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2주

1.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드디어 개막됐죠?  

네,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다소 명성이 바래긴 했지만 칸,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영화젠데요, 오는 20일까지 11일간 펼쳐집니다. 개막작으로, 국내에도 4월 개봉이 계획돼 있는, 코언 형제의 <더 브레이브>가 상영됐고요, 공식 경쟁부문에는 16편이 진출해,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칩니다.

- 우리나라 작품들, 어떤 작품들이 선보여질 예정인가요?

이번에 한국 작품은 무려 9편이나 출품됐습니다. 베를린영화제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영화가 선을 보이게 된 건데요, 공식 경쟁부문에는 이윤기 감독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유일하게 올랐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배우죠. 현빈씨. 임수정씨와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죠.

현빈씨가 출연한 또 다른 영화인 <만추>도 포럼 부문에 진출했습니다. 김태용 감독 작품인데요, 탕웨이와 멋진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고요. 같은 부문에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 참여>, 박경근 감독의 다큐 영화 <청계천 메들리>도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단편 부문에도 2편이 선을 보였는데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친동생이자 설치미술가인 박찬경씨와 함께 연출한 <파란만장>, 양효주 감독의 <부서진 밤>이 주인공들입니다. 파노라마 부문에는 이보다 많은 3편입니다. 이미 국내에도 개봉해서 많은 관객을 모았었죠.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를 비롯해서, 김수현 감독의 <창피해>, 전규환 감독의 <댄스타운>도 베를린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배우들도 대거 베를린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는데요, 3월 군입대를 앞두고 출국 여부에 관심이 몰렸던 현빈씨는 오는 15일 출국해 폐막식까지 머무를 예정입니다. 이밖에 임수정, 이정현, 오광록씨도 참석을 확정했고요, <부당거래>에 출연한 류승범씨는 형이자 감독인 류승완 감독과 함께 영화제에 발을 디딥니다. 

- 수상이 점쳐지는 작품이나 배우는?

우선 황금곰상을 놓고 경합하는 작품들을 보면, 랠프 파인스가 연출ㆍ주연한 <콜리올라누스>를 비롯해 미국 감독 미란다 줄라이의 <더 퓨처>, 헝가리 벨라 타르 감독의 <토리노의 말>, 프랑스 미셸 오슬로 감독의 3D 실루엣 애니메이션 <밤의 이야기들>, 금융위기를 앞둔 투자은행 이야기를 담은 <마진 콜> 등이 올라와 있는데요, 베를린영화제가 정치 성향이 강한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금융 위기를 다룬 <마진 콜>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한국 영화들의 수상에 대한 기대 또한 있죠.

심사위원장은 스웨덴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과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유명 배우 겸 감독 이자벨라 로셀리니가 맡는다.

한국영화론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이윤기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와 인연이 깊습니다. 우선 2005년 <여자, 정혜>로 포럼 부문에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받은 적이 있고요, 2006년 <아주 특별한 손님>, 2008년 <멋진 하루>를 모두 포럼 부문에 진출시킨 바 있습니다. 이 영화 주연인 임수정씨 역시 2007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특별상인 ‘알프레도 바우어상’을 받은 바 있고요.

뭣보다, 계속 언급하게 되는데요, 어메이징한 남자, 현빈씨가 두 편의 영화를 이번 영화제에 진출도 시켰겠다, 국내 팬들은 현빈씨의 수상 여부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한 <창피해>는 동성애를 그린 퀴어 영화인데요,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퀴어 영화에 수여하는 ‘테디상’의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2. 안타까운 소식이 이번 한 주 영화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는데요. 단편영화 <격정소나타>의 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씨가 요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죠?

우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른두 살 젊은 나이로 숨진 최고은씨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양에 있는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최고은씨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는 와중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수일을 굶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며칠 째 아무것도 못 먹고 있습니다. 남는 밥과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쪽지를 이웃집에 남겼는데요, 이 쪽지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최고은씨는 지난 2006년 <격정소나타>로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하고 유망한 시나리오 작가로 주목받으며 활동했는데요. 그러나 집필한 시나리오들의 영화 제작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생활고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화려한 줄 알았던 영화계의 또 다른 이면인, 열악한 환경에 대한 개선책도 좀 있어야할 것 같네요?

네, 말씀하신대로 영화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영화계에선, ‘누구 하나 죽어야지 영화산업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려가 있었는데요,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고, 뒤늦게 제도 개선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영화계에서 시나리오 작가는 가장 낮은 위치 중의 하나인데요, 4대 보험 보장이나 최저 임금도 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과거엔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 진행비를 받기도 했지만 2006년 영화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이마저도 사라졌고요. 적은 계약금을 받는데다, 영화 제작이 무산되면, 나머지 돈도 받기 힘든 구조인데다, 시나리오를 넘김과 동시에 저작권도 넘기는 것이라, 저작권 수입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한 작가는, “열정을 착취하지만 보상은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말도 했고요.

사실 최고은씨의 죽음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앞서 뇌출혈로 쓰러져 지하 전세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인디뮤지션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과 맞물려, 청년층의 분노가 솟구치고 있는 한편, 사회구조적으로 이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습니다. 

영화노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실업부조제도의 현실화를 촉구했고요, 각 단체나 당국에서도 공론화와 제도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펴고 있는데, 제대로 된 제도와 정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 2011년 새해, 우리영화의 흥행, 겨울 한파를 잘 견뎌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박스오피스와 설 연휴 개봉작들도 함께 정리해 주시죠.

설날연휴까지 낀 박스오피스에서는, 김명민, 오달수씨 주연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1위에 올랐습니다. 무려 110만명 이상이 찾았는데요, 누적관객수도 270만명을 넘어섰고, 이번주 예매율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어 무난히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2~3위는 관객 수에서 절반 이상 뚝 떨어진 50만명 대였는데요, <걸리버 여행기>가 2위, <평양성>이 3위로 4만 명의 근소한 차이가 났습니다. 4위는 <글러브>가 차지했는데요, 감동적이라는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누적관객은 15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5위는 <상하이>가 차지했고요, 주목할만한 것은 차태현씨가 주연한 <헬로우 고스트>가 올해 첫 300만 관객 고지에 올라섰습니다.

이번주 개봉영화를 말씀드리면, 애니메이션 두 편이 눈에 띄는데요, 그림형제의 동명 원작을 각색한 3D 애니메이션 <라푼젤>이 개봉했습니다. 미국에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요, 18년 동안 탑 안에서만 지낸 라푼젤이 도둑을 잡아 집밖으로 모험을 단행하는 이야깁니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모험담이고요, 이번주 예매율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라푼젤은 '상추'라는 뜻입니다.

다른 한편은, <프랑켄슈타인>과 <노틀담의 꼽추> 설정을 빌려온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로 존 쿠색과 스티브 부세미 등이 목소리를 연기를 맡은 애니메이션입니다.

3주 전에 말씀드렸죠.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제작을 맡은 3D 해양어드벤처인 <생텀>도 극장에 걸렸습니다. 장엄한 해저를 배경으로 처절한 생존 게임이 펼쳐지고요, 예매율에선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참 좋아하는 여배운데요,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한 영화가 이달 에만 두 편 선보입니다. 먼저 애시튼 커처와 짝을 이룬 로맨틱 코미디 영화 <친구와 연인사이>가 먼저 개봉했고요, 두 남녀의 밀고 당기는 연애가 볼만합니다. 여성 팬들의 호감을 얻으면서 예매율에선 4위입니다. 
 
이밖에 1930년대 파리를 보여주는 뮤지컬영화인 <파리 36의 기적>과 40년간 근속한 기관사의 이야기를 다룬 <오슬로의 이상한 밤>이 개봉을 했고요, 앞서서 한국영화들이 대거 개봉하고 선전을 이어간 영향인지, 이번주에 개봉한 한국영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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