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로 이사한지 석 달이 되던 어느 날, 열 살 남자아이는 구렁이가 자신의 몸을 감는 것을 보고 놀라서 차라리 기절하고 싶어 했다. 아이의 아빠는 비행사로 멀리 가 있고 엄마와 아이만 살고 있다. 벌레도 무서워하는 엄마에게 구렁이 이야기를 할 수 없었지만, 소방서에 연락해서 집에 구렁이가 있다고 신고를 했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구렁이를 발견할 수 없어 그냥 가버렸고 아이는 또 구렁이가 나타났다고 신고하려니 ‘양치는 소년’이 될 것같아 그만두었다.

 

500년이나 되었다는 구렁이는 새끼의 안전을 확인하러 왔다가 말똥가리 새에게 잡아먹히려던 것을 아이의 인기척에 살아났다고 고마워하면서 자신을 살렸으니 책임지라고 하며 구렁이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 달라고 했다. 아이는 그것을 ‘구렁이 족보’라고 했다.

 

뱀에 대한 자세한 것을 알려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서 읽기도 하고 새로운 독사라는 별명의 선생님이 나타나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영웅대접을 받았다. 키가 작은 아이는 열 살이지만 또래보다 어려보이고 뜀틀을 넘지 못해 속상해한다.

 

구렁이의 소원은 용이 되는 것이다. 구렁이는 예로부터 귀한 손님이었다. 인간들은 집에 구렁이가 들어오면 절을 하고 복을 내려 달라고 공손하게 굴었다고 이야기 해준다. 그래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가 인간들 모르게 나간다고 한다. 그런 이야길 하면서 스스아줌마는 자신도 아이 모르게 떠날거라고 한다.

 

구렁이 족보를 만들면서 정이 들었나보다 다시 스스아줌마가 안보여서 추운날씨에도 창문을열어두고 기다린다. 아마도 긴 겨울잠을 자러갔는지 나뭇가지가 스스아줌마로 보여지기도 한다. 아이는 꿈속에서 구렁이 스스아줌마를 만나서 함께 담을 넘기도 한다. 잠에서 깨어나 모든게 꿈인걸 알았지만 스스아줌마가 다시 구렁이로 변신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족보를 마무리했다.

 

이 동화책 속의 주인공인 열 살아이는 이름이 없다. 엄마도 “아들~”이라고 불렀다. 내가 어려서 동물대백과사전 속에서 세밀화로 그려진 여러 동물 중에 뱀과 구렁이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독이 있고 물었을 때 독이빨자국이랑 독이 없는 구렁이 이빨 자국이 다르다고 했다. 이마의 모양도 다르다는 것도 본 것 같다.

 

어쩌면 모든 이야기는 아이의 꿈 이야기 인 듯 그려진다. 작년 여름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는 “태국에 있는 전봇대는 모두 네모기둥입니다.” 하고 설명해주었다. 뱀이 많은 곳이라 뱀이 타고 올라오지 못하게 네모기둥으로 전봇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땅끝마을에 있는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에는 대부분 바닷속 생물의 진화과정 등을 볼 수 있지만 구렁이, 뱀, 족제비 등의 생물들 이야기도 볼 수 있다. 또 몇 년전에는 대구에서 열린 파충류전시회에서 뱀을 어깨에 올리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있다. 그 전시회에서 백구렁이, 황구렁이 등을 보았다. 백사도 보았다. 어린 아이들은 놀라면서 신기하게 관람을 했다. 그때 처음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는다는 이야길 들었다.

 

보약으로 사용한다면서 무분별하게 뱀을 잡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다. 멧돼지 등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려고 쳐놓은 그물망에도 뱀이 걸려서 죽는다고 한다. 생태계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아야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가 동감할 것 같다. 많은 뱀들과 동거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이해를 못했었다. 이제는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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