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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문도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한국에 출간되기 전 옥문도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거의 신격화獰享윱求? '40년동안 일본 추리소설 1위'라는 타이틀 때문이었겠죠. 물론 옥문도에 등장하는 탐정이 김전일의 할아버지란 것도 매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겁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바이블에 대한 제 생각은 '보통 이상이지만 최고는 아니다'입니다. 적어도 한국인으로서는 말이죠.(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인이 아닌 관점이라고 해야겠죠.)
왜 이런말을 하느냐 하면 '옥문도'가 지나치게 일본색이 강하다는 겁니다. 일본 단시 형태인 하이쿠와 관련된 인물, 역사, 그리고 2차대전 후의 일본 시대 상황(특히 섬 주민)에 대한 배경지식 풍부해야 이 '옥문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죠.(그래서인지 주석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기도 지나치게 일본적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일본적인 색깔이 마음에 들기도 하더군요. 계속 영미권의 고전만 읽다보니 옥문도의 동양적인 게 참 와닿았습니다.
'옥문도'는 분명 수준급입니다. 본격 소설이 갖춰야할 모든 걸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 띠지에 써있는 것처럼 사건의 모든 것을 첫 장에 암시한 구성이라던가 무난한 트릭, 공간적으로 폐쇄된 게 아닌 시간적으로 폐쇄된 섬 옥문도라는 매력적인 배경 등등.. 거기에 괴기스러움까지 더해졌으니 금상첨화죠. 그러나 분명 단점은 있습니다. 우선 긴다이치의 추리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독자가 추리할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트릭과 두번째 트릭은 허점이 많습니다. 특히 두번째 트릭 같은 경우엔 위험성이 너무 큽니다. 안들킨건 운이 정말 좋았죠.
그나저나 '긴다이치 코스케'란 탐정은 참 매력적입니다. 말을 더듬는다거나, 덥수룩한 머리를 벅벅 긁을 때마다 흩날리는 비듬등은 참 인간적으로 보이더군요.(갑자기 발휘되는 천재성은 김전일에게 그대로 유전되었나 봅니다) 범인으로 등장한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긴다이치가 사건의 전모를 밝힐 때는 애처롭기까지 하더군요.
저는 '옥문도'를 읽고 동양적인 맛에 푹 빠졌습니다. 한국쪽은 시장이 좁으니까 자꾸 일본쪽으로만 눈길이 가네요. '옥문도'를 읽고나니 일본이 더 부러워졌습니다. 한국에도 '옥문도'같은 작품이 꼭 나왔으면 하네요. 한국적인 맛을 듬뿍 넣은 그런 추리 소설말이죠. 덤으로 향가나 고려가요에 따라 살인이 일어나면 더 좋겠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