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1 - 직선은 원을 살해하였는가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장용민 지음 / 시공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이 나왔을 때 나는 이 작품을 보지 못했다. 다만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까지 이상이 건축을 전공했다는 것도 몰랐고 이상이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를 썼다는 것도 몰랐다.

컴퓨터의 문학카페에 이상의 시를 소재로 해서 기발한 소설을 써보고자 했던 국가에서 뭔가를 한다는 의문투성인 은표와 화학에서 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꿨지만 논문 심사를 통과 못해서 전전긍긍하던 지우가 만나면서 그들의 소설은 그들이 바라지 않던 곳으로 이끌고 만다. 오다니 컬렉션이니 박정희 대통령 때의 비밀 정보원들이니 하는 얘기와 그들의 실명을 소설 속에 공개하자마자 그들은 마치 누군가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살해된다. 설상가상 인표와 지우는 경찰에까지 출두하게 되고 그들마저 누군가에게 쫓기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 작가는 인표가 컴퓨터에 저장한 그간의 일들을 지우가 읽게 되는 장면에서 이것이 인표가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좀 더 명확히 했어야 했다. 어떤 때는 화자를 일인칭 시점으로 하고 어떤 때는 삼인칭 시점으로 하는 것을 불분명하게 하고 또 인표와 지우의 각각의 일들을 서로의 일인칭 시점에서 또는 삼인칭 시점에서 분산시켜서 그렇잖아도 어려운 조합을 따라가야 하는 독자가 읽기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사실 그다지 독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소재를 가지고 추리소설적인 트릭면에서 잘 만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의 관시리즈로 유명한 유키토 아야츠지의 작품도 이상의 미로에 비하면 떨어져 보일 정도다. 이것을 독자가 좀 더 공감할 수 있도록 이상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그런 거대한 민족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작가는 한 발 뒤에 서서 마치 있던 사실만을 알려준다는 식으로 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더 깔끔한 작품,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책의 내용보다 이상의 시와 구인회의 인물들의 작품을 서로 연관시켜서 하나의 거대한 비밀의 키워드를 조합했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 이것만으로도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우리나라 작품 가운데 이 작품은 빼놓지 않고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환상적 트릭을 묘사할 수 있는 창의력이라면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발전은 기대보다 빠르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마지막 장을 본 감동에 가슴이 설렌다.

그나저나 E대학 학생들은 좋겠다. 이상의 건축물을 밟고 다니고 있으니. 1층에서 2층 가려다 3층나온다고 짜증내지 말고 즐기시기 바란다. 그 계단은 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재미있게 즐기면서 다니면 좋겠소. 시간 좀 늦으면 어떻소? 지나고 나면 갈래야 갈 수도 없는 곳인데. 나는 부럽다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지금 보지 못하는 역사, 과거, 그리고 현재와 미래다. 하지만 그것을 보게 만드는 것은 이런 소설의 역할이다. 사실과 허구를 떠나 작가나 독자나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면이다. 음모나 가설이 아닌. 이젠 보이지 않은 중요한 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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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축을 전공했다기보다는 건축행정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직접 설계를 했다기 보다 어쩌면 공사감독같은 위치에 있었을 겁니다.^^

물만두 2007-12-22 14:47   좋아요 0 | URL
앗, 그래요? 책에는 설계도 했다고 나오는데 이대에 있는 이상한 계단도 진짜 이상의 작품이라던데 흠... 글쿤요.
그럼 이대 계단은 누구 작품일까요?
이상이 감독만 했다면 설계는 다른 사람이겠네요?
이런...

이매지 2007-12-2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예전에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ㅎ
워낙 예전에 본 작품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요^^
원작도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고 싶네요 :)

물만두 2007-12-24 10:02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세요^^

Apple 2007-12-2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옛날에 이 책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물만두 2007-12-24 10:02   좋아요 0 | URL
읽어보셨군요^^

비로그인 2007-12-2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봤습니다. 영화보다는 이상의 시가 훨씬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만두 2007-12-26 09:56   좋아요 0 | URL
저도 책 내용보다 이상의 시가 더 충격적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