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행복은 간장밥 -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 샘터 필사책 1
법정 지음, 샘터 편집부 엮음, 모노 그림 / 샘터사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법정 '무소유' 중에서.


 법정 스님의 글을 학창 시절에 처음 읽었어요. 수필 '무소유'였지요. 소유가 얽매임이라는 깨달음.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었어요. 그리고 법정 스님의 글들을 계속 만났고요. 종교를 떠나서, 스님의 말씀들은 풍경(風磬) 소리 같았어요. 바람의 목소리인 풍경 소리. 물쿤1 날, 간들바람2이 불어 깊이 울리는 풍경 소리. 바람의 목소리였어요. 법정 스님이 들려주시는 바람의 목소리. 그 목소리로 귓맛3이 좋은 바람의 이야기가 그려졌어요.

 

(사진 출처: 샘터 네이버 포스트)

 

 

 여기, 법정 스님이 남기신 말씀들과 아껴 읽으신 경전, 불교 명언 등을 엮어서 필사(筆寫)하도록 한 책이 있어요. 이 책은 '01 그날 스님이 주신 씨앗과 모종만이 남아', '02 인간 법정 :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03 스님의 글쓰기', '04 스님이 아낀 말과 침묵'으로 엮어져 있어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필사를 이렇게 해보라고 해요. '01 마음을 비우고', '02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03 바다를 바라보듯', '04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해보라고 해요.  


 오두막에서 온 편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기적 같기만 하고

 둘레의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앓고 나면 철이 든다더니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어요….


 -2009년 무자년 입하절 강원도 수류산방에서 법정 스님이 이해인 수녀님에게 보낸 서신 중에서 -68쪽.


 

 저는 얼마 전에 아팠어요. 여름 고뿔이었지요. 그래서 이 글이 더욱 마음에 닿았어요. 그래서 필사를 했지요. 그랬더니, 행복해지더라고요. 저도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니, 행복해진 거였어요. 이제는 간장밥의 행복한 맛도 알게 됐고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 책의 작은 이름은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예요. 그립고 그리운 스님의 목소리는 저에게 풍경 소리가 되었어요. 즉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의 목소리가 되어 제게 다가왔어요.

 얼마 전, 어느 분의 풍경(風磬) 그림을 봤어요. 바람의 목소리로 다가오는 스님의 목소리. 그것을 필사하는 것은요. 풍경(風磬)을 그리는 것과 같을 거예요. 그리우니, 그리게 되니까요. 그렇게 바람(風)의 목소리는 바람(望)의 목소리가 되고요. 스님의 바람(望)이 저에게 바람(風)이 되어 지금도 다가오네요. 그 바람(風)은 저에게 또 바람(望)이 되고요.

 스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필사할 수 있는 소중한 이 책.  저의 그리움과 스님의 그리움이 만나 이 책으로 이어졌나 봐요. 스님을 그리워하는 다른 분들께도 스님의 그리움이 이 책으로 이어졌으면 하네요. 이 책은 그렇게 많은 그리움을 부르며 자랄 책이에요.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URL http://post.naver.com/isamtoh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1. 물쿠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워지다.
  2. 간들바람: 부드럽고 가볍게 살랑살랑 부는 바람.
  3. 귓맛: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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