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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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이 가득한 표지를 보면서 이것이 무슨 모양을 이루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을 가진다. 그냥 언뜻 봐서는 그 모양이 잘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가만가만 만져보면 저 종이학들이 그냥 뭉텅이로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어떤 그림 위에 덮여 있다는 것이 보인다. 본문 속의 죽음 중 엄마의 죽음이 이랬을까. 이렇게 표지에 코팅을 해서 무슨 그림을 숨겨 놓은 표지를 또 하나 기억하고 있다.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에서는 언뜻 보면 해골로 된 팔찌만 보이지만 책을 기울여 보면 그 속에 배트맨 그림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독특한 사고의 발상이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처럼 되지 못해."

173p

한 가족의 죽음이 주 내용이다. 부모와 자녀 둘이 살고 있던 집이었다. 겉으로는 평화로와 보였을 지도 모르지만 엄마는 아름다웠고 그런 엄마를 아빠는 감시했고 사춘기의 성적 욕망을 동생한테 푸는 오빠가 있었다. 그런 그들이 모두 한꺼번에 죽음을 당했다. 사건 현장은 그들의 살고 있던 집으로 딱 한 곳 화장실 창문이 열려 있던 것을 빼면 그 누구도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는 그런 닫힌 공간이었다. 누가 사건을 저지르고 도망간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집에서 나갈 수가 있었을까. 누가 나간 것이 아니라면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이 무언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벽장 속에서 수면제를 마시고 잠이 든 딸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사건은 미궁에 빠져 버렸다.

사건이 미궁에 빠지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를 그려낸다면 보통 범인을 잡는 내용이 그러지기 마련이지만 여기에서는 살아남은 딸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 딸은 여전히 힘든 삶을 겪고 있다. 제대로 사회생활을 영위해 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 딸과 가까와 지는 한 남자. 그는 그녀를 통해서 그때 당시에 이 사건과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고자 한다. 그는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이곳에, 악의 기회가 있다. 돌이킬 수 없을만큼 추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218p

[교단X]라는 작품과 [악과 가면의 룰]. 이 작가의 전작인 두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전작들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악을 소재로 또 다른 악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물었었다. 이 책이 그 답이 될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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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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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서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천천히 읽었다라는 USA투데이 기사에 너무 공감하며 읽었다. 일 때문에 읽다가 중간에 덮어야 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옮긴 후 다시 돌아와서는 벌써 읽어버린 앞쪽을 다시 확인하며 읽었다. 그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서는 새벽 2시가 넘게 줄기차게 읽어버렸다. 최대한 천천히 읽었다라는 기사에 공감은 했으나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나하나 꼭꼭 눌러가며 읽고 싶은 마음과 뒷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해서 자꾸만 뒤로 넘어가는 손이 일치가 되지 않았다.역시 할런 코벤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엘리자베스, 벡의 아내는 8년 전에 죽었다. 납치 당했고 시체가 발견되었다. 경찰이었던 그의 아버지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녀의 신원확인만 했을 뿐이다. 그 이후 시간이 흘렀다. 벡은 의사로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그때의 악몽을 기억한 채로 말이다. 그리고 그에게 메일이 왔다.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암호. 그렇게 그녀를 다시 본다. 화면 속에서. 죽었던 그녀가 화면 속에서 살아있다. 미안해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벡은 한 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 이제 혼란스럽다.

만약 엘리자베스가 살아 있었다면 지난 8년간 어디에서 숨어 지냈을까?

왜 하필 지금 모습을 드러낸 거지?

161p

8년 전 엘리자베스가 납치당했던 그 호수. 그곳에서 남자 두 명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것 뿐이라면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겠지만 거기에서 둔기가 하나 발견되었고 거기에는 벡의 피가 묻어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경찰에서는 당연히 벡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벡은 결정적인 단서로 인해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어쩌면 그의 의심이 '직감'만큼이나 신뢰할 수 없는 무언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97p

이미 넘칠대로 넘쳐버린 이야기와 익숙한 설정 들이기는 하지만 그것에 할런 코벤의 마법이 더해지면 익숙함은 새로움으로 변신한다. 그것은 감칠맛 나는 조미료가 되어 책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점점 더 빠르게 읽어버리게 만드는 요술 가루가 된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이야기가 진전이 되어 가면서 예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오고 조건들이 더해진다. 이거다 싶었다. 정확히 들어 맞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따. 마지막 한 방이 남았다. 그렇게 나는 또 백기를 들고 항복한다. 아직은 할런 코벤을 이길 수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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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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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갇힌 채 뜨거운 열기에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는 서장을 보면서 이런 일이 일본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는 어린이집 차량에서 발견되지 않고 남아 있다가 그런 적이 많았었다. 그로 인해 관련 법안도 만들어지고 여러가지 타개책을 내놓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마약이나 노름, 도박에 빠져서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부모들이 많다던가. 이래저래 아이들이 살아남기 힘든 그런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운 오너에,

묘하게 사람을 깔보는 데가 있는 통통한 프런트 직원과

백발의 오드아이인 요리사까지.

이 여관의 직원은 어째 다들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42p

여자와 남자 그리고 소년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각 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현실에서 힘든 상황에 놓여있고 그렇게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여관이라는 두 글자만 있을뿐 다른 어떤 표시도 없다. 주인공들만 등장하고 다른 손님은 없는지 조용하다. 손님은 없는데 직원은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특색있는 직원이다. 직원을 설명해 놓은 글을 잘 읽어가다보면 묘하게 어울리는 고양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름다운 오너란 잘 관리되어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를, 흰샌 바탕에 갈색과 검정색 무늬가 있는 옷을 입은 프린트 직원은 삼색 고양이를 그리고 오드아이는 고양이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니던가. 거기에 천방지축인 보이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고양이 총집합체가 된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도와준다. 자신이 맡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 저지른 일을 처리해야 하는 여자와 임신한 여자 친구에게서 도망치는 남자 그리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해고 당한 여자와 힘든 스포츠 동아리 활동에서 도망친 소년 그리고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여자까지 나이 대도 성별도 그리고 물론 이곳까지 오게 된 경우도 다양하다. 자발적으로 오게 된 경우도 있지만 길을 잃고 오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오기도 한다. 그들은 이곳에서 공통적으로 다섯 살 짜리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를 통해서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며 어떤 도움을 얻게 될까.

뒷표지에는 그곳에 머문 손님들은 어김없이 서늘한 악몽을 겪는다라고 적혀져 있지만 난 그들이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을 겪었다. 누구에게라도 위안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해 못할 수도 있고 오히려 답답해지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던가. 사람과 사람의 이해관계란 한계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이곳 미아키스에서는 다르다. 오드아이의 요리사가 해준 요리를 먹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하라고 적확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낸다. 

소설 속의 고양이들은 참으로 신기한 존재들이다. 현실의 고양이는 별로라 하고 무서워 하지만 소설 속의 고양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인간의 마음을 대변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을 외면하기란 앞으로도 계속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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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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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7살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완전 범죄를 꿈꾼다. 아니 실행한다. 이미 소년 시절이었을 때 경험해 본 바다. 하나의 살인을 위해서 아니 완벽한 살인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가 필요하다. 철저히 대상을 연구하고 들어가서 행할 일을 계획하고 나올 길을 준비한다. 경찰에 잡혀서 감옥에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럴 거라면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때까지 잡힌 적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살인자다. 

증거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사람을 죽이면 된다.

아무도 모르게 절대로 걸리지 않는 완벽 범죄 말이다.

12p

그에게 폭행을 가한 사람이 있다. 고소를 했다. 다시 찾아와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더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그는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이 가져올 더 큰 피해는 생각지 못한 채로 말이다. 아무리 완벽했어도 조사에 미흡한 부분은 남았다.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기는 놈 위에는 걷는 놈이 있기 마련이고 걷는 놈 다음에는 뛰는 놈 그리고 그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공장에 다니던 그가 모르던 세계는 늘 존재했고 그렇게 그는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끌려지게 된다. 자신을 때린 그 남자를 죽였냐고 묻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다. 대기업의 회장이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는 극구 부인을 한다. 발뺌을 한다.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본다. 결론은 하나다. 부인만 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그는 세상과 타협을 하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한다. 살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이제 그를 찾아온 사람은 검사다. 그는 덮어 놓고 대뜸 물어본다. 이러이러한 사람을 죽였느냐고 말이다. 이미 다 알고 온 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신병을 확보했으니 체포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검사는 왜 그를 개인적으로 찾아온 걸까.

다 아니다. 사람을 죽이고 그런 화려한 미래는 없다.

222p

범인인 그가 어떻게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범죄의 교과서가 되려나. 작가는 철저하게 그런 부분을 피해간다. 단지 그저 완벽하다고 할 뿐이다.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경찰의 검증을 피할 수 있는지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의 완벽함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행태만 반복될 뿐이다. 이쯤 되면 그의 능력을 이용한 그들에게 그가 봉이 되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 우리가 누구일지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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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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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라는 장르를 좋아한 적 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바뀌었다.

장르문학에 진심이 작가들이 쓰는 느와르는 또 무언가 다를까.

표제작인 전건우 작가님의 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 극장같은 단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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