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검은 새 -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
조엘 로즈 지음, 김이선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잡으면 우선 제목에 눈길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작가가 제목을 통해 그 작품을 가장 강렬하게 소개하고 싶어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이유로 '가장 검은 새'가 무엇을, 누구를 상징하는 지를 떠올리며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가장 검은 새'는 에드거 포,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가 살아낸 시대의 광기와 폭력, 암울한 뉴욕의 상징이자 죽음의 그림자, 그 모든 것을 덮어 검은 날개깃에 가두는 갈가마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주술처럼 '네버모어'를 외치게 되니까 말이다.

19세기 뉴욕에서도 시가 가게 아가씨는 예뻤다. 그 미모에 반한 많은 손님이 몰렸고 그것은 시가 가게 주인의 상술이었다. 하지만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그 시가 가게 아가씨 메리 로저스는 시체로 발견된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상급 치안관 올드 헤이스는 노력하다가 결국 에드거 앨런 포에게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메리 로저스의 담배 가게 단골 고객이자 자칭 시인인 존 콜트는 자신의 편집자를 살해한 죄로 사형수가 되어 감옥에 갇히고 그의 옆 감방에는 '프리티 핫 콘 걸'로 불리다 자신의 형이 살해한 형수의 동생인 '프리티 핫 콘 걸 여동생'인 아내와 딸, 그리고 그녀의 정부로 추정되는 남자를 살해한 죄로 역시 사형이 확정된 타미 콜먼이 수감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은 모두 에드거 앨런 포와 연결된다. 

1840년대 뉴욕이라는 도시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에드거 앨런 포가 아니더라도 그 시대의 모습, 콜트사에서 만든 리볼버 권총으로 부자가 된 이는 교도소에서 화려하게 동생의 사형 직전 결혼식과 피로연을 올려주는 상류층의 모습과 아일랜드 이민자로 막 나가는 갱단의 열일곱살 젊은 두목과 그의 어린 아내를 통해 그들의 비참한 생활이 맨발로 핫 콘통을 목에 걸고 다니며 파는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진다. 그리고 메리 로저스는 문학가와 언론가가 주목하던 인물이었다는 이유로 신문을 떠들썩하게 만들지만 같은 장소에서 백주대낮에 벌어진 가족이 보는 앞에서 납치당한 소녀에 대해서는 말하는 신문이 없다. 그것은 자칭 명예로운 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늙은 헤이스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빛과 그늘은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 

메리 로저스의 이야기는 에드거 앨런 포에 의해 <마리 로제 미스터리>라는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작가는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교묘하게 섞어 놓아 모든 것이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모든 것이 허구처럼 보이게도 만들고 있다. 탐욕은 광기를 부른다. 광기는 폭력과 살인을 부른다. 무엇을 탐하느냐에 달려 있고 광기가 인간의 내면, 혹은 외면 어디에 폭력을 남기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에드거 포는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묘사되고 있다. 자신의 어두운 영혼에 사로잡혀 끔찍한 꿈을 눈을 뜨고도 꾸고 그것을 다시 시로, 소설로 쓰고 있고 하지만 자신의 글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울분과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좌절, 거기에 아내의 병에 대한 슬픔과 여자의 애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유년기 애정 결핍에서 비롯된 것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는 내내 <마리 로제 미스터리>를 떠올리려고 애를 썼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작품 속에는 이 작품뿐 아니라 <황금 벌레>도 등장한다. <모르그가 살인 사건>과 <도둑 맞은 편지>는 물론이고. 에드거의 단편집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작가가 에드거 앨런 포를 정확하게 묘사한 것인지 아니면 좀 혹평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뭐, 에드거가 살아 생전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하고 아내 시시와도 그녀 나이 열세살때 결혼을 했다고 하니 사생활을 언급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여자들에게 둘러 쌓이기 좋아하고 아내가 죽은 지 얼마 안되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마구 사랑한다고 남발하고 다니는 모양새는 '미치지 않고서야...'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사실이라면 말이다. 아니라면 에드거를 그렇게 무시하고 혹평한 많은 언론과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가 같은 인물로 여겨진다. 어떤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핫 콘 걸'이라는 맨발의 가난한 소녀들의 장사 모습과 국제저작권법을 만들려고 애를 쓰는 에드거 포의 모습이다. 가난한 소녀들의 그런 모습은 갱단이 된 소년들의 모습과는 또 다르게 애처롭게 다가온다. 또한 출판업자는 책을 팔아 돈을 벌어 시장까지 되고 신문 기자도 신문사 사장이 되는데 정작 작가는 가난을 면하지 못한다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외침은 그의 비참한 생활 때문에 더 마음에 남았다. 여기에 늘 그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빠지지 않는 갱들, 부패한 경찰들 이야기인데 이보다 소방관들의 알력으로 교도소에 불이 났는데 끄지 못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마치 그 시대에 있는 건 부패뿐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광기의 확산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어쨌든 에드거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에드거라는 거대한 인물에 휘둘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작품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작가의 능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다. 점점 에드거에 대해 집착하면서 만나게 되는 에드거의 변하는 모습은 서스펜스를 주기 충분했고 노구에도 불구하고 집념을 불태우는 올드 헤이스의 모습은 행동하는 '뒤팽'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한편의 에드거 전기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 사람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것같이 시대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이 정말 있을 법하게 그려져 더욱 근사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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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2-05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조금 발전했어요^^
전에는 '만두아우는 왤케 무서운 걸 즐기는걸까..'했는데
요즘은 '그 참 재밌겠구만..'한다니까요 ㅎ~
그렇지만 아직은 만두님 리뷰만 재밌다구요.

물만두 2009-02-05 15:04   좋아요 0 | URL
언니 읽어보시면 그다지 무섭지 않고 인간에 대해 다양하게 알게 되요^^
제 리뷰는 횡설수설인뎅 ㅡㅡ;;;

카스피 2009-02-0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검은새에서 주인공이 포우 인가요? 요즘 독해력이 떨어지는지 만두님 리뷰를 읽어봐도 잘 모르겠네요 ㅜ.ㅜ
그나저나 몰랐었는데 포우의 마라로제 수수께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더군요.콜린 월슨의 책에 그 사건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더군요.
근데 이책에서는 사건이 해결되나요?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에서는 해결 못하는것으로 기억나는데요.

물만두 2009-02-05 15:08   좋아요 0 | URL
주인공은 포우를 용의자로 보고 추적하는 올드 헤이스와 포우 두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제 사건이라는데 이 작품은 팩션이니만큼 작가의 상상력으로 해결되지요.
결과를 알고 싶으시다면 읽으시와요.

무해한모리군 2009-02-06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표지부터 포스가 장난아닌데요 ^^
근사한 작품을 어서 저도 만나봐야겠네요.

물만두 2009-02-06 10:20   좋아요 0 | URL
네. 비채 표지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