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왔어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들이 다녀왔다는 인사와 함께 들어보이는 손에 웬 검은 봉다리가 들려 있다.
"그게 뭐니?"
"도넛이요. 집 앞에서 팔아요."
식탁 위에 펼쳐놓더니 나보고도 먹으라면서 벌써 한개 집어 먹고 있다.
볼 빨개져서 옷도 벗기 전에 도넛을 먹고 있는 아들을 보느라고 나는 먹는 것도 잊는다.
순간 마음이 따뜻, 물컹 해진다.
뭐든 닥쳐서 준비하는 성격때문에 요즘 며칠째 계속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는 녀석이다.
키는 물론 나랑 비교가 안되고 몸무게도 이제 거의 나의 두배에 육박하는 덩치지만,
엄마란 사람은, 자식이 잘 못먹는걸 봐도, 잘 먹는 걸 봐도 때론 뭉클할때 있는 존재. 저 녀석이 허기졌었나 싶어서.
아마 그 마음을 그때 그때 다 표현하면 애가 부담가서 못견딜거다.
그냥 혼자 따뜻, 물컹 하고 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