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지적 진화의 정향定向성
생물의 진화에 있어 수직적 가치관, 즉 위계질서에 의한 우열이 존재하는가? 쉽게 질문하자면 도마뱀보다는 원숭이가 우월한 생명체이고, 원숭이보다는 인간이 우월한가? 나는 여기에 답변으로 보류한다. 굴드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도마뱀이나 원숭이나 사람, 모두 생명체일 뿐이다. 즉 수평적 가치관의 적용을 언급했을 것 같다.
진화심리학에 같은 질문은 던져본다. 어떤 인지認知 행태가 다른 인지 행태보다 더 우위에 있나? 나는 보수주의자로 잠정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한다. 단순 자연수 덧셈보다는 분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상태가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 다시 질문을 던진다. 어떤 인지 행태가 다른 인지 행태보다 더 도덕적 우위에 있나? 예를 들면 생존 욕구보다 이타심이 도덕적으로 더 우월한가? 나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그렇다고 대답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한다.
청소년 시절 나는 나름대로 위계를 만들었다. 1) 책임, 2) 진리, 3) 정情 (유대 관계), 4) 낭만 (예술 정서)이다. 2) 진리(신념윤리)가 3) 정(책임윤리)보다 앞서기 때문에 나의 가치관은 퇴계 이황보다 남명 조식의 가치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 책임은 3) 정과 일맥상통하기도 하지만 칸트의 도덕의무론에 가깝다.
최진기 선생님은 정의론 강의에서 6가지 잣대를 소개해 주셨다. 시장주의, 민주주의, 밴덤 공리주의, 맑스주의,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 센델/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론. (시장주의를 빼면 5가지, 칸트의 의무론은 언급만하셨다.)
간디의 7대 사회악도 함께 소개한다. 1) 원칙없는 정치, 2) 노동없는 부, 3) 양심없는 쾌락, 4) 인격없는 교육, 5) 도덕없는 상업, 6) 인간성없는 과학, 7) 희생없는 종교
마이클 센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4가지 잣대를 제시했다. 공리주의, 칸트주의, 자유주의, 공동선 (언급은 롤스의 평등 정의론 포함.)
조너선 하이트는 TED 강의에서 정의의 기준으로 5가지 기반을 제시한다. 1) 배려-피해, 2) 공평성-부정, 3) 충성심-배신, 4) 권위-전복, 5) 고귀함-추함. 나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 의문을 가졌는데, 자율성은 5가지 기준으로 해석되는 것인지, 즉 파생된 잣대인지, 아니면 독립적인 잣대(단자monad, 모듈)가 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바른 마음>에 의하면 ‘p328 내 연구 팀에서도 자유/압제 기반을 (임의로나마) 여섯째 기반으로 인식하게 되었고’라는 표현이 있으나 왜 ‘임의로나마’라는 표현을 삽입했는지 잘 모르겠다.
도덕의 기반 5가지 중 진보는 1) 배려-피해, 2) 공평성-부정의 기반을 강하게 사용하는 반면, 3) 충성심-배신, 4) 권위-전복, 5) 고귀함-추함의 기반은 약하게 사용한다. 보수주의자는 5가지를 고루 사용한다. 여기서 나는 이런 반론을 할 수 있다. 진보주의자는 5가지 기반을 고루 사용하나 보수주의자는 3)~5)의 세 가지 기반을 과도하게 사용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당황스러운 것은 진보주의가가 1) ~2)의 기반을 강하게 사용하는 과정이 3)~5) 기반을 억제함으로써 이뤄졌다는 것이다. 인지 발달, 인지 진화에 정향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시간의 정향성을 놓고 볼 때, 충성심, 권위 인정, 고귀함의 추구는 인간 본성에 가깝고 (인간 사회를 통한) 진화를 통해 배신, 전복, 추함의 인정 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5)번은 종교 발달과도 연관을 갖는데, 즉 종교인은 내재적 인간본성에 충실한 반면, 무신론자는 진화과정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영spirit에 대한 개념도 고차원적인 인지활동이 아니라 원시적primitive한 인지활동이다. 5개 기반(모듈) 중에서 2개의 기반을 사용하는 쪽(다양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시간의 정향적 인지 진화가 이뤄졌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