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단편을 읽으면서 그 촘촘한 완성도와 밀도감에
숨쉬기 힘들었던 적이 있다.

적어도 그런 느낌이 에쿠니 가오리 소설엔 없다.
그 반대로 '이렇게 쉽게 소설을 써도 되나?'라는 생각은 든다.

윤동주는 '너무 쉽게 씌여진 시'에서 자기반성같은 자기혐오를
드러내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실제로 어떨지 모르겠다.

쉽게 쓰여진(?) 소설은 쉽게 읽힌다.
그 점이 사실 나는 마음에 든다.
세상사도 복잡한데 소설까지 복잡하게 도표를 그려 가면서까지는
읽고 싶지 않은가보다.

웨하스 의자에는 나, 애인, 동생, 동생애인이 등장하는 인물의 전부다.
가끔 도둑고양이가 찬조출연을 할 뿐.

사랑하면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주인공인 '나'는
깃털처럼 공기처럼 가볍고 쿨하게 사랑을 위해 사랑할 것을 바라지만
사랑이 어찌 마음대로 되는 종목이던가?

점점 깊어가서 사랑 특유의 집착과 번민이 생기게 될때
목숨과도 같은 사랑 아니, 사랑과도 같은 목숨을 버리고 싶어진다.

모든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주인공 '나'는 느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소설속의 '나'에게 깊게 공감했다.

음악 이야기를 부쩍 많이 꺼낸 에쿠니 가오리의 새로운 면목,
그러나 BGM이 아직 소설에는 녹아들지 않았다는 그런 느낌.

충격과 확실한 결말과 버라이어티함과 로맨스와 강약을
기대하는 독자는 웨하스 의자에 앉지 마시길..

나약함과 고독과 외로움과 일상이 주는 지루함의 감동을
사랑하는 독자만이 조심스레 앉아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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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다 슈이치의 글쓰기가 좋아 그의 책 <파크라이프>를
읽고 있는 도중에 <열대어>를 읽기시작했다.
역시 그의 글쓰기에는 흡인력이 있어 한번 잡은 책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만에 한권의 책을 다 읽어버렸다.

열대어로 엮어진 책에는 세가지의 중편들이 모여있다.

1. 열대어
2. 그린피스
3. 돌풍

따지고 보면 세편 모두 쓸쓸한 사람들의 쓸쓸한 이야기이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지만,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남자들의 서투른 교류들이 결국엔 타협을 하기도 하고,
관계를 끊기도 하면서 상처와 아픔을 메워가는 이야기.

읽으면서 더 깊게 생각하면 요시다슈이치가 말하고 싶은
이중적인 단어와 줄거리의 의미를 파헤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오늘은 그냥 이야기에만 치중하기로 한다.

왜 사람들은 자기의 감정과 처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난폭해지고 거칠어지고 황량해지는 것일까?

자기의 욕구와 갈등과 현실을 바르게 표현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 주는 학원이라도 차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러나 정작 나는 잘하고 있는가?)

까다로운 조건을 제대로 맞추어 주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어항속의 열대어가 되어버린 현대인의 갇힌공간이 불쌍하고 외롭다.

나라도 트로피칼 아쿠아리움에서 탈출해서
머나먼 푸른 바다로 나가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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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인 소설 '어둠의 저편'을 이제서야 겨우 다 읽었다.
매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손이 안갔던 것은,
당분간 소설책은 사지 않겠다는 결의도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저그렇다는 세간의 품평도 어느정도 영향을 끼친듯.

그러나 나에게 이 소설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썩 괜찮았다.
물론 장치는 많이 부족하다.
이전에 보여줬던 판타스틱한 Magic Realism과는 어느정도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무라카미하루키식의 독특한 소설을 기대했을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줬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변의 카프카'로부터 이어지는 하루키가 뿌려대는
무수한 메타포들은 간과하지 말아야할 요소라고 생각된다.
'간과'하지 말라는 당부보다는 '아무쪼록 음미해주세요' 라고 해야겠지만..

봄에 출시된 이 소설을 가을에 읽게 된 것이 +10점 정도의 혜택을 줬을테다.
이 소설 속에서 넘실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탁월한
재즈곡의 선택이 어느정도의 환청을 선사하면서
줄거리와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얼마나 방대한 음악적인 영역을 가졌을까?놀랍기만 하다.
재즈는 물론이고 클래식을 아는 깊이라니..

17세기 이태리 음악가 알렉산드로 스칼라티의 칸타타에 대해 언급했을때는 깜짝 놀랐을 지경이다. - P185

게다가 가볍게 톡톡 내던지는 표현에서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미묘한 매력과 힘을 얹어주는 능력은
훌륭하고 근사하고 감각적인 작가들이 수를 셀수 없이 많지만,
어쩐지 그를 따라갈 수는 없을것만 같다.

하루키식으로 표현해 낸 '수비의무 (守備義務)' 와
'미필적고의 (未必的故意)'의 일용예는 아주 감각적이다 못해
사랑스럽기까지 했기 때문. - P176

해변의 카프카를 발표할때 하루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소설을 쓸때 가장 강하게 의식하는 것은, 몇번 읽어도
그때마다 다르게 읽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것입니다."

열렬독자인 나에게 있어서 그의 소설은 정말 그렇다.
촛점을 다르게 놓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문체, 인물들의 색깔, 음악의 용례, 줄거리, 메타포등등에
관점을 퍼뜨리고 읽자면 소설은 일곱빛깔 무지개 빛으로 변하고 만다.

하루키는 그런 소설은 노력만 하면 쓸수 있다고 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절대내공!
그것이 전제하지 않고서는 꿈만 같은 일인 것이다.

나나 이웃집 언니처럼 평범한 사람은 결코 흉내내지 못할 내공,
나는 그것을 쭈욱~ 동경할테다!



P.S : 임홍빈의 번역은 다소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평론처럼 쓴 역자의 말은 아주 읽을만 하였다. 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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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다 슈이치
요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우리나라 작가로 치면 김영하 정도의 느낌이 든달까?

스토리와 표현은 재밌게,
교훈은 짧고 희미하게..

<일요일들>에는 5개의 일요일에 대한 단편들이 실려있다.

현대일본소설은 무게감이 적어 장편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단편은 시시한 편이라 골라보고 있지 않은데,

이 단편은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이야기들이 얽히고 ˜霞薦羚?BR>단편인데도 단편같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처음에 들었던 작은 실망이 읽으면서 차차
기쁨으로 바뀌게 된다.

더군다나 동일 인물이 이 5편의 단편에 감초처럼 등장해서
그 인물들로 하여금 단편들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새로운 방식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기지가 번뜩이는 사람이 부럽다.
그들은 남에게 작은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다.
요시다 슈이치도 그런 맥락에서 내게 기쁨도 주고
부러움을 사기도 하는 사람이다.

나의 '일요일들'은 어떠했나?
반추하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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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근영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세기의 바람둥이 니시노 유키히코라는 남자가 있다.
적당히 잘생기고, 적당히 다정하며, 적당히 예의도 있는데다가,
말도 잘하고 번듯한 직장까지 있으며 게다가 솔로이다.

그런 니시노에게 빠져들지 않는 여자는 없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연상녀에서부터 이혼녀, 유부녀,
노부인, 어린 소녀할것 없이 모두 니시노에게 열광한다.

사랑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N극이 S극을 잡아 당기는 것처럼 그에게 이내 당겨지고 만다.

사랑은 의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침내 그녀들은 깨닫게 된다.

니시노를 사랑한 10명의 여자들이
니시노와의 만남과 연애, 관계와 이별까지
높지 않은 음성으로 풀어놓은 이 책에는
흥미롭기도 하고 기묘하기도한 10개의 연애이야기가 있다.

물론 10개의 단편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니시노 유키히코다.

많은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그.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결코 얻어낼수 없었던 니시노.

많은 여자를 사랑했던 그.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단 한번도 할수 없었던 니시노.

나는 결코 니시노처럼 살고싶지 않다.
나는 절대 니시노처럼 사랑하고 싶지 않다.

음식의 선정에 있어서도 양보다 질을 더 우선시하게 되는 지금,
사랑의 대상에 있어서도 양보다 질을 더 우위에 점하고 싶다.

니시노처럼 살고싶지 않기 때문에
니시노 이야기를 읽는다.

니시노의 삶속에 거울처럼 비춰지는 나를 덜어내고 싶어지기때문에..

내가 만약 소설을 쓰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연애담을 쓸수 있게 될까?
니시노의 연애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깐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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