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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우는 와중에도 여러가지 처음 해낸 일들이 있었다.

사흘 간 계단 첫 칸에 올라앉은 모습을 서너 번 보여주더니

엊그제 오전에 늘 다니던 길을 가는 양 자연스럽게 단번에 2층으로 올라갔다.

이상한 집안 구조상

계단 몇 개를 올라가면 눈앞에 콘크리트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수 있는 구멍이 뻥 뚫려있지만

그건 쳐다보지도 않고 직각으로 꺾인 나머지 계단을 올라 2층에 안착한다.

목적지는 2층 출입문 앞에 있는 신발과 바닥에 흩뿌려져있는 모래인 탓인가한다.

어찌되었든 구멍을 돌아보지 않으니 다행이다.

 

같은 날 오전 높이 30센티미터 가량의 상 위에서 엉거주춤 뒤로 발을 내리더니

한 발이 땅에 겨우겨우 닿자 무척이나 위태위태하게 바닥으로 내려서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일취월장 오늘은 내려오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열려있는 문을 보고 예의 그 신발과 모래에게로 달려갈 욕심에

무척 민첩하게 상에서 내려와 기어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는 1층에 재워놓고

엄마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같이 봐주길 읍소하는 산골소녀와 2층에서 텔레비젼을 보는데

산골소년 목소리가 들려서 달려내려가려고 방문을 열었더니

2층 문앞에 예의 그 신발과 모래 옆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잠에서 깨어 울지도 않고 1층 방 여닫이 장지문을 밀어 열고 나와 계단을 다 올라와

(비가 새는 곳이 있어서 마침 계단 참에 물받이 통이 2개나 있었는데 그런 장애물을 뚫고)

우둘투둘 쿨렁쿨렁거리는 마루를 지나 닫힌 문 앞에 앉아 문 열라고 소리친 것인가 보다.

후유, 1차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점심먹고 그릇들 대충 치워놓고 올라가려는데 산골소년의 외마디 울부짖음!

계단을 달려올라가니 2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려다가 첫 칸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두 발은 하늘을 향해 들려있었지만

계단모서리를 배로 꼭 누르고 한 손으로 계단 첫 칸을 짚고 다른 팔꿈치로 버티며

고개를 쳐들어 겨우 굴러떨어지는 것은 모면하고 있었다.

( 하지만 내가 한 걸음만 늦었어도 데굴데굴하지 않았을까 싶다.)

2층에 아빠는 화장실에 앉아 애가 나간 줄도 모르고 있었으니

으휴, 십년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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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6-11-1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려운 집... 조심해용~~
아무런 일이랑 다 그만두고 산골소년만 쫒아 다녀야 할듯.... ㅎㅎ
 

10개월 7일

여름부터 8개의 앞니로 앙앙 물어가며 젖을 먹더니 급기야 살점이 살짝 뜯겨나갔다.

새벽녘에 실컷 먹고는 잠에 떨어지며 앙다문 채 고개를 뒤로 젖히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처음 하루이틀은 심각성을 몰랐고 그 뒤로 사나흘은 무척 아팠지만 버텼다.

태열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도 있고, 연일 분유에 대해 흉흉한 기사가 난 것을 읽은 탓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 제품에서 미세한 금속가루가 검출된 것에 이어

신생아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균까지 나와 제품을 수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아물 새가 없으니 더 이상 젖을 먹일 수가 없어서 분유와 젖병을 사왔다.

처음에는 이리 빨고 저리 빨고 가지고 놀면서 130밀리리터를 먹길래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이제 많이 자라 무얼 좀 아는 탓인지,

아니면 돌까지도 젖을 못 먹다니 제 복을 제가 찼다는 아빠의 핀잔을 들은 탓인지

유난히 긴 속눈썹을 눈물로 적시며 잠이 들면 들었지 실리콘 젖꼭지는 입술에도 갖다대지 못하게 했다.

젖병을 들이대면 외면하고 울음 소리를 높이며 마구마구 손사래를 친다.

젖몸살이 걱정되어 첫날은 굶고 그 후로 2박3일간 한 끼만 먹었더니

젖꼭지가 성한 나머지 한 쪽 젖도 거의 나오지 않는데 꿋꿋하게 분유는 거부한다.

애처로워서 흰죽을 끓여 걸러 먹였더니

양 볼이 다시 제법 발긋발긋하고 종아리 바깥 쪽이 따뜻하면서 지난 번 심할 때만큼 나빠졌다.

게다가 배고픈 투정까지 겹치니 부비부비 자꾸 비벼댄다.

결국 방금 굶어도 불어있어서 힘들었던 상처난 쪽 젖을 실컷 먹고 잠이 들었다.

오패산 덕분인지 예상보다 상처가 빨리 아물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서 젖먹이기가 편안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큰 분유통 절반 정도의 우유를 타서 다 내다버리고나서

1차 시도는 이렇게 막을 내리나보다.

 

- 오늘 아침 산골소녀가 하는 말,

엄마, 나도 젖이 나와요.  태민이 먹일려구요.

(심각하게 찡그린 표정으로)그런데 태민이가 나도 물어뜯으면 어떡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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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6-11-1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땜시 못살어.... 꼭 성공하셩~
 

9개월 열흘

-요즘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은 무언가를 붙잡고 서서 돌아다니거나 선 채로 장난감을 갖고 논다.

옆에서 지키고 있어도 넘어지기 일쑤여서 머리와 턱이 성할 날이 없다.

마우스 선과 전화기 선 빨기가 특기다.

나머지 절반의 대부분은 앉아서 장난감이나 책을 들여다본다.

20센티미터 높이의 문턱은 기어올라가기도 한다.

 

-여러 권의 책이 나란히 꽂혀있어도 까치호랑이시리즈<팥죽할머니와 호랑이>를 뽑아낸다.

산후조리원에서 수민이에게 열심히 읽어주던 것인데 요람에 누워 흥미롭게 같이 들었나?

보리아기그림책과 미피 작은 그림책이 크기가 알맞은 탓인지 역시 좋아한다.

 

- 이가 여덟개 났다. 밥상만 보면 돌진하여 젓가락을 갖고 싶어한다.

태열이 심해질까봐 이유식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무언가 먹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여덟 개의 이로는 젖 먹을 때 엄마 표정 살펴가며 꼭 깨물어 놓고 엉덩짝을 얻어맞으면서

도 활짝 웃는다.  아기의 미소, 이건 원 미워할 수가 없다.

 

- 새벽 5시,

동만 트면 일어나서 창문 턱을 붙잡고 일어나 유리에 박치기 해가며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한다.

평균 한 시간 정도는 엄마를 깨우지 않고 울지도 않고 사람의 바다를 넘나들며 혼자 논다.

취침시간은 7시 이후 9시 이전이다.

 

- 한 달 이후 심했던 배꼽탈장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아 풍선같던 배꼽이 예쁘게 쏙 들어갔다.

백일무렵 시작된 태열은 엄청나게 고생하고 약도 많이 먹고 현재도 먹고 있으나 완치되지는 않고 있다.

양쪽 볼에 빨갛게 점점이 남아 있는데 쉽게 없어지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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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2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벌써 9개월이나 되었다니,전 한4~5개월쯤 되는 줄 알았어요.

>>sunny 2006-08-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아 빨랑 나아~~~

2006-08-22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6-08-3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책장 넘기기와 모서리 빨다가 뜯어 씹어먹기가 특기랍니다.^^

>>sunny 2006-11-1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다가 뜯다가 그러면서 책도 좋아지게 되는거지...열심히 읽어주셩.

2006-11-18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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