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가 데뷔 20주년을 지나 한국 독자를 만난지 12년이 되어간다고 한다.
그럼 나는 마스다 미리와 만난지 얼마나 됐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다.
무려 10년 전으로 돌아가 2013년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로 수짱을 처음 만나 그 뒤로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와 <주말엔 숲으로>를 연달아 읽으면서 마스다 미리 덕후가 됐다. 그 뒤로 신작은 물론이고 마스다 미리 타이틀이 붙은 모든 이벤트에 참여했었다. 북클럽, 모의고사, 손글씨, 그리고 '차의 시간' 출간에 맞춰 진행됐던 마스다 미리 카페 이벤트까지...!! 덕후로서 참여할 수 있는 건 다 했을 만큼 나는 마스다 미리를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의 신작을 무려 동창회라는 이름으로 미리 만날 수 있었다.
동창생이라 불리우며 얼마나 신났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

이번 마스다 미리 신작은 2권으로 출간되는데,
1편은 마스다 미리의 인생론을 담은 <누구나의 일생>, 2편은 행복론을 담은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1편은 오늘을 사는 30대 일러스트레이터 나쓰코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평범한 일상이 주는 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됐다. 코로나 시절을 겪으며 우리가 한 번쯤은 해봤던 생각들과 너무 소소해서 스치듯 지나가는 많은 순간이 차곡차곡 컷으로 쌓여 오늘이 되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일상에서 하지 못한 말은 밤에 만화 속 인물들이 대신해주고 만화에 담지 못한 말풍선은 결국 컷 밖의 우리 몫이 되어 완성해 나가는 하루가 어찌나 다정하고 따수운지!

2편은 그동안 사와무라 씨 댁의 이야기를 만났던 사람들이라면 반가워 할 사와무라 히토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앞서 나온 사와무라 씨 댁의 이야기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의 일상에서 바라봤다면, 이번 히토미의 이야기는 40대를 앞두고 있는 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 마흔에도 정말 괜찮은가요 히토미상? 그렇게 물었던 질문은 나는 나일 뿐 변하지 않는 나를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답변으로 돌아왔다. 흘러가는 일상에 감동하고, 친구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곁에 계신 부모님과 보내는 일상, 그리고 여전히 사랑에 설레고 절망하는 모든 순간에 여전히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닐까.

소책자에 짧게 담긴 이야기에도 이미 마음이 크게 위로받았는데 출간되는 새 책에는 또 얼마나 마음을 따숩게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기대도, 절망도 없이 오늘을 사는 것.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
소책자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는 또 얼마나 따뜻하고 오래 머물고 싶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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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라면 가게 작은 곰자리 59
구도 노리코 지음,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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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아직 정식 수입이 되기 전부터 구도 노리코 팬이었던 나는

일본 츠타야 한가운데에서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구도 노리코를 외쳤었다!

츠타야를 돌고 돌아 구도 노리코 책을 발견하면 원서를 이고지고

바다 건너 내 방 책장에 꽂아두고 오래오래 꺼내봤었다.

그렇게 보던 구도 노리코 책을 이렇게 한글로 잘 번역되어 만나게 될 줄이야.

덕후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자주 출간되어주시니 더욱 감사하다💛





아무튼!!!!!

그동안 멍멍씨네 가게를 그렇게 털어먹던(!) 우당탕탕 야옹이들이 또 나타났다.

빵, 아이스크림, 카레, 케이크, 도깨비숲을 지나 이번에는 라면가게를 털러온 야옹이들!!!!

아니, 이 책 읽으면서 어떻게 라면 안 먹을 수가 있죠?!

바로 라면부터 끓여서 나도 한 사발 후루룩 마셨다.





이 시리즈의 포인트는 멍멍씨네를 염탐하는 것으로 시작해 가게를 일단 털고,

그러다가 사건에 휘말려 본의 아니게 모험을 떠나고,

아무렇지 않게 도망치다 멍멍씨에게 붙잡혀 부서진 가게를 수습하며

열일하는 야옹이들이라는 이 시리즈만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스토리라인이 자칫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을텐데

볼 때마다 어른인 나도 웃게 만드는 이 책의 힘은 아무래도 귀여움이 아닐까 싶다.

페이지를 가득 채워 구석구석 귀여움으로 가득 채워넣어서

야옹이들과 멍멍씨네 외에 엑스트라를 찾아보는 귀여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처음 읽을 때는 이야기 흐름에 따라 쓱쓱 넘기면서 한 번 보고

두 번째는 구석구석 그려진 그림들을 차근히 더 살펴보면서 보는데

그게 숨은 그림 찾는 느낌이 들어서 늘 재밌다!!!



구석구석 엑스트라 찾는 재미!!

온천에 앉아 라면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같이 앉아 먹고 싶어져서

또 라면을 끓이러 가야 할 것 같다......

다음 시리즈는 또 어떤 가게를 털어먹을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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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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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호라이>는 태초의 반란 호라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게 무슨 말인고 하면, "나는 호라이. 밥 위에만 있고 싶지 않아." 밥 위에 우뚝 선 호라이는 선전포고를 하고 길을 나선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 채, 길을 걸으며 나는 왜 호라이인지, 왜 하얗고 노란 것인지, 톡 하면 터질 것 같이 연약한지, 매끈하고 둥근 생김새까지 들먹이며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호라이는 마치 사춘기 시절의 나같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답이 딱히 뭐라도 상관없는 질문을 해가며 방황하는 모습이 말이다.

그저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반숙이 최고라고 외칠 줄만 알았지, 호라이의 존재나 행방같은 것을 떠올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에 고개를 숙인다. 그러는 사이 호라이는 끝없이 훨훨 자유롭게 날아 내가 모르는 세상을 유영하고 있겠지. 아니면 우주적 존재가 되어 이미 우리 곁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라이의 세계는 끝이 없구나!! 호라이!! 호라이!!!



도망치는 호라이...



태양이 된 호라이...



호라이 왕국에 도착한 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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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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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는 기발하고 엉뚱하고 유쾌한 호라이의 대모험을 그린 그림책이다.

우리가 예상한 계란후라이의 행방은 어디까지일까? 내가 아는 계란후라이의 행방에 대하여 적어본다. 밥 위에 올라간, 도시락 밥 밑에 숨겨진, 짜장면 위에 올라간, 후라이팬에 올려진, 바닥에 떨어진, 햄버거 사이에 끼워진, 함박 스테이크 위에 올라간 등등 사실과 경험에 의존한 행방만 줄줄이 읊게 된다. 아마 대부분의 어른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계란후라이의 형태를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에서 계란후라이의 모습을 한 '호라이'는 매우 자유롭다. 앞서 내가 적은 곳은 물론이고 친구네 집에도 놀러가고, 운동회, 하늘나라, 장례식까지 상상 이상의 곳에서 자리하고 있는 호라이를 만날 수 있다. 책장을 넘기며 다음의 호라이는 어디에 있을까 괜스레 궁금해지기도 하고 맞춰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조카도 궁금한지 빨리 넘기라고 성화를 부려 순식간에 호라이의 마지막 순간까지 만나게 됐다. (표지에 무릎 꿇고 앉은 호라이의 모습을 보고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시종일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주한 호라이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다가도 내 주변에도 호라이가 존재하는 곳이 있을 것 같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정도 상상력이면 내 주변에도 호라이는 분명히 존재할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평범한 일상이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다.



환생하는 호라이...



죽은 호라이...





친구 가방에 숨어있는 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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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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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으며 마감에 치이던 일상에 적잖은 위로를 받았던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 이어 그의 신작 소설인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를 읽게 됐다. 한여름 숲으로 초대받아 여름을 애틋하게 하던 시간을 지나 내 곁에 켜켜이 쌓여온 수많은 계절의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면 당연하게 홋카이도를 그리워 하게 되는 줄 알았건만, 읽으면 읽을 수록 그간 내 곁을 떠난 가족들의 수많은 장례식을 떠올리게 했다. 장례식장에 둘러앉아 각자 가지고 있는 고인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꺼내며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었지 애써 웃으며 이야기 하다가 결국 모두의 눈길이 영정 사진에 가 닿는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언젠가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이해하고 상처받은 사실에 놀랐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20여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으니 약간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히 '가족'이란 비슷한 인격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고, 우리는 진짜 다른 사람이구나 생각했던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이란 존재는 어느 집이나 다를 바가 없구나, 우리에게만 닥친 시련같은 것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다. 그러니까 결국 가장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다른 사람이 가족이었고, 그럼에도 모든 것을 이해하는 사람 역시 가족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다. 모두가 사라지고 모든 기억을 잃어도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섬세한 문장과 단어의 조합들이 나를 산속의 별장으로 안내했더라면, 이번 책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는 특유의 섬세함이 가슴에 하나씩 틀어박혀 나를 울렸다.

 

담담하게 써 내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모두의 이야기가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오래 여운이 남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은 전혀 슬프지 않았는데 책을 덮고 한숨 돌리는 사이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어쩌면 그게 지난 일들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앞으로의 그리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수명이 다하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은, 눈으로 우주의 끝을 보려는 것과 비슷했다. - P6

"핏줄이 이어진 부모 자식은 사실 성가셔. 핏줄이 이어지지 않은 타인에게 사랑받으며 자란다면 오히려 진정한 신뢰를 키울 수 있을지 모르지. 아이를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 - P90

자신도 자물쇠를 채우고 있다. 안쪽의 격렬한 뭔가를 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안쪽은 그저 텅 비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바깥에서 들어오려는 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고 싶은 마음은 아주 강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나도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 P225

멀다는 것에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을 작게 하여 보이지 않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은하계도 수십, 수백 광년이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소용돌이 모양의 형태를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P330

가족이란 환상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 P361

사라질 준비. 그것은 큰 고리를 중간 정도의 고리로 줄이는 일, 작은 고리를 중심을 향해 더욱 축소해가는 일, 고리였던 것은 결국 점이 되고 그 작은 점이 사라질 때까지가 그 일이었다. - P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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