번스의 잘난 척은 매력 없지만 기존의 작품의 틀을 벗어났다는 생각만으로도 족한 작품이었다.
작품은 파일로 번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번에는 이집트 유적을 발굴하는데 재정적 지원을 하던 노인이 살해된다. 범인이 눈에 너무 띄어 파일로 번스는 의심을 하고 진짜 범인을 잡으려 한다. 보초를 서 듯 하루 반 정도에 시작과 끝이 모두 결정되는 시간적으로는 아주 짧은 작품이지만 그래서 짜임새는 더욱 돋보인다. 노인의 시체에서 발견된 파라오의 옥새 스캐럽. 저주라 주장하는 이집트인 하인. 저주일까 모함일까, 더 살인이 일어날 것인가.
하지만 작품을 떠나 남의 나라에서 발굴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도둑질을 하는 이들을 왜 신은 가만 두고 보는 것인지. 신이 있다면 기독교도들의 신이든 이집트 신이든 두고 볼 일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신은 없다는 말이 맞는 것이든지.
이 작품은 이틀도 안 되는 시간에 사건과 해결이 이루어지는 빠른 전개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그 시간 사이에 파일로 번스는 범인을 잡을 증거와 범인이 쳐 놓은 덫을 피하고 범인이 범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것까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파일로 번스는 이제 범인을 잡기 위한 증거 수집에만 열을 올리지 않고 머리를 쓰지 않는다. 그는 범죄자를 미리 아는 상황에서 그를 옭아맬 생각을 하며 그의 희생자를 보호하려 애를 쓴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하루 남짓 걸려 해결이 된다. 그 짧은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반 다인은 교묘함을 보이고 있다. 마치 <우부메의 여름>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다고 믿지 못할 것도 아니라는 말이 이 작품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집트 유물이 등장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딱정벌레는 이집트 파라오의 인장, 즉 옥새다.
이 작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반 다인의 작품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반 다인만의 독특함이 부족하지 않나, 너무 뻔한 작품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작품으로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역시 시리즈는 모두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시리즈의 계속 출판을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가가 시리즈를 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한 작품으로 작가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또한 이 작품은 엘러리 퀸의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의 텍스트격이 되었다고 하니 부디 반 다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면 버리시고 읽어보시길.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이 재미있었던 독자들도. 반 다인의 작품들을 차례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시리즈의 묘미는 어쨌든 연속 읽기이니까. <비숍 살인 사건>을 읽지 않은 분은 앞의 작품들을 읽고 이 작품을 읽으시길. 작품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그때마다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