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야 놀자 비룡소의 그림동화 204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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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에 온 아이와 그런 아이 뒤로 같이 장난을 치는 갈매기 떼. 언뜻 보면 일반적인 바닷가 풍경이다. 하지만 오른쪽의 파란 바다가 왼쪽의 아이에게 다가서는 순간 독자는 이 바다의 독특함을 눈치채기 시작한다. 책이 접히는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양, 책의 접히는 부분이 실재하는 양, 바다는 더 넘어오지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독자들은 아이가 오른쪽의 바다에 다가서는 순간 또다시 당황한다. 아이의 손이 책이 접히는 부분을 경계로 사라진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 다행히 오른손 왼손 다 있다. 하지만 이번엔 미처 건너오지 못한 아이의 몸이 왼쪽 페이지에서 잘려 사라져있다.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는 그런 책이다. 종이 책의 물리적인 한계를 한계로 보지 않은 책, 한계로 보긴커녕 또 다른 차원으로 사용한 책이다.


 글자가 없는 책은 몇몇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지? 어떻게 읽어줘야 좋을까? 하지만 파도야 놀자책에 글자가 꼭 필요할까?’라는 의심을 하게 한다. 여자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 무엇을 느끼고 그다음은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자아이의 몸동작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작가의 그림 실력을 바탕으로 세워진 파도야 놀자의 이야기들은 독자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글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관점, 작가가 보여주는 것만을 볼 수 있는 다른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그림만으로도 모든 이야기가 충분히 설명되어 진다. 여자아이의 관점에서 읽을 수도, 파도의 관점에서 읽을 수도, 심지어 갈매기의 관점에서도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맛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독자의 능력대로, 독자가 상상한 만큼 볼 수 있는 책. 그래서 모든 나이의 사람들이 자신에 입맛에 맞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비룡소 |2009.05.22|36쪽

그림 (이수지) ★★★★

스토리 (이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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