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미래그림책 31
후지카와 히데유키 그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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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란 항상 그런것 같다.

어렸을땐 이런 동화책을 보면 나는 이렇게 하지 않아야지. 나는 잘못을 저질렀으면 뉘우쳐야지. 바르게 살아야지.

하지만 요새는 그런 내 어릴 적 생각과 결심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만약 내가 칸다타라면 거미줄을 잡고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장담할 수 있을까?

매번 잘못을 되풀이 하고, 사소하다고 해서 그것들을 눈감아 버리고 있는데...


 칸다타는 그 힘들고 괴로운 지옥속에서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해 부처님이 내려주신 한 가닥의 거미줄의 자비를 잡지 못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또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넌지시 건네고 있다.

너라면, 이 거미줄을 잡고 지옥을 벗어날 수 있겠냐고.


내가 어찌 감히 칸다타를 비웃을 수 있을까.

나의 쳇바퀴 조자 끊어내지 못하는데... 거미줄을 잡을 각오조차 되어 있지 않은데...




미래아이 | 2009.05.22 | 36쪽

그림 (후지카와 히데유키) ★★★★ , 그림 참 오싹한것이 마음에 든다.

스토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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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놀자 비룡소의 그림동화 204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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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에 온 아이와 그런 아이 뒤로 같이 장난을 치는 갈매기 떼. 언뜻 보면 일반적인 바닷가 풍경이다. 하지만 오른쪽의 파란 바다가 왼쪽의 아이에게 다가서는 순간 독자는 이 바다의 독특함을 눈치채기 시작한다. 책이 접히는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양, 책의 접히는 부분이 실재하는 양, 바다는 더 넘어오지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독자들은 아이가 오른쪽의 바다에 다가서는 순간 또다시 당황한다. 아이의 손이 책이 접히는 부분을 경계로 사라진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 다행히 오른손 왼손 다 있다. 하지만 이번엔 미처 건너오지 못한 아이의 몸이 왼쪽 페이지에서 잘려 사라져있다.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는 그런 책이다. 종이 책의 물리적인 한계를 한계로 보지 않은 책, 한계로 보긴커녕 또 다른 차원으로 사용한 책이다.


 글자가 없는 책은 몇몇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지? 어떻게 읽어줘야 좋을까? 하지만 파도야 놀자책에 글자가 꼭 필요할까?’라는 의심을 하게 한다. 여자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 무엇을 느끼고 그다음은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자아이의 몸동작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작가의 그림 실력을 바탕으로 세워진 파도야 놀자의 이야기들은 독자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글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관점, 작가가 보여주는 것만을 볼 수 있는 다른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그림만으로도 모든 이야기가 충분히 설명되어 진다. 여자아이의 관점에서 읽을 수도, 파도의 관점에서 읽을 수도, 심지어 갈매기의 관점에서도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맛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독자의 능력대로, 독자가 상상한 만큼 볼 수 있는 책. 그래서 모든 나이의 사람들이 자신에 입맛에 맞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비룡소 |2009.05.22|36쪽

그림 (이수지) ★★★★

스토리 (이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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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마중 -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가족에세이 그림책
박완서 글, 김재홍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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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소중하니, 세상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뜨개질을 잘하는 한 엄마가 있었다. 그녀는 시간 날 때마다 뜨개질하고, 그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한 아이의 엄마다. 그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내 아이가 태어나고, 내 아이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른 세상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내 아이가 잠깐 배고픈 것도 안타까운데, 저 지구 건너편에 사는 수많은 아이가 배를 곯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고. 이 엄마처럼 자신의 아이를 통해 세상을 만나는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엄마 마중이라는 얇은 동화책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 하나, 둘씩 좋은 것을 준비해나가는 엄마. 주위의 망가지고 위험한 것들을 하나, 둘씩 고치는 아빠. 지혜로운 이야기를 하나, 둘씩 모으고 있는 할머니. 이 모든 것이 태어날 아기를 위해 준비해 나가는 과정과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를 통해 집 밖의 세상에 대한 넉넉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아빠를 통해 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할머니를 통해서는 사람을 만날 때는 겉만 핥지 말고, 진실 되게 만나라고 이야기한다. 동화책치고는 좀 많은 이야기라 자칫 난잡하고 격 떨어지는 동화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박완서 작가는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이 세 이야기를 한 권의 동화책으로 조화롭고 아름답게 잘 풀어내었다.


 지난 416,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그로부터 이주가 흘렀지만, 희생자 구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은 누군가에게 사고 책임만 묻고 있을 뿐, 어떤 식으로 희생자를 구조하겠다는 말은 없다. 언론도 사회도 선장과 선박회사에 대한 책임만을 떠들어 대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하고, 허둥지둥 시간은 흘러만 간다. 나 또한 그렇다.


 『엄마 마중의 아빠 이야기가 생각난다. 과연 이 아빠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믿을 수 있을까? 이 땅 위에서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을까? 아빠가 느낀 것처럼 이 세상은 믿을 수 없는 것 천지인지도 모른다. 선장도 믿을 수 없고, 구조대원도 믿을 수 없으며, 대통령도 믿을 수 없는 세상. 그렇다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매번 따라다니며 감쌀 수 없는 바쁜 현실. 하지만 이야기 속 아빠는 그런 세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아기의 주위를 둘러보며 망가지거나 위험한 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간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자라 길을 잃게 될 때를 대비해서 다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게, 다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만날 수 있게, 그래서 마지막엔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게, 그렇게 하나, 둘씩 고쳐나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것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책임부터 묻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것, 그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한울림| 2011.04.25|48쪽

그림 (김재홍) ★★

글 (박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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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그림책
아민 그레더 지음,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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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섬이 있습니다. 아주 높은 장벽으로 둘러 쌓여있어 섬으로 보이지 않는 섬이지요. 이 섬 안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섬 밖의 사람들은 그 섬 안의 세상을 알 수 없습니다. 아픈 사람들은 없는지, 누군가가 굶주리고 있지는 않은지, 행복한지 아닌지. 다만 간혹가다 성에서 쏘아 올린 화살에 새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리고 장벽이 아직 견고한 것을 보고 누군가가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 섬 안에 사람들을 가둬 놓았을까요?


 어느 날, 낯선 사람 한 명이 바다에 떠밀려 이 섬으로 왔습니다. 그 이방인은 옷도 신발도 없었고 심지어 머리카락도 없습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사람들은 두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바다로 보내면 그 사람은 죽을 게 뻔했습니다. 섬사람들은 자비를 베풀어 그를 염소 우리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었지요. 하지만 그는 가끔 우리를 나왔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흥분한 몸짓으로 그를 다시 염소 우리로 몰아넣었습니다. 사람들은 낮이나 밤이나 그를 생각했습니다. 아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의 몸집은 더 커졌고, 무기를 들고 있었을 것이며, 이빨은 크고 날카로워졌을 것입니다. 머리에 뿔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 이방인은 여전히 벌거벗고 왜소한 사람이지요. 사람들은 그가 아이들을 잡아먹을까, 마을 사람들을 죽일까, 이 섬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까 두려워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그를 바다로 내쫓았고, 다시는 그 이방인이 섬에 올 수 없도록 크고 견고한 장벽을 세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장벽은 섬사람들 스스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낯선 이는 무서운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섬사람들보다 체격도 작고 위협할 만한 도구조차 없었지요. 그저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끌려다녔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섬사람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그들 스스로 지어 입힌 편견이라는 이름의 옷이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섬사람들의 행동에 비웃음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엔 그들을 비웃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편견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이슬람인들이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범이라 생각하고, 동남아시아인들은 더럽고 못사는 사람들이라 무시하지요. 비단 외국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주위의 수많은 사람에게도 편견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히지요. 여성이라는 옷, 남성이라는 옷, 뚱뚱하다는 옷, 종교라는 옷, 좌파라는 옷, 미혼모라는 옷, 어느 대학교 학생이라는 옷, 중졸이라는 옷, 노동자라는 옷, 노인이라는 옷, 아이라는 옷.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입은 옷을 보고 그들을 이해했다 생각하며, 더 이해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표지 속 장벽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이방인을 몰아내고 더는 두려워할 것이 없는 이 섬사람들은 과연 평화를 되찾았을까요? 행복해졌는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들은 평생 장벽이 보여주는 조그마한 평수의 하늘만을 볼 수 있다는 것이요. 편견이 높아져 갈 때마다, 볼 수 있는 세상은 점점 더 작아지겠죠. 그들이 이방인을 내쫓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이 세상에서 내쫓긴 것으로 보이는 이유일 것입니다.

 



독일창착|보림|2009.08.14|40쪽

그림 (아민 그레더) ★

글 (아민 그레더)

이 책을 통해 처음, 보림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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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가면 우리 아이 인성교육 시리즈 5
스테판 세르방 글, 일리아 그린 그림, 이경혜 옮김 / 불광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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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에는 뭔가 신비스러운 면이 있다. 스파이더맨, 배트맨처럼 쓰는 사람의 정체를 숨기기 때문일까, 오페라의 유령처럼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마스크처럼 자기 내면에 숨겨진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기 때문일까? 우리는 가면을 쓴 주인공들처럼 가끔 내 안의 나를 마음껏 발산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 동화 속 주인공 소년도 마찬가지다. 하굣길에 우연히 발견한 하얀색 가면. 소년은 동물로 변할 수 있는 이 마법의 가면으로 원숭이로 변해 여자아이들의 환심을 사고, 곰으로 변해 남자아이들의 인기를 얻으려 한다. 하지만 뜻대로 잘 안 되자 아이는 주위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소년은 화가 난 늑대가 되어있었다. 집에 도착해 문을 두드려 보지만 엄마와 아빠는 소년을 알아보지 못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거절당한 소년은 슬픈 떠돌이 개로 변해 이리저리 떠돌다가 소년을 찾으러 온 누나를 만나 위로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비로소 소년의 얼굴에서 가면이 사라진다.


 우리는 많은 순간 우리 자신을 숨겨야 한다. 별로 달갑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하더라도 주는 사람이 실망하지 않도록 기쁘게 받아야 하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힘들기만 하고 불편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동물처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자유로워질까? 책 속의 소년처럼 가면을 쓰고 원숭이처럼 펄쩍펄쩍 뛰어볼까, 아니면 곰처럼 재주를 부려볼까? 그러다가 기분이 나빠지면, 그땐 늑대가 되어야 하는 걸까? 마음은 수시로 변한다. 기분이 좋다가도 내 얼굴에 빗방울이 한 방울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늑대로 변해 사람들을 위협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처음엔 통쾌하겠지. 하지만 내쫓아 버린 사람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결국, 외로운 늑대, 슬픈 떠돌이 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터넷상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자유로운 영혼처럼 숨김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 그러다가 누군가가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거나 자기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면 거침없이 쏘아 붙여댄다.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또 그중 누군가는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깊은 상처를 얻는다.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모두 우리 자신일까? 아니면 가면을 벗지 못하고, 아니 그 가면을 인식조차 못 한 채 떠도는 한 마리의 짐승일까? 처음엔 나였지만 감정이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감정에 휘둘리는 나 자신은 이미 내가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프랑스창작|불광출판사 | 2012.06.21 | 38쪽

그림 (일리아 그린) ★★★★

글 (스테판 세르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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