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웨덴 추리소설을 자주 접할 수는 없었지만 가끔 출판되는 작품들이 양질의 작품들이라 스웨덴 작품에는 기본적인 신뢰감이 있다. 펠 바르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한 작품인 <웃는 경관>과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는 아주 좋았다. 이제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대작 <밀레니엄>을 잡으니 설레기까지 하다. 또 어떤 스웨덴의 힘을 보여줄 것인지. 

실종된 손녀를 사십여년동안 잊지 못하고 있는 반예르 그룹 전 회장 헨리크에게 생일만 되면 어김없이 도착하는 손녀를 생각나게 하는 선물, 부패한 기업인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명예회손죄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밀레니엄>지의 편집자이자 기자인 미카엘, 미카엘에게 마지막으로 손녀의 실종 사건을 의뢰하기에 앞서 그의 뒷조사를 하는데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는 리스베트, 이들이 서로 만나 하나의 옛날 사건을 조사하면서 서서히 반예르 가문의 광기가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리스베트다. 정신이상 판정을 받고 후견인이 있어야 하는 처지고 별 볼일 없는 학력에 거식증 환자같은 몸이지만 그녀는 자존감있는 여성이다. 보호받는 길보다는 자신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여성이다. 모든 여성이 이런 강한 정신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이런 모습은 작금의 여성들이 앞날을 위해 선택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을 단순히 희생자로만 보는 범죄자들에게 희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은 여성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카엘의 놀라운 집중력과 리스베트의 더 놀라운 조사 능력이 합쳐져서 클로즈드 서클이었던 40여년전 그 날의 일들이 밝혀지고 더 놀라운 그 속에 숨겨진 끔찍한 사실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 연쇄 살인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스웨덴의 작은 섬에 자리잡은 재계의 거대 왕국과 스웨덴 전역에서 벌어진 사건, 그리고 경제의 문제점까지 하나의 사건 안에 잘 담아내고 있다. 물론 마지막에는 리스베트가 차려 놓은 밥상에 미카엘이 숟가락만 올려놓고 복수를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지만 말이다. 

부제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다. 리스베트도 이 말을 입에 올린다. 하지만 어패가 있다. 아니면 반어법이든가. 여자가 증오할 남자들, 혹은 여자가 복수할, 여자가 단죄해야 마땅한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히틀러를 연상시킨다. 광기로 인종말살을 저지른. 스웨덴에서 나치즘 신봉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그들의 인식 또한 주류와 비주류, 남자와 여자, 힘과 권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뿐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독자가 사건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점이 픽션의 극대화로 환상을 심어주는 다른 나라 범죄소설과 큰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읽는 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지, 일어나도 알 수 없는 방법들과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을 찾기가 얼마나 어렵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며, 단지 실종자 가족들만이 고통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다가왔다. 복지국가 스웨덴도 이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가장 큰 그늘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스웨덴은 그 특유의 각인된 자신들의 이미지를 추리소살 속에 담아내며 다른 나라 작품과 차별을 둔다. 북유럽이 가진 독특함이라고나 할까.  

영어권 나라에서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대단한 칭찬을 받았을까 생각된다. 경제와 범죄의 결합이라는 면을 제외하고는 특이점이나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대단해보이게 만든 것은 결국 작가의 뛰어난 능력과 생생한 캐릭터의 절묘한 조화, 세밀한 구성에 있다. 3부까지 다 보면 더 대단하게 느낄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내가 가장 기대하는 점은 리스베트다. 그녀를 계속 만나고 싶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인물이라 그녀의 활약을 더욱 보고 싶고 그녀의 과거를 알고 싶다. 이 점만으로도 1부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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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9-08-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평단에 선정되는 통에 바로 3부를 읽었는데, 정말 재밌게 푹 빠져서 읽었거든요~~ 밀레니엄 1,2부도 사려고 했는데 물만두님 리뷰에 완전 사고 싶어졌어요~~
서재브리핑에서 물만두님 리뷰 제목 보고 밀레니엄인 줄 알았어요~~^^

물만두 2009-08-24 11:58   좋아요 0 | URL
1,2부 당근 읽으셔야죠^^

무해한모리군 2009-08-25 08:46   좋아요 0 | URL
저에겐 3부가 가장 흡입력이 떨어졌습니다..
1,2부를 읽어보세요 오호호

물만두 2009-08-25 10:39   좋아요 0 | URL
3부는 아무래도 작가의 갑작스런 죽음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4부가 나왔다면 달리 보일 수도 있었을거라 생각됩니다.
뭐, 리스베트의 활약이 적은 탓일 수도 있구요.

[그장소] 2013-08-0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날두르 인드리다손.해닝만켈..완전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