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튤립의 나라, 네덜란드

 
튤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들판 멀리 풍차가 보이고, 전통 복장을 한 어린이들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언덕을 뒹굴 것 같은 네덜란드. 온 나라를 ‘붉은 물결’ 로 만든 월드컵 이후 네덜란드 하면 이젠 튤립이나 풍차 대신 ‘거스 히딩크 감독’ 이 떠오른다.

- 히딩크의 생가와 펍 -

히딩크 생가가 있는 파르세펠츠는 독일과 국경을 접한 헬더란트 주에 속한 작은 시골 마을이다. 암스텔르담에서는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거리다. 여기엔 히딩크의 생가와 히딩크가 자주 들렀던 ‘비에르체 펍’ 이 있다. 히딩크의 생가는 여는 위인이나 유명인들의 생가처럼 아담하다. 아담한 정원이 꾸며진 집은 네덜란드 고유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네덜란드인의 삶이 그대로 전해지는 곳이다. 히딩크 생가에는 아직도 그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살고 있다. 히딩크에게는 언제라도 돌아가 편히 쉴 수 있는 집이다. 히딩크의 삶도 축구를 잘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네덜란드인과 다를 게 없다.



이 마을에는 히딩크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히딩크가 자주 들렀다는 바에르체 펍(Pub, 선술집)도 그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히딩크는 지금도 고향에 오면 이곳에 자주 들른다. 주인과 친할 뿐만 아니라 혼자 가도 술을 기울일 술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축구선수 출신인 히딩크의 형과 동생도 이 펍의 단골이다.



이 곳 입구에는 우리말로 ‘우리는 Guess를 사랑합니다’ 라고 쓰여진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또한 월드컵 기간 내내 네덜란드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함께 걸려 있었다. 태극기는 거스 히딩크의 동생이 가져다놓았다고 한다. 한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망을 사람들이 이 술집에 모여 함께 응원하고 경기를 즐겼다.

- 히딩크 집성촌 히딩크 거리 -

히딩크와 관련된 장소를 꼽으라면 ‘히딩크 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독일 국경 인근의 파르세펠츠에 위치한 ‘히딩크 다이크’.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거리는 히딩크 감독을 기리는 거리가 아니다.



파르세펠츠는 ‘히딩크’ 란 성을 가진 사람이 많이 사는 집성촌이다. 때문에 동네의 길목 이름이 ‘히딩크 다이크’ 로 정해진 것.

우리에게 거스 히딩크를 기념하기 위해 ‘히딩크 거리’를 지정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물론 히딩크는 네덜란드 축구팀 감독을 역임했으며 조국에서도 영웅이지만, 히딩크 거리는 거스 히딩크와는 관계가 없다. 물론 이 마을에 있는 히딩크 둑과 히딩크 다리 또한 거스 히딩크 감독과는 별 상관없다. 히딩크 거리를 걷노라면 비록 히딩크 감독을 만날 수는 없어도 수많은 히딩크(?)와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 섹스 뮤지엄 -

네덜란드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고요하거나 평화로운 곳이 아니다. 처음부터 그들의 역사는 자연과 투쟁하는 역사였다. 또한 15세기부터 유럽의 상업의 중심지 암스테르담은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돈의 흐름에 민감한 도시였다. 오죽하면 ‘내 밥값은 내가, 네 밥값은 네가’를 뜻하는 ‘더치 페이’ 가 속어처럼 쓰이고 있을까.



기차를 타고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내리면 눈앞에 ‘섹스 뮤지엄’ 이 보인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섹스란 감춰야 할, 경박하거나 은밀한 것이 아니다. 섹스 뮤지엄은 그야말로 섹스에 관한 모든 것을 모아 전시하는 곳이다. 섹스와 관련된 유물(?)은 물론 섹스의 체위를 설명하는 밀랍인형과 그림이 있다. 멀쩡하게 서 있던 마네킨이갑자기 바바리코트를 열며 놀라게 하는 ‘레인 맨’(우리나라에선 바바리코트맨, 또는 슈퍼맨으로 알려져 있다)으로 돌변해 사람들을 웃기기도 한다.



암스테르담을 지나면서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렘브란트 광중 주변의 게이 바. 동성애자에게 관대한 도시답게 이 곳의 게이 바는 언제나 성업중이다. 광장 서쪽 방향으로 첫 번째 운하와 두 번째 운하 일대에 퍼져 있는 홍등가 또한 네덜란드 사람들의 성의식을 설명한다. 이 홍등가는 사창이 아니라 공창이라는 데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하지만 소매치기가 많은 곳으로 악명 높으니 조심할 것.

- 반 고흐와 렘브란트의 고향 -

암스테르담은 고흐와 렘브란트의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는 곳. 국립미술관은 암스테르담에 들렀다면 빼놓지 말아야 할 명소다.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 렘브란트의 명작 ‘야경’ 이다. 렘브란트의 어둠침침하면서도 화려한 화풍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야경’ 은이 전시관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벽면에 ‘야경’ 한 작품만 걸어놓아 그렇지 않아도 큰 작품에 모든 관람객의 눈이 집중된다.



렘브란트가 작업하던 ‘렘브란트의 집’ 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 집은 17세기 암스테르담의 전형적인 맨션이다. 창문이 네 개나 있는 3층 집. 렘브란트는 이 곳에서 20년 동안 그의 대표작들을 완성했다. 그가 그림을 그리던 방과 당시의 물건들, 렘브란트 특유의 느낌이 짙게 배인 동판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월터루 광장 옆에 있어 비교적 찾기 쉽다.

네덜란드가 낳은 거장 고흐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고흐미술관은 국립미술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고풍스러운 네덜란드 스타일의 국립미술관과 달리 고흐미술관은 단순하고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고흐의 일대기와 함께 다소 덜 알려진 그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 꽃시장, 벼룩시장은 또 다른 명물 -

운하 위에 자리잡은 암스테르담 꽃시장은 이 도시의 명물이다. 시내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암스테르담 광장에서 로킨 거리를 따라 내려가보면 꽃시장에 이른다. 꽃의 나라답게 꽃의 종류도 다양하고 꽃장식이며 화분, 구근, 꽃씨까지 구할 수 있다.



꽃 파는 아줌마와 아저씨는 꽃 같은 미소로 사람들을 대한다. 꽃을 사랑하고 서로 주고받는 걸 즐기는 국민이다 보니 꽃시장은 늘 붐빈다. 싱싱한 꽃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까지 할 수 있는 꽃시장은 암스테르담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좀더 능동적인 시장 순례를 하고 싶다면 벼룩시장으로 가자. 운 좋으면 먼지 덮인 골동품 가운데 꽤 쓸 만한 물건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이 빠진 접시나 손때 묻은 커피잔 세트, 군데군데 녹슨 태엽시계, 네덜란드풍의 푸른 그림이 들어간 도자기 등 거실 장식소품으로 두면 좋은 것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뒤적거리게 된다.

가장 큰 재래시장은 앨버트 퀴프 마켓으로 없는 게 없다. 벼룩시장은 워털루 광장에서 열린다. 구제 옷이나 고서, 각종 액세서리, 옛날 흑백 엽서 틈에는 누군가 쓴 편지도 끼여 있고, 사진이 꽂힌 지갑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시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에 선다.

<글 윤예림 자유기고가>
작성 날짜 : 200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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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2-3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참 아름답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