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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열림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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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꾸녁이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먹고살던 이야기'는 조금 낯설다. 사실 '똥꾸녁'과 '가난'의 관계도 그리 쉽게 이해되지 않다보니, 저자의 옛 먹거리 추억에 동참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게다가 도대체 씀바귀, 엄나무순, 머위, 꽃다지, 돌나물 등의 나물을 아무리 얘기해도 나로서는 그 맛은 고사하고, 생김새 구별조차 쉽지 않다. 당연하게도 그 구체적 요리법과 도움이 되는 상식 등도 내게는 꽤나 생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책을 그저 '풀 뜯어먹는 소리'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성급한 결론임에 분명하다. 비록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과 자연이 주는 온갖 나물들, 그리고 요리법 등이 조금 낯설게 여겨지더라도, 그것은 우리 전세대가 살아왔던,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래서 낯선 것만큼이나 또한 익숙하다. 더군다나 시골로 돌아와 자신의 텃밭을 가꾸며, 자연이 아낌없이 주는 것들에 감사하며 사는 저자의 삶이 그저 '먹고 사는 이야기'일리도 만무하다.

물론 아직은 좀 더 낯선 감정이 앞서는 것을 부인할 수 없고, 기본적으로 나는 '먹는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책은 어쩌면 '친숙함'과 '그리움'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마치 청국장의 부담스러운 맛과 냄새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 그것을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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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의 은밀한 거래 - The Secret World Of FIFA
앤드류 제닝스 지음, 조건호.최보윤 옮김 / 파프리카(교문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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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연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단일 종목으로서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는 단연코 축구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그 명백한 증거이고, 월드컵을 비롯한 세계축구를 관장하는 FIFA의 절대적 권력은 바로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는 법이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사람들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라고 고민했다는 역자의 말대로, 이 책의 내용은 모르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22명의 선수가 400그램의 조그마한 공을 매개로 엮어내는, 그 매력적인 경기에만 몰두하는 것만으로도 축구는 충분히 환상적이어서, 이런 축구의 이면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관심 밖으로 전락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FIFA 또한 이런 생각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것이 명백하다.

사람들은 FIFA의 회장인 제프 블래터의 연봉이나 각종 수당, 그리고 연금 등의 액수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없고, FIFA 집행위원에 선정된 테세이라(전 회장 아벨란제의 사위)가 자국인 브라질에서 최악의 부정부패에 연루된 것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런 그에게 'FIFA 페어 플레이상'을 주는 것은 더더군다나 상관없고, 혹시라도 기꺼이 구입한 월드컵 암표 티켓이 사실은 각국 축구협회에 배정되었던 티켓이라 하더라도 역시 중요한 일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FIFA의 마케팅 회사가 3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 파산하더라도, 이는 축구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일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의 이면에 대해서 궁금증이 남아있다면, FIFA의 전 회장인 아벨란제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이지리아 독재자의 소수민족학살에 대항한, 켄 사로-위와를 비롯한 '오고니의 아홉 명'에 대한 사형집행 반대집회가 세계적으로 한창일 때, 아벨란제는 분연히 나이지리아로 날아갔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독재자로부터 명예 부족장의 지위를 선물 받으며 1997년 나이지리아 청소년 대회 개최를 찬성했다. 반대 여론을 무색하게 한, 양심적인 저항자들의 처형 집행이 있은 이틀 후, 아벨란제는 이렇게 단언한다.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앤드류 제닝스는 그러한 FIFA의 생각에 전혀 동조하지 않고 끈질기게 FIFA를 조사하여, 축구에 기생한 FIFA의 절대적인 권력이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래서 축구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행태를 고발하고, 오직 환상적인 축구에만 심취해있는 사람들이 그 이상의 것을 직시하도록 유도한다. 2002년 월드컵 개막행사에서 블래터에게 쏟아졌던 야유는, 바로 이런 노력의 결실이라 할 만하며, 여기에 유독 한국인들만 동참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축구의 이면을 직시하는 순간, 어쩌면 더 이상 월드컵은 마냥 즐거운 축제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한쪽에서 멋진 축구를 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은밀한 부정부패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축구의 노력이 오히려 축구의 진정한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마땅하고, 그래서 유쾌한 축구를 위한 노력은 더욱 가치 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는 물론 정치 따위가 아님이 분명하지만, 오히려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저자의 영국식 위트와 유머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버겁고, 회계와 관련된 사실들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절대적 권력을 지닌 FIFA의 회유와 위협에도 굴하지 않은, 축구 그 이상의 것을 위한 저자의 노력에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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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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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재미있는 책이 읽고 싶었고, 그러던 중 눈에 띄었던 책이 바로 이 책, <야구 감독>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당분간 이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어느 독자의 서평에 귀가 솔깃했고, 그 말이 최소한 완전한 거짓은 아니기를 믿고 싶었다. 혹 낚일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다행히 이 책은 확실히 재미있다.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주인공이 만년 꼴찌팀의 감독을 맡아 강팀으로 변모시키는, 꽤나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그러한 과정이 매우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에 실존했던 인물인, 히로오카 타쓰로를 주인공으로 하여 실제 일본 프로야구를 배경으로 하되, 가상의 꼴찌팀인 엔젤스를 등장시켜 사실성과 허구성을 절묘하게 배열하는 작가의 솜씨는 상당히 능수능란하다.

간혹 지나치게 만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우승을 향한 엔젤스의 도전이라는 중심 이야기 이외에, 주인공과 일본 최고의 팀인 자이언츠와의 구원(舊怨)의 관계나, 구단주의 여비서와의 관계는 처음 기대와 달리 매우 싱겁게 끝나는 느낌도 없지 않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야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이 책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단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래 이 책이 야구소설을 추구하고, 또 스포츠란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치 만화 같은 일들이 왕왕 일어나는 곳이고 보면, 이 책의 단점은 사실 단점이랄 것도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 정말 확실한 즐거움을 보장해주기에 다른 점들은 아마도 무시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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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리더십
심재희.한화철 지음 / 메가트렌드(문이당)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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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때는 무르익어 있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지도 2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세계적 명성에 낯설어 했던 것도 잠시, 어느새 맨유는 자랑스러운 '우리 팀'이 되어 있었고, 그 팀은 주말에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당시의 맨유는 리그 3연패를 노리던 첼시를 밀어내고 1위를 질주하고 있었으며, FA컵 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 1999년의 저 역사적 트레블을 막 재현하려던 기세였다. 그리고 그 전면에서 팀을 이끌던 이는, 지난 20년 간 그랬던 것처럼, 바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다.

이쯤 되면 짐작하겠지만, 바야흐로 시기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무르익었고, 따라서 <퍼거슨 리더십>이라는 이 책이 나오는 것은 필연적 결과였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것도 그다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었다. 맨유의 폭발적인 기세에 가슴 설레며 밤잠을 설친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가 바로 나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일련의 흐름이 반드시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을 만큼 나는 어리석지 않고, 현실적으로 내가 기대했던 것은 '절반의 기쁨' 정도였다. 물론 이것도 놀라울 만큼 이성적이지 못한 생각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절반의 기쁨' 수준인 내 기대가 그리 허황된 것이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히 이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나는 지난 십수 년 간 사보았던 책들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실망스러웠음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심지어 나는 화장실에 앉아 이 책을 읽으면서 혹 이 책을 변기에 빠뜨리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슬퍼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실 퍼거슨의 리더십은 물론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구단의 마케팅적 측면까지 아울러 고찰해 보려는 이 책의 시도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의 지난 축구 인생은 당연히 필요한 내용으로 보이고, 맨유를 빛냈던 전설적인 스타들에 대한 내용도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다. 설령 그게 퍼거슨의 리더십과는 무관하고, 인터넷을 이용하면 단 몇 분 만에 더 상세히 알 수 있는 것들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어느 한 부분도 만족스럽지 않다. 퍼거슨의 리더십 부분은 몇 가지의 잘 알려진 일화를 억지로 리더십의 여러 측면들과 결부시켜 놓았고, 퍼거슨의 축구 인생은 그저 사실의 나열에 다름 아니다. 맨유 구단에 대한 마케팅적 접근은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맨유의 지난 스타들에 대한 얘기도 전혀 특별할 게 없다. 게다가 '맨유를 빛낸 레전드 스타들' 부분에 떡 하니 붙여놓은 아스날의 경기장면이라니. 그 파트에 사진이라고는 도토리만한 다른 하나를 제외하고는 오직 그 사진뿐인데, 하필이면 맨유의 레전드인 로이 킨이 프리미어리그에서 20번째로 좋아한다는 바로 그 아스날 사진이라니.

물론 사진의 경우, 단순한 실수로 넘어가줄 이해심 정도는 가지고 있다. 헌데 이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종종 권위 있는 책들의 구절을 인용해 책 내용과 결부시키려 노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인용된 내용의 가치는 책의 끝에 잔뜩 적힌 참고문헌의 수에서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내용도 빈약하면서 심지어 한 페이지의 몇 줄 안 되는 내용까지 요약해서, 하단에 다시 박스로 만들어 놓는 데는 정말 환장할 지경이다. 초등학교 교과서도 그렇게까지 친절하지는 않으리라. 설마하니 무슨 시험에라도 나온단 말인가.

뒤늦은 후회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렇게 이 책을 비난하기보다 애초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함이 마땅했다. 그리고 이미 사서 읽은 이상, 이러쿵저러쿵 하기보다 그저 책장에서 살짝 치워두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혼도 그렇게까지 융통성 없는 관계는 아니다."라는 닉 혼비의 말처럼, 이 책이 축구와 관련된 내용인 이상, 본래 내게는 그다지 융통성이 주어지지 않은 문제였던 것이다. 다만 이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문제는, 이 책을 정말로 책장에서 과감히 치워버릴 것인가 이고, 다행스럽게도 왼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퍼거슨 할아버지의 표지 사진은 꽤나 마음에 든다. 물론 그 사진 하나에 12500원이 터무없이 비싸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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