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살인마 -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데이비드 버스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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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하고 폭력적이면서 매스컴이 주목할 만한 연쇄살인범을 다룬 논픽션은 많이 등장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런 더욱 끔찍한 살인이 주목받는 것은 그렇지 않은 범죄에 비해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아직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범죄들이 더 많이 있고 그런 살인들이 더욱 많이 자행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 이제 추리소설이나 범죄 소설에서도 소재로 등장하지 않는 범죄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무엇이 아직까지 그런 범죄를 일으키고 살인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에 대해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의 본성이 살인을 방어나 공격의 최우선 수단으로 입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이혼한 아내를 살해하는 일, 스토킹을 하는 일, 아내의 정부를 아내보다 먼저 살해하는 일, 남자가 결혼한 아내의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살해하는 일, 여자가 이런 일들을 저지르는 일은 기본적으로 남자의 본성에 소유욕과 지배욕, 번식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모욕이라거나 명예의 실추,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이런 일을 야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자는 자신의 미모와 외향적인 모습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 살인을 저지른다.

이렇게 말을 하면 마치 살인이 본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적어도 한번쯤은 모두 살해하고 싶은 감정을 갖게 된다. 그것을 실천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게 되는 일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살인의 공격 본능이 있다면 방어 본능도 있다. 인간은 살의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을 거대해진 현대 사회에서 올바르게 쓰지 못하고 있다. 누가 우리를 살해하기 쉬운가? 누가 우리를 살해하려 하는가? 만약을 생각해 본다면 그는 모르는 타인이 아니다. 그럴 확률은 지극히 낮다. 바로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남편, 아내, 부모, 자식, 형제, 자매, 그리고 재혼에 의해 맺어진 부모, 자식, 그리고 친구, 회사 동료 등 늘 우리가 마주 대하며 보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무섭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쓰고 읽은 것이 아니다. 이런 평범한 살인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라는 책이 얼마나 이 점을 잘 표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최근에 나온 노나미 아사의 <죽어도 잊지 않아>가 왜 심리 스릴러인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납득하지 못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과 후>의 범인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에 쓰인 반대로 하면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주의를 당부한 저자의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스토커가 있고 가정폭력이 난무하고 형제간에 만나기만 하면 뉴스에 나오는 현실에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살인은 한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말살하는 일이다. 또한 그, 또는 그녀의 현재 아이들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고 생겨날 아이들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아주 잔인하고 사악한 일이다. 무심코 넘길 일이 아니며 어떤 살인이든 살인은 심각한 개인과 가정, 사회 나아가서 국가의 막대한 손실임을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은 그를 중심으로 한 대단히 많은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미 벌어진 살인을 법의 형량으로 다스리는 건 쉽다. 하지만 죽은 자와 그를 잃은 이들이 잃어버린 것들은 절대 복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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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7-11-1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도 표지 때문에 안 사고 있는 책입니다.

물만두 2007-11-16 12:29   좋아요 0 | URL
표지는 정말 할말 없음인데 저희 어머니는 마를린 먼로다~ 하셨답니다^^;;;

icaru 2007-11-1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웃음보 터진 마를린 먼로 같아요 ^^
진화심리학으로 본다하니, 어쩐지 학술 서적 같기도 하고...일단 예의주시할 만한 책 목록에다 넣어야겠삼다~

물만두 2007-11-16 14:23   좋아요 0 | URL
학술서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전개과정과 설문 등이 관심이 가더라구요.

stella.K 2007-11-1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 줄 알았는데, 이제 리뷰 썼네요. 표지는 영...쩝

물만두 2007-11-16 19:02   좋아요 0 | URL
지난 달에 읽고 바로 썼는데 이제 올렸어요^^;;;

아영엄마 2007-11-1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80년대풍 표지의 느낌이랄까..^^; 꾸준한 님을 보며 반성하는 바입니다~.

물만두 2007-11-16 21:35   좋아요 0 | URL
표지가 참 그렇죠^^;;;
뭐, 지금 꾸준하지 않음 안되니까 빡쎄게 나가는거죠^^
님은 쉬엄쉬엄하셔도 되니 반성보다는 그래도 난 이쁘잖아로 밀고 나가세요~

mind0735 2007-11-1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책 작년에 사놓고 아직 모셔두고 있네요. 올해 안에 읽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표지는 정말 너무 후져요. ㅠㅠ

물만두 2007-11-19 18:53   좋아요 0 | URL
저는 동생한테 빼앗겼다가 찾은거랍니다^^;;;

coolcat75 2007-12-0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신살인사건 표지 버금가네요...ㅋㅋ

물만두 2007-12-02 14:06   좋아요 0 | URL
랭킹 5위 안에 들어갈겁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