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비밀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독특한 한 남자 조스의 이력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를 타던 선장이었다가 망가진 배로 항해를 하게 만들고 결국 선원 둘을 잃게 만든 선수를 폭행했다가 감옥에 가고 결국 영원히 바다와는 멀어지게 된 뱃사람. 그래서 그는 조상들이 하던 소식꾼이라는 일을 현대에 다시 하게 되었다. 소식함을 매달아 놓고 그 안에 누구든 읽게 하고 싶은 글을 약간의 돈과 함께 넣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그 소식들 중 읽을 것과 읽을 수 없는 것을 가린 뒤 하루 세차례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읽어준다. 요즘 시대에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을 지 모르지만 디지컬 시대에 아날로그적 향수를 그리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부터 이상한 글들이 과한 돈과 함께 들어오는데 악의적 글은 아니지만 뭔가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느낌을 주고 못 배운 조스지만 뭔가를 감지한다. 그때 그가 몰락한 귀족이라 생각한 드캉브레가 그 글의 출처를 알아내서 경찰에 신고하자고 제안을 한다. 

그들이 그 소식들을 읽으며 고민을 하던 그 순간 아담스베르 총경은 새로 부임한 곳에서 적응하려 애를 쓰고 있다. 그는 부하 경감들 이름조차 외우지 못한 처지다. 그나마 당글라르가 그를 보좌하고 있기에 난관을 헤쳐가는 중이다. 이때 한 여인이 그를 찾아와 문에 검은 칠을 하고 뒤집어 쓴 '4'자와 'CLT'라는 문자에 대해 대첵을 호소한다. 마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처럼 한 집만 제외하고 아파트 전체가 그렇게 되었다고. 처음에는 그저 누군가의 낙서거나 이상한 예술의 일종이거니 생각했는데 그런 그림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그려져 있었고 그때 마침 찾아온 드캉브레가 알려준 이야기는 그들을 과거의 페스트의 악몽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가운데 마침내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누가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왜 페스트라는 사라진 역병을 이용하는 걸까? 마치 살인자가 살인을 저질러도 잡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질병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병에 걸려 심각해져야만 염려하게 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나기 전까지는 안개에 싸인 것처럼 보여지게 만들고 있다. 추리소설의 속성이 그 안개를 차츰 걷어내는 것임을 인식시키듯이 말이다. 여기에 인간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페스트를 등장시켜 그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속임수인지 가늠하게 하고 여전히 예전이나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의 오늘날이나 인간의 주술적 믿음은 견고함을 깨닫게 한다. 아마 지금 이런 일이 우리 눈 앞에서 일어난다면 우리도 예전에 조상들이 하던 미신적 행동들을 하지 않을까 싶게 느껴진다. 나약한 자여, 그대는 인간일지니.  

현대 추리소설은 빠른 스피드와 스릴 넘치는 강렬함으로 무장을 하고 있어서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반면 고전 추리소설은 그런 소설을 읽다보면 본격 추리소설이 아닌 다음에야 밋밋한 감을 떨쳐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현대에서 과거를 느끼게 하고 과거의 매력을 현대와 조화롭게 읽을 수 있게 안정감을 준다. 이 작가가 추구하는 독특함이자 아담스베르 총경 시리즈의 매력이다. 그런 이유로 아담스베르 총경이 과학보다는 직감에 의지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다. 사건이 안 풀릴때는 산책을 하거나 잠을 자며 생각을 하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에르큘 포와로가 회색 뇌세포를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여기에 에드가키네 광장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현대 소외된 계층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두 사연을 가지고 모여 사는 이들이다. 이름을 속이고 얼굴을 감추고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는 양 사는 이들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 던지는 도전장같이 느껴진다. 사회가 소외시키더라도 우리끼리 알아서 잘 살겠다는. 학교 교사였다가 남학생들에게 폭행당하는 여학생을 구했지만 결국 그 자신이 추문에 휘둘리고 법정에 서게 되어 감옥까지 가게 되어 이름까지 바꾸게 된 드캉브레, 매춘을 위해 팔려 왔다가 내쫓겨 갈 곳이 없어지자 드캉브레의 하숙집에서 일을 하며 밤에는 노래를 하게 된 리스베트, 남편의 폭행에 시달라다 도망을 와서 드캉브레의 하숙집에 숨어 사는 에바, 추운 겨울에도 반 팔을 입고 있는 모자라 보이는 다마 등등 마치 뱅자맹이 사는 곳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세월이 흐르면서도 가지고 가고 싶은 인간적인 면이 남아 숨쉬는 곳이다. 이런 곳이기에 소식꾼도 어울리는 것이다.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명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가의 이야기가 멋있고 페스트라는 소재를 사용한 점이 신선하면서도 고전적 향기를 느끼게 한다. 인물들 묘사도 탁월하고 사건의 구성도 짜임새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 지 그 연결점이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탁월하다. 이런 고전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세련된 작품을 읽을 수 있어 영광이다. 어쩌면 이 작품이 추리소설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담스베르 총경 시리즈는 정말 모두 출판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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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12-13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작품 소개해 주신 거 감사합니다, 또요..^^

물만두 2009-12-14 10:59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요구르트소녀 2009-12-1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좋은 작품을 소개받은 것만 같습니다요~!

물만두 2009-12-15 15:24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시기를 바랍니다^^

[그장소] 2013-08-0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의규칙도,,있는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