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는 것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일이다. 책 한 권이 주는 소중한 행복을 아는 이는 여행의 참맛도 아는 사람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직접적인 경험을 여행을 통해서 배웠지만 간접적인 경험은 대부분 책으로부터 왔다. 오래된 고서점, 헌책방에 가면 묵은 종이의 냄새가 난다. 그 냄새가 때로는 맑은 공기보다 더 신선하고 집보다 더 푸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서점들에서 책 향기를 맡으며 한두 권의 책을 사는 것은 파리를 즐기는 진정한유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