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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ㅣ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공지영의 소설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이상시레 한국 여성 작가들과는 뭔가 묘하게 핀트가 맞지 않아서 왠지 꺼려왔던 것. 난 그들이 맨날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게 싫었고, 사회적으로 아픔을 겪는 모습을 보는게 싫었다. 때문에 <사랑후에 오는 것들>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도 당연히 츠지 히토나리의 책에 손이 먼저 갔고, 이 책은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읽고 며칠이나 지나서 겨우 손에 잡았다. (결과적으로 츠지 히토나리쪽을 먼저 읽은게 다행인 것 같지만.) 작가 후기에 나오지만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작가도 스스로가 짊어진 짐을 내려놓고 쓸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내가 싫어하는 그런 요소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한국인 여자 최홍과 일본인 남자 준고의 사랑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을 뿐.
이 책은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남자의 마음, 여자의 마음을 각각 따로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같은 상황 속에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를 알 수 있게도 해주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른 작가가 풀어가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츠지 히토나리의 경우에는 과도한 묘사나 한일관계에 대한 의식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세부적인 면들이 눈에 들어왔다면, 공지영의 경우에는 적당한 묘사와 한일관계에 대한 의식,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감정의 변화가 어울려 제법 읽을만한 책으로 다가왔다.
스물 둘의 철없던 시절의 사랑과 스물 아홉의 세상물정 다 알아버린 여자의 사랑은 달랐다. 자신의 옆에서 항상 자신만을 바라보는 민준과 7년만에 자신 앞에 나타난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준고 사이에서 그녀는 갈등하고, 고민하고, 방황한다. 그리고 그 방황의 종지부는 새로운 시작으로 다가온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은 작품의 전반을 꿰뚫고 있다. 홍과 준고의 사랑을 보면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책 속에서도 말한 것처럼 사랑이 변하는 것 자체가 사랑의 속성이니. 과연 준고와 홍이 사랑이라고 믿는 그 감정은 그들이 서로 사랑하던 22살의 자신에 대한 그리움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