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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인 소설 '어둠의 저편'을 이제서야 겨우 다 읽었다.
매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손이 안갔던 것은,
당분간 소설책은 사지 않겠다는 결의도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저그렇다는 세간의 품평도 어느정도 영향을 끼친듯.
그러나 나에게 이 소설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썩 괜찮았다.
물론 장치는 많이 부족하다.
이전에 보여줬던 판타스틱한 Magic Realism과는 어느정도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무라카미하루키식의 독특한 소설을 기대했을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줬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변의 카프카'로부터 이어지는 하루키가 뿌려대는
무수한 메타포들은 간과하지 말아야할 요소라고 생각된다.
'간과'하지 말라는 당부보다는 '아무쪼록 음미해주세요' 라고 해야겠지만..
봄에 출시된 이 소설을 가을에 읽게 된 것이 +10점 정도의 혜택을 줬을테다.
이 소설 속에서 넘실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탁월한
재즈곡의 선택이 어느정도의 환청을 선사하면서
줄거리와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얼마나 방대한 음악적인 영역을 가졌을까?놀랍기만 하다.
재즈는 물론이고 클래식을 아는 깊이라니..
17세기 이태리 음악가 알렉산드로 스칼라티의 칸타타에 대해 언급했을때는 깜짝 놀랐을 지경이다. - P185
게다가 가볍게 톡톡 내던지는 표현에서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미묘한 매력과 힘을 얹어주는 능력은
훌륭하고 근사하고 감각적인 작가들이 수를 셀수 없이 많지만,
어쩐지 그를 따라갈 수는 없을것만 같다.
하루키식으로 표현해 낸 '수비의무 (守備義務)' 와
'미필적고의 (未必的故意)'의 일용예는 아주 감각적이다 못해 사랑스럽기까지 했기 때문. - P176
해변의 카프카를 발표할때 하루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소설을 쓸때 가장 강하게 의식하는 것은, 몇번 읽어도
그때마다 다르게 읽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것입니다."
열렬독자인 나에게 있어서 그의 소설은 정말 그렇다.
촛점을 다르게 놓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문체, 인물들의 색깔, 음악의 용례, 줄거리, 메타포등등에
관점을 퍼뜨리고 읽자면 소설은 일곱빛깔 무지개 빛으로 변하고 만다.
하루키는 그런 소설은 노력만 하면 쓸수 있다고 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절대내공!
그것이 전제하지 않고서는 꿈만 같은 일인 것이다.
나나 이웃집 언니처럼 평범한 사람은 결코 흉내내지 못할 내공,
나는 그것을 쭈욱~ 동경할테다!
P.S : 임홍빈의 번역은 다소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평론처럼 쓴 역자의 말은 아주 읽을만 하였다. 므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