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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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을, 듣기에도 풍성한 이 말을 안고 밖으로 나가보자. 어떤가? 보기만해도 젖어들것 같은 푸른 하늘을 보는 감상은? 어느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긴 여름을 보내고 피어난 국화꽃의 빛깔은? 나는, 그 앞에서 '아름답구나'라는 탄성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너는 아름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데?'라고 묻는 다면 나는 얼버무릴 것이다.

그냥, 보기 좋은게 아닐까? 균형이 맞고 조화로운 상태를 일컫는 말일까? 호감이 가는 두드러진 모습이 맞지 않을까? ... 이렇게 사전적인 정의를 찾고 나서도, 나는 이 정의에 어긋나는 다른 어떤 것 앞에서도 아름답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왜? ... 왜, 아름다움을 보는 나의 기준은 이렇게 어지러울까?

그것에 대한 대답과 이제까지의 철학적 논의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미학 오디세이라는 제목으로 고대부터 거슬러내려오며 '美'에 대한 당시의 사람들의 시선을 쫓아가는 작가의 방식은 논리적이며, 뚜렷한 중심을 잡아내고 있기 때문에 '철학'에 대해 무지한 나같은 보통 사람들도 주저 없이 이 책을 펼쳐도 좋다.

미와 예술, 이 결속력 강한 두 가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며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집요한 탐구를 보여주는 이 책은 우선은, 무척 흥미롭다! 그 예를 일일이 찾는 것은 이 책을 읽게 될 당신의 몫이기 때문에 넘어간다. 아~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 수 없는 그 그림을 이해하게하는 기회를 즐기는 것도.. 또는 당시의 사람들의 생각에 '좀 어리석지 않나'라는 후대인 특유의 비판을 보태보는 것도 당신의 몫이다. 그럼, 넌 뭘 쓰고 싶은거냐고 묻는 다면, 그것은 ...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에 대해서 집착하는 것은 왜 일까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1년 동안 학교에서 '미학'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접했던 얘기들을 간단하게(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이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지않는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냐, 이미 이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냐' '예술품에 미를 담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모두가 아름답다고 할 때, 왜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이냐' 등등의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이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이런 생각들이 '시학'이나 건축술, 우리가 탄성을 터트리는 '모나리자' 그림을 만들어 냈던 물음의 시작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나름대로 미학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결국 무엇일까를 이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한다.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름다움은 결국 본능이다" 라는 데는 합의한 우리들. 하지만, 본인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결국 학습일뿐이다. 그것이 어떤 것에서 오는 학습이든간에' 하지만, 친구는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이 본능이든,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것도 결국은 본능이다'라는 견해를 내세웠다. 글쎄, 끝은 어떻게 났는지 알 수 없다. 생각해보라, 몇 백년을 연구해 온 많은 철학자들도 한데 모으지 못한 그 견해를 고작 20살을 넘어선 어린 여자둘이 어떻게 결과를 낼 것인가?

몇 가지의 굵직한 줄기들이 인류가 지탱해온 '미'에 대한 강박관념들을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처럼 다른 질문들을 찾아가게 하는 안내서가 되게는 도와 줄 것이다. 그리고, 무척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깊게 파고 들지 않아서 일지 몰라도, 나에게 이정도의 이야기들은 꽤나 많은 도움을 줬으니까. 그리고 미술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는 기회가 되주기도 하고 말이다.

철학은 딱딱하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아름다움은 하나라는 편견을 버린다면, 이 책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철학의 길은 꽤나 기분좋은 시간을 준다는 것은 약속하고 싶다. 참, 뒤죽박죽 엉켜져버린 나의 리뷰가 이 책을 즐기려는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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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온 소년 1
나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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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사람 작품이라면 믿을 수 있어. 재미있을 거야. 기대돼.

이런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가가 있다. 이 작가가 그렇다.

나예리라는(하니에서 나오는 그 나예리가 아니다..) 작가의 이름은 나에게는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무엇을 그려서 내놓던지 분명히 재미있을거라는 확신은 부담없이 책을 고르게 만든다.

달에서 온 소년. 예쁜 제목과 어딘가 신비감이 묻어나는 책 표지를 넘기고 나면 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뚜렷한 펜 선으로 그려진 멋진 인물들이 생동감을 가지고 움직인다. 일부로 '그 사람은 멋지다' '꽃미남' 이라는 표식을 달지 않아도, 오~ 멋진걸. 이라는 말이 뚝뚝 내뱉어지는 멋진 사람을 그려낼 줄 아는 작가의 그림은 질리지 않는 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작품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를 파고든다. 아, 물론 철학책은 아니다. 무척 재미있다. 밝혔다 시피. 가족안에서의 관계, 좋아하는 사람, 좋아질 것 같은 사람, 좋아했던 사람, 그런 사람들틈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혼자라고 느껴야 하는 외로움을 달래며 의지한다.

안나라는 이제 막 재수생의 쓴 출발선을 밟아야 하는 어린 소녀는 그 외로움의 끈을 놓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버지'로 대변되는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가끔은 독기를 품은 여린 아이의 그 마음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순간 허망해지는 내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리움'을 찾아 나선다는 것. 그건, 누구에게나 절실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아론' 참, 간만에 보는 '섹시한' 인물이로세. 라는 것이 나의 첫 느낌. 무언가 확실히 잡히는 것이 없는 그 매끈한 얼굴 뒤에는 여자의 직감으로 느껴지는 슬픔이 자리한다. 그런점이 또 보호본능을 자극 하는 법이지만. 더 이야기가 진행되야 알 수 있겠지만, 아론이 숱한 많은 사람들에게 향하는 일괄적인 애정의 곡선과는 다른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은 안나에게 향해있다.

안나와 아론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이름을 알 수 없는 소년, 아론에겐 적의를 안나에겐 호의를 주는 민우란 인물, 안나를 3년동안 죽어라 쫓아다니다 아론에게 화살을 돌린 찬섭군..)과의 이야기도 무리없이 잘 진행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둘의 이야기에 새삼 가슴이 뛴다. 누구에게나 올려다 보고 마는 '달'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보이지만 잡히지 않아서 더 애타는 그런 존재가 있는 법이다. 이 이야기는 이런 그리움을 어떻게 그려 낼까?

기대감이랄까.. 어떻게든 되겠지만, 어떻게 될 지 궁금한. 모처럼만의 감정이입이 진하게 일어나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셈이다 - 이 작품이 연재되던 오후라는 격월간지가 폐간됐기 때문이다. 정말, 화가 난다. 만화라는 콘텐츠를 좀 살리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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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베리의 살롱 1
권교정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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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O를 사랑하는 나.

재치가 있다. 여유가 있다. 유머가 있다. 생각이 있다.

이 네가지가 내가 권교정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야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이끌어나가는 탄탄한 솜씨를 재치로,

그 이야기의 흐름을 독자로 하여금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표현력을 여유로,

웃기는 것이 아니 웃을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기발함을 유머로,

마지막으로 사소한 표현과 대사부터 작품 전반의 내용들에 심장이 혹은 머리가 반응하게 만드는 노력을 생각으로.

아마, 권교정이라는 작가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작가의 이런 면을 놓치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완결이 나오지 않을지 언정!! 대체 완결은 나올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지 언정!! 끝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작품들 앞에서 또 다시 새로운 작품을 내버리는 그 단호함에 놀랄 지언정!! 그 작품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킹교인'들의 숙명이랄까..

어찌됐든, 이 작품..

역시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인물들의 그 뚜렷한 생동감. 그림의 정확성이랄까 이런 것들을 넘어서서 인물을 대할 때 스며드는 또렷한 현실감이 있다고나 할까. 늘 그렇지만 인물을 한없이 사랑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 이다. 이 작가는.

작가가 "나에게는 숙제와도 같은 작품" 이라며 꼭 그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는 이 작품은, 권교정 작가를 잘 모르거나 혹은 만화와 안 친한 친구에게는 권할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아직 잘 모르지만, 에필과 그 주변의 인물들과 세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작가 자신의 세계 역시 이 작품안에는 존재한다. 갑자기 괴리감이 생겨 한참 머뭇거렸지만...(어? 이거 내가 좋아하는 중세물 아니었나? 에~~아님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명랑물? 그도 아님..SF? 라고 중얼거리게 된다고나 할까??)

그 세계에 쉽게 적응이 되지 않을테니까, 일단은 추천은 뒤로 미뤄놓고 나만 즐기자!! ^^

라는 것이 이 책을 접하는 나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여전히 사소하며 여유로운 그러면서도 눈물이 나올것같은 작은 허무함이 작품 전반에 걸쳐져 있고 책장을 넘기면서 난 여전히 내가 GYO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끝이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기대하는 "끝" 그것을 버리는 것. 그 때 이 만화의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던지며 Gyo에 대한 내 애정 전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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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4-12-1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킹교의 열렬 팬이죠. 연재물만 빨리 나와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는데. 그죠?

기다림으로 2004-12-1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시작님^^ 오랫만에 킹교 동지를 만나서 너무나 반갑고 기쁩니다~ 사실, 끝권을 빨리보는 기대는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때되면 어느 한권이라도 제대로 나와주기를 바랄뿐이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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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고프다는 말을 알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 말이, 사실은 모르는 말이 었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하루 한 끼의 식사도 거르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배고픔,  그런 내가 어떻게 물 한 잔도 못 먹을 정도의 배고픔속에서 사는 아이들을 이해한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태어난지 3일 된 아이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못하고, 독초를 먹여서 죽여야 했던 독하고 독한 그래서 슬픈 어미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안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내가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면 결국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려 주는 그런 책입니다.

...

인생을 수월하게 살아왔을 것 같은, 어쩐지 평탄한 인생길을 걸어왔을 것 같은 눈매가 고운 국민배우 '김혜자' 스스로도 '어려움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왔다'고 말할 수 있는 행운을 간진한채 살아온 이 분의 말은 세련되지는 않지만 솔직하고 담백하게 마음을 울린다.

TV에서 신문에서 연일 자신의 자선활동을 내보내는 것을 내키지않지만, 그것이 '배우'라는 자신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도움의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이 분이 말은 어린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굉장히 영리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게끔한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안다는 것은 그리고 결국은 그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은 아무 것도 모른채 오늘 하루의 급급함으로 살고 있는 나를 흔들어 놓는다.

사실..이런 말들은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

나는, 반성문을 쓰고 싶다.

왜냐구?

내가 쓸모없는 소모전으로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였냐하면 그것은 아니다. 강간과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으로 또 다른 인간을 해쳤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좀 더 많은 보석과 좀 더 많은 돈과 이익을 위해 어린 아이들을 착취하며, 다른 나라의 파국을 즐기는 강대국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인간일 수가 없어. 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게끔 만드는 이 많은 이야기들 앞에서, 나는 내 자신이 인간임을 부끄러워해야만 했다. 내가 하지 않았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건, 내 눈 앞에 있건. 종교가 같거나 같지 않거나, 피부색이 검거나 희거나, 이런 모든 것들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지는 세부적인 사항일 뿐이다.

나는, 인간이고 싶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모른 채 하고 살아온 내 시간들을 후회한다.  물론 나는 많이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숭고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분들처럼은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바라건대. 내가 이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기를.. 저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의 앙상한 손목에 울 수 있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그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

굶어 죽어가는 동생에게 사과를 씹어서 먹여주었다던 어떤 형의 얘기. 사과 한 개를 들 수 있는 힘이 없어 반 개의 사과만을 겨우겨우 옮길 수 있었다던 그 아이. 동생은 살고 형은 죽었다고 합니다.

이 황량한 땅에 아직 사람의 온기가 사랑이 넘쳐 나고 있다는 것이, 신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순간에 신의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모습이, 진실로 아름답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 땅의 변화를 꿈꿉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단단한 마음이 깨어지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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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2004-05-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도 보면서 남을 도울수 있는 값진 경험을 주는 책입니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1 -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금토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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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계 고등학교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능을 본다. 19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 때론 그 한 순간으로 결정이 난다고 믿기도 할 만큼, 수능과 대학은 큰 짐이고 부푼 기대였다.

그리고, 수능을 보고 나서는 잘봤든 못봤든 어느 샌가 제자리를 찾아서는 갑자기 찾아오는 여유에 기뻐하기도 하고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 때, 수능이라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큰 일을 치르고 난 후, 잠시동안의 여유라는 시간동안에 나는 그녀를 만났다. 학교에서 주선한 특별 강좌에서 나는 '오지 탐함가'라는 거창한 이름의 '한비야'라는 독특한 사람을 만났다.

몇 년전의 이 일이 아직도 뚜렷이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자리에서 들었던 말때문이었다. 그 분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것이 몇몇 친구들이 말했던 것처럼 자만이나 오만으로 보일 지라도, 우리들에게 말했다.

"내가 책을 쓰고, TV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유명세를 떨칠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행복하고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버려도 좋을 수 있는 단 한가지의 일만 찾는다면 성공하는 것도, 행복한 것도 모두 가능합니다."

전율이 느껴질만큼, 그 용기있고 대담한 발언이 부러웠다. 알고 있는 것과 아는 데로 사는 것은 차이가 있다. 용기와 성실로 그 길을 닦는다 하더라도 때론 발목을 잡는 일들이 있는 법인데, 그 약간의 운마저 놓치지 않고 붙잡았던 한비야씨의 여행기는 나에게 부러움이었다.

중동이든, 러시아든, 아프리카든, 백인이건, 흑인이건, 황인종이건.. 그녀가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고 느낄 순 없었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을 '일대일로 만나려고'했던 것만은 분명하다고 느낀다. 자질구레한 만남들.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 냄새를 맡으며, 그 사람들 생활에 동참하며,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섞이길 원했던 한비야씨는. 분명 '여행가'로서의 첫째 조건이 갖추어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평등하며, 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라는 말은 그저 교과서속에 있는 말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옳든, 그르든 감정의 연결 고리는 '좋고 싫고'를 어김없이 가려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산속에서 한 가족과 살을 부비며 그들에게 애정을 느꼈던 한비야씨의 마음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여행지를 오히려 더 선호하고, 그 말에 자신의 여행의지를 꺾지 않았던 모습도 '안전하게 바라 볼 수 있는 입장에 놓인 나'에게는 '여행의 낭만'을 느끼게 한다. 그로 인해, 그 뒤의 길을 가야 하는 다른 사람에게 하나의 길을 알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나 할까?

이 책은, 서점에 즐비하게 꽂힌 여행책 중에 하나다.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져버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도 벌써 오래전인,

이제 젊지만은 않은 하지만 그 마음만은 패기만은 아직도 자라고 있는 한 여행가의 '사람 이야기'다. 여행정보지와 가볼 곳과 맛있는 음식들을 코스별로 소개해서 우리를 그 곳으로 이끄는 것이 목적이 아닌,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의 경험담을 적어놓은 일기장같다.

개인의 이야기이므로, 동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마음에 들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도 이 분의 '용기'만은 존중하고 싶다.

목숨을 걸 만한 일을 찾았다고 말하는, 한 사람의 당당한 목소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그 부러움을 통해 난 잠시 나의 장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나의 미래에 대해 꿈꿔보는 것도, 내일에 대해 준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에베레스트 산에 오른 어떤 사람이 말했단다. 첫 등정에서 실패하고 다시 오르려는 그를 보며 의아하게 보던 사람들은 실해할 것이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말했다.

"두렵지 않습니다. 에베레스트 산은 이미 다 자랐지만, 내 꿈은 아직도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꿈은 아름답다. 그리고, 누구나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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