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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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고프다는 말을 알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 말이, 사실은 모르는 말이 었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하루 한 끼의 식사도 거르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배고픔,  그런 내가 어떻게 물 한 잔도 못 먹을 정도의 배고픔속에서 사는 아이들을 이해한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태어난지 3일 된 아이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못하고, 독초를 먹여서 죽여야 했던 독하고 독한 그래서 슬픈 어미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안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내가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면 결국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려 주는 그런 책입니다.

...

인생을 수월하게 살아왔을 것 같은, 어쩐지 평탄한 인생길을 걸어왔을 것 같은 눈매가 고운 국민배우 '김혜자' 스스로도 '어려움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왔다'고 말할 수 있는 행운을 간진한채 살아온 이 분의 말은 세련되지는 않지만 솔직하고 담백하게 마음을 울린다.

TV에서 신문에서 연일 자신의 자선활동을 내보내는 것을 내키지않지만, 그것이 '배우'라는 자신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도움의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이 분이 말은 어린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굉장히 영리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게끔한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안다는 것은 그리고 결국은 그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은 아무 것도 모른채 오늘 하루의 급급함으로 살고 있는 나를 흔들어 놓는다.

사실..이런 말들은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

나는, 반성문을 쓰고 싶다.

왜냐구?

내가 쓸모없는 소모전으로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였냐하면 그것은 아니다. 강간과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으로 또 다른 인간을 해쳤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좀 더 많은 보석과 좀 더 많은 돈과 이익을 위해 어린 아이들을 착취하며, 다른 나라의 파국을 즐기는 강대국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인간일 수가 없어. 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게끔 만드는 이 많은 이야기들 앞에서, 나는 내 자신이 인간임을 부끄러워해야만 했다. 내가 하지 않았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건, 내 눈 앞에 있건. 종교가 같거나 같지 않거나, 피부색이 검거나 희거나, 이런 모든 것들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지는 세부적인 사항일 뿐이다.

나는, 인간이고 싶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모른 채 하고 살아온 내 시간들을 후회한다.  물론 나는 많이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숭고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분들처럼은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바라건대. 내가 이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기를.. 저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의 앙상한 손목에 울 수 있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그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

굶어 죽어가는 동생에게 사과를 씹어서 먹여주었다던 어떤 형의 얘기. 사과 한 개를 들 수 있는 힘이 없어 반 개의 사과만을 겨우겨우 옮길 수 있었다던 그 아이. 동생은 살고 형은 죽었다고 합니다.

이 황량한 땅에 아직 사람의 온기가 사랑이 넘쳐 나고 있다는 것이, 신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순간에 신의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모습이, 진실로 아름답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 땅의 변화를 꿈꿉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단단한 마음이 깨어지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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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2004-05-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도 보면서 남을 도울수 있는 값진 경험을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