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는 또한 관능적이면서도 퇴폐적인 인상들을 구체화시켰다.
그가 그린 남성들의 이미지와 여성들의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다. 모로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답고 순수해 보이지만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팜므파탈‘ (femme fatale)이라는 개념을 화폭에 옮긴 선구자이기도하다. 세례 요한의 죽음을 요구한 살로메, 남편과 자식까지 죽인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메데이아, 트로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절세 미녀 헬레네 등에서 파멸로 치닫는 세계를 발견했다. 아름다운 여성이 가진 미의 이면에는 불온한 욕망과 난폭함이 숨겨져 있다.
여성이 지닌 질투와 복수심은 남자를 죽음과 파멸로 몰아간다. 여성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 모로의 그림 속에도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