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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평점 :
무료로 책을 대여해주는
공공도서관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책을 빌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욕심을 내서 1인당 대여 권수 5권을 꼭꼭 채워 빌렸는데, 다 읽지 못해 반납일을 넘겨버린 일이 자주 일어나진 않았는가. 우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신 때문에 이 책이 필요한 누군가가 책을 빌리지 못한 상황을 떠올렸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죄책감의 징후를 느꼈을 것이다. 지역 주민이 무료로 책을 공유하는 도서관의 경우엔 연체벌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연체된 기간만큼 책을 빌리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마련해 놓는데, 전자이든 후자이든
규칙을 어긴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을 졌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작은 부끄러움은
그대로 남아야 한다. 만약 연체료를 내거나 연체된 기간만큼 책을 빌리지 못하는 것을 감수하기 때문에
다음번에도 그 다음번에도 책을 연체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공공도서관의 원래 목적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만들어지는
재화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원래
목적이나 취지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책 전반에 녹여냈다. 공공도서관에서
물어야 할 ‘벌금’이 ‘요금’으로 인식되는 순간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규칙은 허물어지고, 사회에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받는다. ‘벌금’은
도덕적으로 승인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비용인 데 비해, ‘요금’은
도덕적 판단이 배제된 단순한 가격이다. 무거운 의미의 ‘벌금’이 ‘요금’으로 가벼워지는
순간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제해야 하는 나쁜 행동이 하나 더 늘어난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머리 아플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읽어 내려가는데 어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 즉 시장이 깊게 침투한 시대에 살면서
불편한 진실들에 눈을 감아버리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책에 풀어냈다. 그래서 웬만하게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책 한 권을 정독하는 데는 겁내지 않아도 된다. 머리 아플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건 다른 차원에서 한
말이다. 우리가 평소 ‘그럴 수도 있지!’ 혹은 ‘그런 것들을 다 지키면서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등으로 합리화시키며 손쉽게 돈을 내고 소유했을 것들에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정말 그것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여러분은 우정을
돈으로 살 것인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사고팔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약에 중독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가?
많은 액수의 돈을 주고 전담 의사들을 채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한쪽에서는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이 필요해서 제약 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대상이 되고, 더 높은
보수를 받기 위해 더 위험한 상태로 자신의 몸을 방치시킬 권리가 있을까? 로비스트 대신 줄을 서서 공청회
좌석표 전부를 거액에 넘기는 바람에 기후변화 공청회를 방청하기 위해 도착한 환경운동가들은 그냥 돌아서야만 한다면?
위의 질문들은
놀랍게도 모두 현재 존재하는 것들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언뜻 없어 보인다. 이것 외에도 우리가 도덕성이나 공정성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체하는 사이에 우리 인간을 더욱 각박하게 만들고, 세상을 점점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거래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동시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묻혀 버리고 만다. 이 상황은 분명 모두에게 위기다.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이 위기를 경계하고, 우리에게 기회를 줄 목소리들을
살려내기 위해 이 책을 내놓았다. 자유지상주의자와 공리주의자들에게 논리적인 반박을 하며, 부패한 현실의 고름을 짜내고 새 살을 돋게 할 질문과 답을 멈추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것 정도는 거래되면 서로서로 좋은 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내 이익(내 밥그릇)’에 집착하다 보니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본질과 가치를
따져보는 일에 무책임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부끄러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자신이 깨달은 바를 풀어내는 일은 단지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논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닥칠 삶이자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