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상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단 3편의 작품만이 남아 있는 상태. 더이상 후속작을 기대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선뜻 2부를 시작한 것은 <밀레니엄> 시리즈를 한 호흡에 읽어내고 싶어서였다. 느긋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연휴가 아니면 이 책을 찔끔찔끔 감질나게 읽다가 속이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밀레니엄>의 2부와 3부를 연휴를 맞이해 도서관에서 빌려와 방에 콕 쳐박혀 읽기 시작했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리스베트에게 큰 모욕을 당한 리스베트의 후견인인 비우르만 변호사는 리스베트에게 복수를 위해 금발 거구의 한 남자와 접촉한다. 한편, 리스베트는 과거의 모든 일은 잊고 그레나다에서 페르마의 정리를 골똘히 즐기며 여유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나날. 하지만 리스베트가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하나씩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밀레니엄>에 다그 스벤손이라는 기자가 여성 인신매매에 대한 글을 갖고 찾아온다. 자신의 여자친구 미아 베리만과 공동 작업을 하는 중으로 그녀가 박사학위를 준비하며 쓴 논문의 대중 보급판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밀레니엄>에 대박 기사를 터트리기 몇 주 전, 다그와 미아가 누군가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현장에 리스베트의 지문이 남은 총이 발견되면서 또 한 번 <밀레니엄>과 리스베트는 큰 사건의 물살에 휩쓸린다. 

  앞선 이야기가 개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두번째 이야기인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는 스케일이 좀더 커진다. 일단 겉으로는 3건의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리스베트 살란데르에 대한 이야기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그녀의 인생을 바꾼 '모든 악'에 대한 언급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150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거식증 환자가 의심될 정도로 깡마른 몸매, 몸 곳곳에 있는 문신 등 남에게 호감을 사기 어려운 외모의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그녀가 왜 공권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녀에게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인지 하나씩 밝혀진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도 그랬지만, 리스베트는 방외자의 분위기를 풍긴다. 이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작가 스스로도 리스베트에 대해서는 직접 그녀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관찰이나 경험을 통해 이야기되는 쪽을 택하는 듯하다.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도 본질적으로는 리스베트에 대한 이야기지만 여기서 그녀의 과거를 밝히는 것은 타자의 입을 통해서다.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이는 리스베트의 능력과 됨됨이를 신뢰하는 몇몇 사람들이 그녀를 보호하려 하고, 언론이 그녀를 아무리 원색적으로 비난해도 그녀의 무죄를 입증해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과거가 드러난다. 사실상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리스베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미카엘의 방향을 지시해주는 존재로 등장할 뿐, 그녀는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아무도 믿지 않는 리스베트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어지는 3부의 이야기는 2부의 연장선이다. 1부는 개인, 2부는 조직과의 대립이었다면, 3부는 더 나아가 국가 권력과의 대결이다. 2부까지 순조롭게 이야기를 풀어갔던 것처럼 3부에서도 스티그 라르손가 만들어낸 '밀레니엄'의 세계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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