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소녀 카트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2014.05.24 토요일,

서울 종로에 있는 헌 책방, 가가린








그리고 이곳에서 발견한 <까트린 이야기>



그런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발레소녀 카트린>으로 나오더라...

책을 읽어봤을 때, 카트린의 발레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자세히 나오지 않아 새로운 제목이 어색하다.



책은 전체적으로 큰 사건 없이 카트린의 어린 시절을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듯 그렇게 덤덤히 표현되어있다.

그 중 몇 장면이 생각난다.


1.

"춤을 출 때는 안경을 쓰지 말아야 할 게다."
처음엔 안경을 쓰지 않은 내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 애들에게는 불편할 게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게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었다. 안경을 쓰느냐 벗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게다가 춤의 세계는 현실의 삶과 달랐다. 그것은 그냥 걷는 대신에 펄쩍 뛰어오르기도 하고 앙트르샤를 하기도 하는 세계, 말하자면, 내가 안경을 쓰지 않았을 때 보이는 어렴품하고 부드러운 세상과 같은 꿈의 세계였다. 그 첫 강습을 끝내고 나오면서,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안경을 쓰지 않고 춤을 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아빠는 내 말에 자신감이 넘쳐서 자못 놀란 모양이었다.
"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나는 춤을 훨씬 더 잘 추게 될 거에요."
"네 말이 맞다. 그래, 그럴 거야. 아빠도 젊었을 때 그랬단다... 내가 안경을 벗고 있을 때면, 다른 사람들은 너의 눈길에서 어떤 보얗고 다사로운 기운을 느끼게 될 게다... 사람들은 그걸 매력이라고 부르지..."


라섹을 한 지 한달이 거의 다 되어간다. 

안경을 벗으면 뽀얗던 그 세상이 이 문장을 읽고 다시금 떠오른다.

'아 그 뽀얗던 세상을 좀 더 기억하고 있었으면...'

아쉬움이 밀려든다.

이것일까? 

라섹수술을 하고 안경을 쓰지 않고도 세상을 뚜렷이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리 좋지만 않다.

만족감 보다는 아쉬움, 시원함 보다는 그리움이 느껴진다.

그 뽀얗던 세상도 그 나름의 맛이 있었는데, 라섹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수술 전에 세상을 바라보던, 여태까지 바라보던 그 시각을 잃어버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까트린, 안경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까스트라드를 못 보았다고 핑계를 댈 수 있거든..."


초등학생 이었나, 중학생이었나... 눈이 아주 나빠지기 전에 길에서 별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냥 지나치기위해 안경을 벗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ㅋㅋㅋ)



2.

아빠는 그들의 대화에 끼어 보려고 애썼다. 아빠의 밤색 정장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밝고 시원스런 복장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까트린과 까트린의 아빠는 오딜(까트린 친구)의 칵테일 파티에 초대를 받고 오딜의 집으로 간다. 하지만 그건 오딜이 부모님 몰래 보낸 초대장이었다. 부유한 사람들과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까트린의 아빠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대화에 끼어보려 하지만 번번히 무시당하기 일쑤다. 

까트린과 이야기하는 모습이나 일을 하는 모습은 소신있고 나름 당당함이 있는 아빠였지만 무엇이 그를 그토록 비굴하게 만든 것일까? 


꼭 칵테일 파티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마뜩찮은 옷을 입었거나, 머리스타일이 별로거나, 급하게 신은 신발이 입은 옷하고 어울리지 않을때면 그러지 않으려 해도 하루 종일 부끄럽다.

왜 나는 한결같이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없을까?

내가 입은 옷, 화장, 타고 있는 차에 신경을 쓰느라 

'나'를 온전히 '나'로 보지 못하고 '나'로 있을 수 없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당당함을 얻기위해 좀 더 노력해야지.)




열린책들 |2003.02.25|107쪽

그림 (장 자크 상뻬★★★★

스토리 (파트릭 모디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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