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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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트맨 2(Batman Returns, 1992)'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캣우먼. 지금까지 여러 캣우먼이 있었지만, 한 캣우먼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여러 선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안에는 깊은 슬픔을 담은 캣우먼.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이다. 이 캣우먼은 길고양이들의 숨결을 받아 태어났다. 타인에 의해 높은 곳에서 낙하하여, 한 번 눈을 감은 셀리나 카일. 그녀에게 길고양이들이 달려온다. 그 길고양이들의 애정으로 그녀는 다시 눈을 뜬다. 그렇게 캣우먼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이 캣우먼은 길고양이들의 투영(投影)이다.


 길고양이들의 또 다른 투영이 있다. 책이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라는 책. 이 책은 크게 두 묶음으로 나뉜다. 앞 묶음은 '길고양이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뒷 묶음은 '길고양이, 이것이 궁금하다!'이다. 앞은 이용한 작가, 뒤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서 지었다고 한다. 두 묶음 모두 알차다. 마치 백과사전의 길고양이라는 항목에 담긴 묶음 같다. 길고양이의 모든 것을 담았다. 나는 고양이의 옛 이야기 가운데, 이집트에서 고양이를 신으로 섬겼다는 이야기와 우리나라 숙종이 고양이를 아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특히, 숙종이 아꼈다는 금손이라는 고양이. 숙종이 승하하자, 식음을 전폐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고양이. 정말 의로운 고양이였다. 그리고 나에게 '고양이 용어 사전'이라는 글은 정말 유익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낸 적이 없는 나는 그 용어만으로도 고양이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또, 마지막에 실린, '고양이에 관한 명언들'도 고양이의 여러 색채를 잘 그려 주고 있었다.

 

 헬로 키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과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서로 닮았다. 둘은 자유로우면서도 비통을 품고 있다. 서로의 그림자인 두 존재. 우리와 공존해야 할 존재다. 그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그 앎을 채워 주는 글들의 향연. 좋았다. 이제 서로 이해하며, 서로 오랫동안 애정을 담아 바라보았으면 한다. 비록, 길에서 살아야 하는 길고양이들이지만. '배트맨 2'에서 캣우먼이 '"브루스, 동화처럼 당신의 성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나에게 그런 해피엔딩은 어울리지 않아!"'라고 말하지만. '헬로 키티'처럼 우리와 오랫동안 살아가기를 나는 바란다. 길고양이들도 곳곳에서 귀여움을 보여 주며,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다. 작년 10월 쯤. 일본의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로 '망한 고양이 사진 대회'가 열렸었다고 한다. 그 사진을 찾아서 보니, 장난스러운 귀여움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길고양이들과도 그런 웃음이 이어지는 일이 많았으면 한다. 그러면, 일본의 '마네키네코'처럼 길고양이도 '복고양이', '행운의 고양이'가 되어줄 것 같다. 이제,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나도 '야옹'이라고 할 것 같다. 캣우먼이 'Meow'라고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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