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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을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묵상이 되는 그림이 있다.
더 젊을 때는 그림을 보아도 잘 이해하기 어렵고 성경적인 의미도 잘 몰랐었기에 그림을 감상하는 묘미를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의 풍파를 지나며 ㅎㅎ 몇년 전에는 감흥이 없던 그림도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장요세파 수녀님은 일본 홋카이도의 트라피스트 여자수도원 입회하고 현 창원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에서 수도 중인 분이라고 한다.
천주교의 용어는 잘 몰라서 트라피스트, 여자수도원, 입회, 창원수정, 봉쇄수녀원 모두 낯설다.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우리나라 분이셨다. 봉쇄수녀원이라는 곳에서 글을 읽고, 기도하고, 말씀을 보며 하루종일 묵상하는 분의 관점이 담긴 에세이라 더욱 궁금해졌다.
p19
죄를 허용하는 사랑.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 자신을 떠나가는 것마저 허용하는 사랑. 이 비정한 아들은 모든 것을 탕진하고 나서야 마침내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죄가 죄로 드러날 때 비로소 보이는 사랑이 있습니다. 하나님 자비의 바다에는 죄도 차지할 자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 앞에서라면 좀 배짱 있게 하나님을 사랑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아흔아홉 번 잘못을 저질러도 백 번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 아니 그 이상 헤아릴 숫자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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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의 <돌아온 탕자>는 상상할 수 없는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다.
아버지 앞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돌아와 무릎을 꿇은 탕자, 그리고 그 모든 탕자의 잘못을 용납하고, 오히려 잔치를 벌이며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성경 속의 에피소드다.
그러고보니 탕자의 신발이 너덜너덜하고 한쪽은 아예 잃어버렸다. 그야말로 거지꼴로 돌아왔다.
그에 반해 아버지의 차림새는 부유함을 보여준다. 아버지 곁에 머무르기만 해도 둘째 아들은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을텐데 어리석게도 아버지를 무시하고 집을 나가 모든 재산과 자신의 몫을 탕진한다.
거기서 탕자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많이 오버랩된다.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알면서도 그 사랑의 소중함을 무시하고 멀리 멀리 떠나고 싶어한다. 내 힘으로, 아버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공해서 인정 받고 싶고, 또 아버지의 통제를 벗어나 내 멋대로 자유롭게 쾌락을 즐기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등지고 떠난 탕자의 결말은 비참하지만, 그 비참함 조차 용인하고 자식을 안아주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 그게 바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임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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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종교화를 보며, 그 당시 그림을 그렸던 화가가 어떤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렸을까 상상해보면서 감상해보는 묘미가 색다르다.
또 오랜 기간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며 그림을 바라보고 해석해주는 저자의 관점과 해설이 함께하니 더욱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이 책을 읽으며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나조차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다.
그림에 대한 책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더 깊이 묵상해볼 수 있게 되는 책.
그림이 기도가 되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하게 되어 감사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