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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조심 - 조종사와 비행에 관한 아홉 편의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왜 이 작품을 보면서 뜬금없이 <캔디>에 등장했던 스테아가 생각났을까? 마음씨 착한 스테아, 페티랑 결혼하자고 약속해 놓고 전쟁에 나갔었지. 그리고 비행기가 추락해서 영영 이별을 하고 말았다. 그 장면에서도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내 나이 여덟 살 때. 그 나이에 죽음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전쟁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슬픈 건 슬픈 거라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어린 아이도 슬퍼하게 된다. 그런데 왜 전쟁을 해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게 하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냥 우두머리끼리 팔씨름을 하던, 가위 바위 보를 하던 그런 걸로 해서 결정을 짓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우두머리가 나가서 싸우던가. 이제 고작 열여덟 살짜리를 싸움터에 내보내고 그 아들을 떠나보내게 부모를 슬프게 하고 어린 소녀를 폭격으로 혼자 살아남아 증오와 복수심으로 주먹 쥐게 만들고 절망하게 만들고 광대로 만들고 당신들이 지금 어느 곳에 당신의 자식 같은 병사를 전쟁터에 내보냈다면 이런 일을 겪게 만들고 있다는 걸 당신은 아는가 묻고 싶다.
개 조심이 아니라 사람 조심, 우두머리 조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로알드 달의 유머도 슬프고 그들의 모든 일상이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 독특함도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반전을 외쳐대는데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난다. 어쩌면 슬픈 건 절대 달라지지 않고 나아지지 않는 이런 일들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또 너무 흥분했다. 로알드 달의 단편집 가운데 가장 슬픈 단편집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는 것보다, 적군을 물리치는 것보다, 내 머리가 돌아버리는 것보다, 술에 취하는 것보다 차라리 죽음이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그것이 진짜 영원한 안식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