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4주
1. 베를린 영화제 결과가 나왔죠. 시일이 좀 지나긴했습니다만, 정리를 좀 해 볼까요?
한국시간으로 지난 20일 막을 내렸죠.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우선 기쁜 소식부터 말씀 드리자면, 한국 영화가 사상 처음으로 베를린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서 황금곰상과 은곰상을 차지했습니다.
일전에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박찬욱 감독과 동생 박찬경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작품이죠. <파란만장>.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더 큰 화제가 된 바 있는데요, 1등상인 황금곰상이라는 큰 상을 탔습니다. 오광록씨와 가수를 겸하고 있는 이정현씨가 호흡을 맞춘 30분짜리 이 영화는 무속과 판타지가 혼합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어 양효주 감독의 <부서진 밤>이 2등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의 영예를 차지했는데요, 두 보험 사기꾼이 범행을 저지르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습니다. 국내 단편영화계의 척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두 편의 수상은 큰 경사이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소식이랄 수 있겠습니다.
다만, 많은 국내 팬들이 기대했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현빈씨는 수상의 영예를 안지는 못했습니다만, 함께 연기했던 임수정씨는 베스트 포토상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수상 결과를 말씀드리면, 장편 경쟁부문에서는 이란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나데르와 시민, 별거>가 황금곰상을 탔습니다. 이란의 현실을 다룬 작품인데요, 사법체제, 종교문제, 가치관의 갈등 등을 담았습니다.
이 작품은 최근 중동의 민주화 등과 맞물려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심사위원들은 이 영화에 출연한 남자와 여자 배우 전체에게 각각 남녀 배우상을 수여하는 파격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은곰상인 심사위원 대상은 헝가리 출신 벨라 타르 감독의 <토리노의 말>이 받았습니다.
- 박찬욱 감독 형제의 수상 소식, 앞으로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영화계 판도를 좀 흔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네, 섣부른 판단은 내릴 수 없습니다만, 지난해 3D가 영화계를 흔들었다면, 이번에는 스마트폰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베를린영화제 수상도,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는데요. 기발하긴 해도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죠.
결국 관건은 창의성이자, 영화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쩌면 영화라는 매체는 새로운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면서 계속 진화해나가는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스마트폰이 영화계의 대세나 주류가 되진 않겠지만, 하나의 방식으로서 충분히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고요.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계기도 될 것 같습니다.
이에 전주국제영화제(JIFF)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단편영화 공모전인 ‘JIFF 폰 필름 페스티벌’을 신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취지고요,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작품을 접수해서, 영화제 기간에 이를 상영할 방침입니다.
2. 영화 <헬로우 고스트>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있네요?
작년 연말 개봉해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며 올해 처음 300만을 돌파한 영화였죠. <헬로우 고스트>. 내용은 많은 분들이 아실 거예요. 한 남자가 변태 할아버지, 골초 아저씨, 울보 아줌마, 초등학생 등 네 명의 귀신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미디와 감동으로 버무린 영화였죠.
이 <헬로우 고스트>가 미국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거물급 감독과 손을 잡아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나홀로 집에 1, 2> <해리포터1> 등을 감독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제작사와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평소 콜럼버스 감독은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고, 최근 LA에서 선보인 <헬로우 고스트>를 보고 리메이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알려졌는데요. 리메이크 계약을 체결하면서, “코미디, 드라마와 다양한 감정적 주체들이 녹아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영어권 관객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정확하게 언제 촬영에 들어가서 개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만, 영어권 관객들에 맞춰 어떻게 리메이크될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3.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올핸 어떤 작품이, 어떤 배우가 수상하게 될지,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늘 이맘때면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을 하는 행사죠. 한국시간으로는 28일 오전에 볼 수 있는데요,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 많은 분들이 어떤 영화와 배우들이 어떤 상을 탈 것인가를 놓고 예측 혹은 예언, 아니면 내기까지 하시던데요. 특히 올해,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 주요 상을 놓고 뜨겁습니다. 사실 아카데미 구미에 맞는 작품이나 배우들이 있긴 한데요, 그렇다고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쉽게 예상을 할 순 없습니다.
곧 국내 개봉이 잡힌 작품들이죠. <킹스 스피치> <더 브레이브>가 각각 12개,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상태고요, 작년에 개봉했던 <소셜 네트워크>도 8개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새겨놨습니다.
우선, 가장 많은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킹스 스피치>는 말을 더듬는 영국 왕 조지 6세의 연설 공포증 극복 과정을 그렸는데요, 주연을 맡은 콜린 퍼스는 앞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번 아카데미도 강력한 수상 후보로 올라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남자 배우들도 쟁쟁한데요, 작품상에서도 경쟁을 하고 있죠.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 창립자로 극중 독특한 개성을 지닌 마크 주커버그 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도 후보로 지목됐고, <더 브레이브>에서 연방보안관 역을 맡았고,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탄 제프 브리지스도 있습니다. 이밖에 <비우티풀>의 하비에르 바르뎀, 현재 국내 개봉중인 영화 <127시간>의 제임스 프랭코가 후보에 있습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 여우주연상에 베팅을 걸었는데요, <블랙 스완>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인 나탈리 포트만이 유력한 후보입니다. 사실 저도 여기에 걸었는데요. 이미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요. 나탈리 포트만의 새로운 연기 변곡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 결정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래빗 홀>의 니콜 키드먼, <블루 발렌타인>의 미셸 윌리엄스,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아네트 베닝이 함께 후보에 올랐고요, 물론 결정은 나지 않았습니다만, 아네트 베닝이 세 번째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번에도 수상의 영예를 다른 배우에게 돌려야 할 것 같아서 약간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이번 시상식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의 하난데요, 감독상입니다. 유난히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던 감독이죠. <소셜 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 경쟁 후보인 <블랙스완>의 대런 애로노프스키, <더 브레이브>의 코언 형제,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 등 쟁쟁한 감독들이 있지만, 다른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작품상은 <소셜 네트워크>와 <킹스 스피치>의 대결로 압축되는 형국이고요, 이 두 작품 중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영화가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4.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블랙 스완>이 예매율이 높습니다. 아카데미 효과일까요? 이번 주 박스오피스와 개봉작들도 함께 정리해 주시죠.
박스오피스에서는, 다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는데요, 현빈 효과로 지난주 예매율에서 1위를 달렸던 <만추>가 2위를 기록한 반면, 예매율 2위였던 <아이들…>이 현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아 1위에 올랐습니다. <만추>가 다소 예술영화적인 성격이 강하다보니, 대중성면에서 <아이들…>이 어필하지 않았나 싶고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계속 뒷심을 발휘하면서 3위에 올랐는데요, 누적 관객수는 4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최초의 400만 돌파 영화가 됐고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이 4위, 리암 니슨의 <언노운>이 5위에 올랐습니다. 다만,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대니 보일 감독의 <127시간>은 개봉전 기대보다 관객을 끌어 모으지 못해 6, 7위에 랭크됐습니다.
이번주 개봉작은, 앞서 말씀드린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의 영향권 안에 있는데요, 나란히 작품상 후보에 올라 있는 <블랙 스완>과 <더 브레이브>가 나란히 개봉했습니다. <블랙스완>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에 대한 입소문이 퍼진 영향인지,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예매율에서 1위에 달리고 있습니다.
액션 블록버스터인 <아이 엠 넘버 포>도 개봉을 했고요, 예매율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액션스타 제이슨 스태덤을 내세운 킬러영화 <메카닉>도 선을 보였고요.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는데요, 동물 캐릭터를 내세운 <알파 앤 오메가>가 가족 관객을 겨냥했다면, <극장판 유희왕:시공을 초월한 우정>은 <유희왕>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 영화로는 <혈투>가 개봉했습니다. 작년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시나리오를 썼던 박훈정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환데요, 광해군 시대,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한 세 명의 장수가 펼치는 시대극입니다.
이밖에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이라크를 배경으로 하는 <바빌론의 아들>, 도쿄를 찾은 유럽인의 시선을 다룬 영화 <센티미엔토:사랑의 감각>도 선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