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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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중력 있게 잘 읽어내지 못할 때는 책에 관한 책이나, 조금은 시니컬한 수필집 같은 걸 주변에 뿌려 두고, 짬짬히 읽고는 하는 편이다. 인생에서 책이 남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책이'와 '남는다' 사이에는 '읽고, 기록을 한 것이' 라는 구절이 생략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게으른 천성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기록을 하려고 하는 축이다. 나는. 

이 책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이 많았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가 15년에 나온 새로운 판형이 모든 면에서 가독성이 높게 편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2년 판보다 김현의 향기가 덜 느껴지는 희한한 경험은 이 연배가 아니고서는 알길이 없을 것이다.  빨갱이 버전(책표지가 빨감이요~) 열린책들에서 펴낸 도스또예프스키 전집- 중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수집가용 한정판 이야기 할 때도 반가웠다. 게다가 마지막에 전화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들으신 어머님의 한마디

"너 혹시 늘그막에 데모하냐"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에 대한 이야기도 반갑다. 책 나눔에 있어선 본의 아니게 용기도 없고 인색하기까지 한 경향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 또한 이 책은 몇 권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도 ...

 

부모님을 병간호 하는 일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도 소개한다. 내 연배에서는 또 예사로 볼 수가 없는 거다. ㅠㅠ  출판평론가 한기호 씨의 <나는 어머니와 산다>, 오카노 유이치의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라는 책 이 책처럼 유머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간병기는 못 봤다고.

 

그리고 다른 것 보다도 호기심 생기는 다른 책들을 소개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벌써 한 권은 구매도 해 두었다. 멋쟁이 영국인 코미디언의 프랑스 시골 정착기에 대한 책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이라고 (출판사 이름도 멋지다. 남해의 봄날,이란다.) 재미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고 그런다. --내가 유머,라는 게 막 고프고, 엄청난 결핍을 느껴서 그런가 보다.--

아들 때문에 미쳐 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 라는 최민준(남아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의 책도 필독서다. ㅠ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르게 한 사노 요코(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거물급이다.)의 책에 대한 감상도 뒷부분에 나온다. 아직 3분의 2 지점까지 읽어서, 곧 나온다, 나온다. 얼른 읽어야쥐@!

 

책에 대한 사랑으로 말하자면 나는 지적인 학구파는 아니고, 소장파에 가깝다. 갖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축이라서, 소장파에 가까운 글쓴이의 이야기가 직계 선배이야기 같다.

그렇지만 나는 요즘에 책을 사면 들고 있는 책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갖고 있을 거면 조금 편하게 막 읽고( 이 책에서 말하는 책에 대한 육체파의 사랑을 하는), 처분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되려 이 책에서 말하는 정신적 사랑을 나눈다...) 이 책은 육체파다 ㅎㅎㅎ

 

표지에 코팅이 안 되어 있어서 때가 잘 묻는데, 이미 벌써 육체적 사랑의 징후를 남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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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3-3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 책이 더욱 읽고 싶어지네요^^

icaru 2017-04-01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술 읽히는 것도 있고, 가족들이 살면서 주로 책을 소장하고, 끌어안고 살려하는 쪽이 보면 약자라서 --또 집에서 책본다 그럼, 아무래도 집안 일은 보고도 못본척 해야 할 때도 많으니까

icaru 2017-04-01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딸과 아내 눈치 보며 처세하는 게 깨알 재미를 주는 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