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마중 -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가족에세이 그림책
박완서 글, 김재홍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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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소중하니, 세상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뜨개질을 잘하는 한 엄마가 있었다. 그녀는 시간 날 때마다 뜨개질하고, 그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한 아이의 엄마다. 그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내 아이가 태어나고, 내 아이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른 세상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내 아이가 잠깐 배고픈 것도 안타까운데, 저 지구 건너편에 사는 수많은 아이가 배를 곯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고. 이 엄마처럼 자신의 아이를 통해 세상을 만나는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엄마 마중이라는 얇은 동화책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 하나, 둘씩 좋은 것을 준비해나가는 엄마. 주위의 망가지고 위험한 것들을 하나, 둘씩 고치는 아빠. 지혜로운 이야기를 하나, 둘씩 모으고 있는 할머니. 이 모든 것이 태어날 아기를 위해 준비해 나가는 과정과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를 통해 집 밖의 세상에 대한 넉넉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아빠를 통해 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할머니를 통해서는 사람을 만날 때는 겉만 핥지 말고, 진실 되게 만나라고 이야기한다. 동화책치고는 좀 많은 이야기라 자칫 난잡하고 격 떨어지는 동화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박완서 작가는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이 세 이야기를 한 권의 동화책으로 조화롭고 아름답게 잘 풀어내었다.


 지난 416,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그로부터 이주가 흘렀지만, 희생자 구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은 누군가에게 사고 책임만 묻고 있을 뿐, 어떤 식으로 희생자를 구조하겠다는 말은 없다. 언론도 사회도 선장과 선박회사에 대한 책임만을 떠들어 대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하고, 허둥지둥 시간은 흘러만 간다. 나 또한 그렇다.


 『엄마 마중의 아빠 이야기가 생각난다. 과연 이 아빠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믿을 수 있을까? 이 땅 위에서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을까? 아빠가 느낀 것처럼 이 세상은 믿을 수 없는 것 천지인지도 모른다. 선장도 믿을 수 없고, 구조대원도 믿을 수 없으며, 대통령도 믿을 수 없는 세상. 그렇다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매번 따라다니며 감쌀 수 없는 바쁜 현실. 하지만 이야기 속 아빠는 그런 세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아기의 주위를 둘러보며 망가지거나 위험한 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간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자라 길을 잃게 될 때를 대비해서 다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게, 다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만날 수 있게, 그래서 마지막엔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게, 그렇게 하나, 둘씩 고쳐나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것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책임부터 묻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것, 그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한울림| 2011.04.25|48쪽

그림 (김재홍) ★★

글 (박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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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 치유 에세이
전미정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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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옹> ▼

 

하늘이 아직 강 늙은이에게 너그럽지 않아

일부러 강호에 순풍을 적게 보내네

인간 세상 험하다고 그대는 비웃지 말라

제 몸이 오히려 급한 물살 가운데 있는 것을

 

접기 ▲


 내 책상 유리에 끼워져 있는 김극기의 <어옹>이다. 고등학교 3학년 어느 날, 문제지에서 이 시를 보았고, 내 마음에 박혔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처음이다. 시를 학교에서 지시한 대로 분석하지 않고, 마음이 받아들이는 대로 느꼈던 첫 번째 시.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 즉시 연습장에 이 시를 쓰고 책상에 넣어 읽고 또 읽었다.


 그렇기에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서른아홉 만큼의 상처가 있는 작가이기에 그만큼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시들을, 또 그만큼 가득할 작가의 책상을.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의 시들은 그것만으로도 작가의 상처이자 꽃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상처에서 나의 상처 또한 보았다.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외로움을 잘 타는 아이였다. 그 속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 주위를 기웃거리곤 했다. 누군가가 다가오면 어쩔 줄 몰라 다시 그 안으로 말없이 들어가 버렸다. 그게 나였다. 어떻게 하든 친구들 사이에 끼어 보려 했고, 그 사이에서 거리감을 느낄 때마다 속상해했다. 나의 성격이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하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내가 다른 이로 되는 상상도 많이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남몰래 남을 질투하고, 나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 것이. 메아리조차 없는 기대에 지쳐 사고방식을 바꾼 것이. ‘어차피 학교에서 잘 못 지내는 것,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텐데 뭐. 학교와 같거나 더 낮겠지.’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혼자서 학원을 알아보고, 상담받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먼저 전화해 보고, 내 의견을 고집해 보고. 그렇게 한 발 내딛고서야 내가 서 있는 곳을 알았다. 나는 다시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디뎠고, 옛날에 어려웠던 일들이 이제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는 남을 마냥 부러워만 하지도 않는다. 나에게 수많은 고민이 있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수많은 고민이 있고, 또 내게는 쉬운 일이 그들에게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너에게; 브라우관을 통한 공감을 경험했을 뿐, 아직 주위 사람과 공감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을 생각했다. 빼내고 싶은 나의 못을 생각했다.

나에게; 말하지 못하는 나를 생각했다. 과거의 수치심을 생각했다. 지난날의 질투를 생각했다. 나의 어둠과 빛을 생각했다.

우리는; 나의 상처를 생각했고 나의 외로움을 기억해 냈다. 그림자 있는 것들이 벌벌 떨고 있는 그림자 없는 것 또한 생각해 보았다.

 


 시를 읽었다. 23의 상처를 생각했다. 23의 지금을 생각했다. 나의 40을 생각했다. 나의 죽음도 생각했다. 후회스러운 행동, 수치스런 일도 생각했다. 나의 못난 점, 나의 좋은 점을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사랑을 생각했다. 그리고 23년 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직 상처받을 것이 많을 젊은 나의 시간을 사랑하고, 앞으로 꽃으로 피워낼 나의 임무가 자랑스럽고, 그리고 그것을 누릴 나의 중년을 조심스레 기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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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그림책
아민 그레더 지음,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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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섬이 있습니다. 아주 높은 장벽으로 둘러 쌓여있어 섬으로 보이지 않는 섬이지요. 이 섬 안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섬 밖의 사람들은 그 섬 안의 세상을 알 수 없습니다. 아픈 사람들은 없는지, 누군가가 굶주리고 있지는 않은지, 행복한지 아닌지. 다만 간혹가다 성에서 쏘아 올린 화살에 새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리고 장벽이 아직 견고한 것을 보고 누군가가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 섬 안에 사람들을 가둬 놓았을까요?


 어느 날, 낯선 사람 한 명이 바다에 떠밀려 이 섬으로 왔습니다. 그 이방인은 옷도 신발도 없었고 심지어 머리카락도 없습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사람들은 두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바다로 보내면 그 사람은 죽을 게 뻔했습니다. 섬사람들은 자비를 베풀어 그를 염소 우리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었지요. 하지만 그는 가끔 우리를 나왔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흥분한 몸짓으로 그를 다시 염소 우리로 몰아넣었습니다. 사람들은 낮이나 밤이나 그를 생각했습니다. 아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의 몸집은 더 커졌고, 무기를 들고 있었을 것이며, 이빨은 크고 날카로워졌을 것입니다. 머리에 뿔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 이방인은 여전히 벌거벗고 왜소한 사람이지요. 사람들은 그가 아이들을 잡아먹을까, 마을 사람들을 죽일까, 이 섬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까 두려워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그를 바다로 내쫓았고, 다시는 그 이방인이 섬에 올 수 없도록 크고 견고한 장벽을 세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장벽은 섬사람들 스스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낯선 이는 무서운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섬사람들보다 체격도 작고 위협할 만한 도구조차 없었지요. 그저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끌려다녔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섬사람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그들 스스로 지어 입힌 편견이라는 이름의 옷이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섬사람들의 행동에 비웃음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엔 그들을 비웃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편견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이슬람인들이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범이라 생각하고, 동남아시아인들은 더럽고 못사는 사람들이라 무시하지요. 비단 외국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주위의 수많은 사람에게도 편견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히지요. 여성이라는 옷, 남성이라는 옷, 뚱뚱하다는 옷, 종교라는 옷, 좌파라는 옷, 미혼모라는 옷, 어느 대학교 학생이라는 옷, 중졸이라는 옷, 노동자라는 옷, 노인이라는 옷, 아이라는 옷.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입은 옷을 보고 그들을 이해했다 생각하며, 더 이해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표지 속 장벽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이방인을 몰아내고 더는 두려워할 것이 없는 이 섬사람들은 과연 평화를 되찾았을까요? 행복해졌는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들은 평생 장벽이 보여주는 조그마한 평수의 하늘만을 볼 수 있다는 것이요. 편견이 높아져 갈 때마다, 볼 수 있는 세상은 점점 더 작아지겠죠. 그들이 이방인을 내쫓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이 세상에서 내쫓긴 것으로 보이는 이유일 것입니다.

 



독일창착|보림|2009.08.14|40쪽

그림 (아민 그레더) ★

글 (아민 그레더)

이 책을 통해 처음, 보림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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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가면 우리 아이 인성교육 시리즈 5
스테판 세르방 글, 일리아 그린 그림, 이경혜 옮김 / 불광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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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에는 뭔가 신비스러운 면이 있다. 스파이더맨, 배트맨처럼 쓰는 사람의 정체를 숨기기 때문일까, 오페라의 유령처럼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마스크처럼 자기 내면에 숨겨진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기 때문일까? 우리는 가면을 쓴 주인공들처럼 가끔 내 안의 나를 마음껏 발산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 동화 속 주인공 소년도 마찬가지다. 하굣길에 우연히 발견한 하얀색 가면. 소년은 동물로 변할 수 있는 이 마법의 가면으로 원숭이로 변해 여자아이들의 환심을 사고, 곰으로 변해 남자아이들의 인기를 얻으려 한다. 하지만 뜻대로 잘 안 되자 아이는 주위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소년은 화가 난 늑대가 되어있었다. 집에 도착해 문을 두드려 보지만 엄마와 아빠는 소년을 알아보지 못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거절당한 소년은 슬픈 떠돌이 개로 변해 이리저리 떠돌다가 소년을 찾으러 온 누나를 만나 위로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비로소 소년의 얼굴에서 가면이 사라진다.


 우리는 많은 순간 우리 자신을 숨겨야 한다. 별로 달갑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하더라도 주는 사람이 실망하지 않도록 기쁘게 받아야 하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힘들기만 하고 불편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동물처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자유로워질까? 책 속의 소년처럼 가면을 쓰고 원숭이처럼 펄쩍펄쩍 뛰어볼까, 아니면 곰처럼 재주를 부려볼까? 그러다가 기분이 나빠지면, 그땐 늑대가 되어야 하는 걸까? 마음은 수시로 변한다. 기분이 좋다가도 내 얼굴에 빗방울이 한 방울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늑대로 변해 사람들을 위협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처음엔 통쾌하겠지. 하지만 내쫓아 버린 사람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결국, 외로운 늑대, 슬픈 떠돌이 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터넷상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자유로운 영혼처럼 숨김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 그러다가 누군가가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거나 자기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면 거침없이 쏘아 붙여댄다.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또 그중 누군가는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깊은 상처를 얻는다.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모두 우리 자신일까? 아니면 가면을 벗지 못하고, 아니 그 가면을 인식조차 못 한 채 떠도는 한 마리의 짐승일까? 처음엔 나였지만 감정이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감정에 휘둘리는 나 자신은 이미 내가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프랑스창작|불광출판사 | 2012.06.21 | 38쪽

그림 (일리아 그린) ★★★★

글 (스테판 세르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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