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4주

1.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28일 개막됐는데요. 벌써 12회째를 맞았어요?

네.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제죠. 부산국제영화제가 작년 가을 15회를 맞았는데,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번에 12회째를 맞았습니다. 사실 이만한 역사를 갖고 롱런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전주영화제는 부산영화제에 이어 자리매김을 잘 한 셈이죠. 참고로, 대한민국의 대표 3대 영화제가 있는데요, 부산과 전주가 그 중 2개라면 나머지 하나는 어딜까요? 매년 여름 부천에서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그것입니다.

어쨌든 대한민국 대표 3대 영화제의 하나가 된 전주영화제가, 말씀하신대로 28일 개막식을 갖고 다음주까지 전주 시네마천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개막식에서는 김상경, 김규리씨의 진행으로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참석해 영화제의 시작을 빛냈습니다. 영화제는 5월6일까지 9일에 걸쳐 진행이 될 예정이고요, 총 38개국 190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전주영화제는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올해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양한 영화 제작 방식을 탐색하는 ‘폰 필름 페스티벌’이 열리고요. 참신한 영화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전주 프로젝트 마켓’도 선보입니다. 또 전주영화제의 대표 선수 중 하나로 두터운 영화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불면의 밤,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질 지프 페스케이드의 야외공연 등 풍성한 공연도 영화제 기간에 함께 합니다.

주말 전국적으로 비소식이 예고돼 있는데요, 전주로 영화여행 가셔서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는 극장에서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오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2.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징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예산과 상영작 규모면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은 국내 2위의 영화젠데요, 올해는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에 덩치를 키우기보다 ‘세계 대안·독립영화의 메카’라는 이미지 구축에 힘을 쏟기로 했는데요.

우선 상영작 규모가 작년보다 줄었습니다. 이는 다소 특이한 현상인데요, 대개의 영화제는 작년보다 규모를 키우는 것이 관행이거든요. 작년에 209편을 상영했던 전주영화제는 올해 190편(장편 131편, 단편 59편)으로 상영편수가 9% 줄었습니다.

대신 다른 반대급부가 있겠죠. 예년에 비해 더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출품됐습니다. 작품 다양성 측면이 강화된 거죠. 아울러 질 높은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프리미어 작품은 증가했고요.
뭣보다 올해 전주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전 부문에 걸쳐 다큐멘터리와 한국영화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전체 상영작은 줄었지만 다큐멘터리는 편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작품의 스펙트럼도 넓어졌습니다. 특히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지우는 작품들도 많아졌습니다. 한국영화는 국제경쟁 부문에 1편, 한국경쟁 부문에 10편을 비롯해 쇼케이스에 7편, 애니페스트 4편, 로컬 시네마 5편, 영화보다 낯선 부문에 3편이 출품됐습니다. 

전주영화제는 작년에 국내 영화제 가운데 최초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지프(JIFF)’를 선보인 바 있는데요, 올해는 세계 영화제 최초로 스마트패드 전용 인터랙티브 매거진 ‘지프 온(JIFF On)'을 발간했습니다. 다양한 영화제 정보들을 데일리 형식으로 만나실 수 있고요. 아이패드(애플) 전용 앱으로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3. 개막작은 어떤 영화였나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나라인 이란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개막작으로 상영됐습니다. <씨민과 나데르, 별거>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별거에 돌입한 이란의 중산층 부부가 겪게 되는 이야긴데요, 이란 사회의 현주소를 잘 다룬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곰상과 남녀주연상을 탔는데요, 이야기의 밀도나 배우들의 연기 등이 잘 조화돼 영화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들을 설득력 있게 엮어내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참고로, 제목의 씨민과 나데르는 영화의 두 주인공 이름이고요, 두 사람의 별거가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올 여름, 국내에 개봉이 잡혀 있습니다. 혹시 이번 기회에 보지 못하신다면 올 여름까지 기다리시면 될 것 같네요.

4. 어떤 영화들을 주목해 보면 좋을까요?

우선 전주영화제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자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삼인삼색’. 영화제 상영과 국내외 배급을 목적으로 세 명의 감독이 단편을 내놓는 이 섹션에는 올해 세계적 명장인 장 마리 스트라우브, 클레어 드니,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이 참여했습니다. 세 명의 감독이 엮은 디지털 단편을 주목하셔도 좋을 것 같고요.

세계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감독들의 특별전에는 올해 4명의 감독을 만날 수 있는데요. 최근 아시아에서 가장 각광받는 영화의 나라로 떠오른 필리핀의 독립영화 대부 키들랏 타히믹, <디지털 삼인삼색>에도 참여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게린, 멕시코의 신성 니콜라스 페레다, 그리고 한국의 이명세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편영화 제작 지원 프로젝트 ‘숏!숏!숏!’에 선정된 <똥파리>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과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부지영 감독의 <산정호수의 맛>은 <애정만세>라는 타이틀로 묶여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됩니다. 

올해 전주영화제의 강세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보면, 한국장편경쟁 부문에 출품된 <보라>, <동굴 밖으로>, <사랑할 수 없는 시간>도 주목을 받고 있고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의 원인을 통찰한 다큐멘터리로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작인 <인사이드 잡>도 볼 만한 작품입니다. 베르너 헤어초크의 다큐로 3D 상영되는 <잊혀진 꿈의 동굴>,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흥망성쇠를 그린 <잊혀진 공간> 등도 있습니다.

이 밖에 급진주의적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이 1973년 테러의 길로 들어서 1994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기까지의 삶을, 5시간30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담은 <카를로스>, 스페인 영화 <네가 원한다면>, 일본 유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내일의 죠>, 홍콩의 두기봉, 위가휘가 공동 감독한 <단신남녀> 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관객들을 잠 못 이루게 할 ‘불면의 밤’ 섹션에 상영될 다양한 영화들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봄밤의 정취를 새벽까지 품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5. 특별한 프로그램,,, 한국영화 특별전도 상당히 준비가 많이 돼 있는 것 같더라구요?
 

한국영화 감독들의 다양한 작품들도 이번 전주에서 선을 보이는데요, 쇼케이스 부문과 한국 영화감독 특별전이 마련돼 있습니다.

쇼케이스 부문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 지원한, 얼마 전 개봉을 했던 영화죠.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비롯해서 역시 임권택 감독의 작품으로 디지털 복원된 <만다라>가 상영됩니다. 또 작년에 개봉했던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여자>,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연애 조작단>이 스크린에 오릅니다. 야외 상영무대에서는 최근작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그대를 사랑합니다>이 상영되고요.

올해 한국 영화감독 특별전의 주인공은 한국영화계의 최고 스타일리스트인 이명세 감독인데요, 1988년에 만들어진 데뷔작 <개그맨>을 비롯해 전작 8편과 두 편의 메이킹 영화 <조선 느와르:이명세 ‘형사’ 만들기>와 <M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상영됩니다.

6. 전주국제영화제,,, 어떤 별들이 출동할지도 궁금합니다?

영화제, 하면 역시 스타들을 빼놓을 수 없죠. 전주도 스타들의 행렬에 매혹될 듯싶은데요, 우선 개막식에서 많은 스타들이 레드 카펫을 밟았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상경, 김규리씨를 시작으로 전주영화제 홍보대사인 정일우, 김소은씨가 모습을 비쳤고요.

강수연, 조재현, 이연희, 정찬, 손은서, 홍수아, 이채영, 김혜나씨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전주를 찾았고요. 한국 영화감독 특별전을 위해 영화제를 찾은 이명세 감독도 자신의 영화 <M>에 출연한 배우 이연희씨와 나란히 등장해 플래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특히 이명세 감독 특별전에는 이명세 감독이 모든 영화의 ‘관객들과의 대화’에 참석하고요, 각 영화의 배우도 함께 자리하게 됩니다. <지독한 사랑>의 강수연씨, <형사: Duelist>의 하지원씨, <M>의 이연희씨 등이 등장하게 되고요.

'한국 영화 쇼케이스' 섹션을 통해서는 임권택 감독, 홍상수 감독, 류승완 감독이 관객과 만나고요, 조용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죠,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순재, 윤소정씨도 관객을 만날 계획입니다.

7. 폐막작은 어떤 작품이 선정돼 있나요?

대개의 영화제는 폐막작을 미리 정하고 상영을 합니다만,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특별한 시도를 합니다. 폐막작을 미리 정하지 않고, 한국 장편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을 폐막작으로 상영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장편경쟁 부문에는 총 81편의 작품이 출품돼 10편이 최종 선정됐는데요. 국내외의 저명한 영화인 3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 의해 수상작이 결정됩니다. 최우수작품상(JJ-St★r 상)은 부상으로 1000만 원의 상금이 받고,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한편 폐막식은 5월6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고요, 사회자로는 배우 박재정, 김혜나씨가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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