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후배가 사라졌다. 후배가 사라진 뒤 후배가 언젠가 얘기한 이상한 음식점 생각이 났다. 혹, 그 음식점에서는 그 후배에 대해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음식점을 찾는다. 이름도 없고,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다른 장소에서 딱 한 명의 손님과 그 손님과 같이 음식을 먹어주는 여자만이 있는, 음식은 보통 음식과 다르지 않는 약간 색다른 곳일 뿐이다. 하지만 한번 가본 그는 매번 다른 아이가 나온다는 소리에 또 가고 싶어진다. 다음번에는 어떤 아이가 나올까...

 

특이한 아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아이란 주인공의 나이가 오십대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 보면 이, 삼십대도 아이로 보인다는 얘기다. 놀이동산 고질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저번의 아이와 달리 이번 아이는 벌레를 무심코 먹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제나 음식 예절이 바르고 음식을 먹는 손이 예뻐서 그 먹는 동작만으로도 무언가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이쯤에서 나는 특이한 건 아이가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한다. 혼자서 낯선 이와 함께 음식을 먹으며 우아한 식사 예절 타령이나 하고 그것을 보는 자신의 안목을 대단히 여기는 이 양반이 점점 불쌍해지고 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 사라진 후배는 없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고독해지고 그 고독을 즐기게 되기도 한다. 침묵 자체를 예술로 받아들이고 음식을 먹으며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하고 웃고 누군가를 의식해야 한다는 사실에 염증을 느낀다. 우리도 가끔 그런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공허함... 말이 주는 공허함, 어울림이 주는 공허함, 친한 사람에게서 가끔 느끼는 이런 것에 서글퍼지고 외로워 질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은 그러면서 사는 거 아닌가? 그러다 다시 어울리고 자신의 추래함까지도, 남의 빛바램까지도 함께 품어주고 도닥여주는 것이 사람살이가 아니던가...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 명의 특이한 아이가 등장할 때마다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을 함께 생각하다보면 긍정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공감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또한 특이한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모습, 오늘과 내일의 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미있다. 인생이란......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멈출 수가 없다. 돌아갈 수도, 되풀이할 수도 없다. 할 수 없었던 일을 언제나 되돌아보며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222쪽에서 주인공은 인생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린다. 어쩌면 이것이 이 작품에서 하고자 한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바퀴도 달리지 않았는데 우린 왜 멈출 수 없는 것일까? 잠시 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이라니... 그건 어쩌면 우리가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간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쉬면 미끄러져 뒤로 내려갈지도 모르니까. 그럼 남보다 뒤쳐져서 다시 올라가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글쎄, 잠시 쉴 수도 있을 텐데... 욕심, 부질없는 욕심, 채워지지 않는 욕심... 아마도 인간이 쉴 수 없는 것은 욕심 때문이리라.

 

이것이 전부라면 모리 히로시라는 작가 이름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책 표지의 화사함과 무심해 보이는 여인의 모습이 우선 눈에 띄고 이어 펼쳤을 때 목차가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 읽고 난 뒤에는 헉... 그야말로 조근 조근 얘기하다가 툭, 심장이 떨어지게 만든다. 읽지 않으면 이 작품의 진가는 알 수 없다. 조금 특이하다고? 이것이 조금이면 아주 특이한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이냐고 작가에게 묻고 싶다. 작가가 공들이 작품이라는 말에 아마 공감하게 될 것이다. 추리소설 같지 않은 추리소설, 그 이상의 소설이다. 난 절대 특이한 아이라고 말하지 않으련다. 이렇게 특이하다가는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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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4-0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특이한 아이??? 모리 히로시라는 작가는 처음 듣는데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팍팍 들게 하는 리뷰였습니다. ^^

물만두 2007-04-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스포일러만두이기때문에 못했습니다. 읽어보고 판단하세요^^

물만두 2007-04-05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 감사합니다^^

하루(春) 2007-04-0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이랑 제목이 반대라 훗~ 하고 클릭했더니 역시 같은 책이군요. 재미있어요.

물만두 2007-04-0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각기 취향이 다를 수도 있죠^^;;;

미래소년 2007-04-0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을 보면서, 어떻게 이게 추리리뷰일까? 했습니다.
궁금해지네요 ^^

물만두 2007-04-0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소년님 그러니까 추리를 하시라니까요^^

물만두 2007-04-0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언니 이런^^:;;

프레이야 2007-04-1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건 좋은 거에요^^ 한 표!

물만두 2007-04-1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약간만요^^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