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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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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동아리 오빠 Y는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카야, 너는 인문학도는 못 되겠다. 너는 텍스트와의 거리가 0이구나" 뭐, 이런 말이었죠. 그렇습니다. 저는 텍스트와의 거리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과서를 읽거나 문제를 푸는 학습이 아닌, '독서'를 할 때는, 책의 내용에 흠뻑 빠져서 읽어내리곤 합니다. 그것은 영화를 볼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공연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를 할 때 저는 텍스트에 흠뻑 빠져들고, 거리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습니다. 대상에의 몰입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에코의 이 책은 그런 몰입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합니다. 초반은 굉장히 넘기 어렵고, 생소한 이름이 마구 나오는데다가 잠깐만 집중력을 잃으면 도대체 어디까지 읽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이 책을 교과서를 대하는 기분으로 읽을 때에서야 이 책은 제게 문을 조금 열어주더군요. 제 스스로 마감시한을 정해놓고 읽어내리지 않았다면, 이 책은 책장에 꽂힌 채 잊혀져가는 그런 책이 되었을지로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기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작은 기만에서 점점 커 가는, 결국 세계의 역사를 뒤바꾸는 기만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에코 할아버님께서 어찌나 허구와 사실을 버무리는 솜씨가 일품이신지, 자칫하면 정말 이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지막까지 오고 나면, 어째서 이 책이 그토록 화제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갑자기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의심스러워지곤하니까요. 음모론, 이것은 참 매력적인 소재란 말입니다.

 

 보고 나서 어째서 작가는 이런 소설을 썼는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우리 눈에 너무나 분명해 보이는 이런 사실 뒤에는 사실 이러저러한 음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함일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당연해서 fact처럼 느껴지는 그 '사실'을 한 번쯤은 의심해 보라는 경고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써 놓으면 이 책은 한도끝도 없이 지루하고 진지한 글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모니니의 적의 가득한 시선은 오히려 그렇기에 우스꽝스럽기까지합니다. 물론, 이게 에코 할아버님의 책이다보니 웃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실제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보다보면 저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곤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에코식 유머가 아닐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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