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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ㅣ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마악 한 달 동안 조금씩 조금씩 읽었던 2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그런데 이 책의 리뷰를 써야 할까. 잠시 고민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미 1권의 리뷰에서 다한 것 같고, 그래, 이미 쇼부를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켠에서 예순의 베르나르 아저씨에게 이제 갓 익혀서 배운, 엄청 센 고집이 스멀스멀 치고 오른다. 리뷰 뭐 있나, 그냥 쓰면 되는거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이 기나긴 행군에 큰 의미를 세워 두지 않았듯이, 리뷰의 의의는 어디에나 있으며 아무데도 없다.
책읽기는 결과가 아니다. 과정이다. 베르나르 씨에게 있어서 걷는 게 그러했듯이. 이 노익장 아저씨에게만 고집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고집이 있다. 나는 3권까지 다 살펴보고 그마저도 리뷰를 쓸테다다다다!! (악 쓰지 말고.)
“새벽에 보는 사막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황갈색의 둥근 형태가 연결되어 파도처럼 보이는 모래 언덕의 중간 지점을 걸었다.”
“가장 강한 향은 물론 향신료 시장에서 났고 가장 구수한 향이 나는 곳은 두툼한 석탄 위에서 수천 개의 샤실리크를 구우며 고기 익는 냄새를 풍기는 골목이었다. 가장 섬세한 향은 과일시장 골목, 가장 묵직한 향은 꽃시장, 가장 달콤한 향이 나는 곳은 대리석 탁자 위에서 망치로 정제 설탕 덩어리를 깨는 판매대 주변이었다.”
2권에서 그는 6000킬로미터를 걸어 여행했다. 이란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까지. 이 사람 걷고 또 걷는데 왜 걷는지 아직도 모른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이해 못할지도 모르지만, 베르나르는 대답 대신 혼자 이렇게 간직한다. ‘내 따뜻한 애인, 오래된 애인인 길이 날 속이게 될까? 길은 여행을 하는 동안 나에게 전 재산과 맞먹을 선물을 안겨 주었다, 길은 계속 앞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을 주었다’고.
지쳤지만 노력으로 자신을 초월한 몸이 마침내 자유로운 사고를 할 때의 신성한 순간을 다시 갖고 싶은 욕망. 더 멀리 가는 것, 나를 더욱 버리는 것. 내 단출한 보따리를 가볍게 하는 것. 준비하며 지혜롭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이제 2권을 마치고 천천히 3권을 걸어나가야겠다??!! 아니, 읽어야겠다. 베르나르가 그랬듯이 책 자체를 부단한 떠남과 행군의 연속으로 인식하고 길목마다 목적지마다에서 찾을 수 있는 그 무엇을 함께 해 나가고 싶다. 그리고 작은 결실도 함께 만나고 싶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시골 구석의 소박한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지금껏 결코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거나,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그 무엇에 대하여 생각을 하고 있는 베르나르를 아니 나 자신을 만나면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서두르지는 말아야겠다. 천천히 읽어야겠다. 단 끝까지 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