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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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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Language of Food(2014;미국)

 

 

[음식의 언어] 군침이 도는 음식 교양의 향연

 

 

 

음식의 언어는 문명화와 광대한 지구화 사이의 상호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상호연관성은 흔히 생각하듯 최근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백 년 전 또는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이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즉 뭔가 먹기 좋은 것을 찾겠다는 욕구에 따라 한데 모인 것이다. 책의 이런 측면을 먹기어원학EATymology’이라 일컬어도 좋다. 그러나 음식의 언어는 과거를 향한 언어학적 단서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은 현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해독할 수 있는 암호이기도 하다. - p.16

 

우리가 음식을 두고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이간의 열망도 반영되어 있다. (...) 또 그것은 우리의 인식도 반영한다. (...) 우리 자신의 부족이나 민족의 언어적 습관과 요리 습관은 모든 부족과 민족에게 해당되는 습관이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언어와 문화는 깊은 공통성을, 우리를 인간이 되게끔 해주는 사회적인지적 특징을 공유한다. 이런 사실들, 즉 차이에 대한 존중, 공유되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 등이 자비의 조리법에 들어가는 재료다. 그것이 음식의 언어가 주는 마지막 교훈이다. - p.347

 

 

음식은 우리 삶과 뗄 수 없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든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든 일단 먹어야 한다. 식사 메뉴를 결정하고 음식 사진을 검색하는 것까지 음식에 대한 사유는 일상적이고 본능적이다. 그래서 음식과 인문학은 매우 잘 어울린다. 이미 꽤 많은 음식인문학책이 있다. 그럼에도 <음식의 언어> 번역본 출간에 호들갑을 떨었던 것은 언어학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보다 1년 먼저 서강대 이성범 교수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는 것을 안 것은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준비하면서부터였다. 보통 음식인문학은 문사철적으로 음식에 접근한다. 그래서 언어학적으로는 어떻게 음식을 풀까란 궁금증 반, 7만 명 이상 들었다는 스탠포드 대학의 명강의는 무슨 내용일까란 궁금증 반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패스트푸드는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출품이며, 가장 널리 퍼뜨려진 품목이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매일같이 패스트푸드 점포가 새로 문을 열고, 누가 봐도 뻔한 미국식 식단을 세계로 퍼뜨린다. 그런데 미국의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케첩이 영국의 피시앤드칩스나 일본의 덴푸라, 에스파냐의 에스카베체처럼원래 미국 음식이 아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름만 봐도 그것이 다른 곳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미국의 식문화 또는 요리 이름에 독일어가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햄버거,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델리카트슨, 프레츨 같은 단어만 봐도 뻔히 드러나는데, 그에 견주어 프렌치프라이라는 이름에서는 그것이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유래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리고 물론 케첩은 중국산이다. - p.101

      

식사하는 손님의 입장일 때 우리는 이런 리뷰를 이용해 어디로 외식하러 갈지, 아니면 어디서 새 책을 살지, 영화를 볼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언어학자일 때는 이런 리뷰를 뭔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활용한다. 인간본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 하는 것이다. 리뷰는 자기주장이 가장 강하고 솔직할 때의 인간을 보여준다. 그런 리뷰에 쓰인 은유, 감정, 감수성은 인간의 심리학에서 중요한 단서들이다. - p.183

 

사람들이 먹는 것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지를 반영한다. - p.220

 

 

읽는 내내 침이 고였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많이 해서 식욕이 동한 것이 아니었다. 레시피를 읽고 책이 다루는 음식 이름을 의식적으로 발음해볼 때 그런 감이 강하게 있었긴 하였지만. 내가 먹던 음식이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고 어떤 역사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알게 되었다. 언어학이란 것이 이런 학문이구나 하며 얼마나 이 학문에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고인 침의 대부분은 지적 전율 때문이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음식을 보는 눈을 틔우고 싶다면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식당 메뉴와 식품 광고, 맛집 리뷰 등의 언어적, 심리적 비밀부터 각종 음식들의 문화사적 기원 및 명칭의 변화 등 그야말로 음식 교양향연이다. 오히려 인문서 마니아보다 경제경영서나 사회과학서 마니아들이 더 혹할 수 있는, 활용도가 많은 책이다.

 

 

목차나 문체가 전혀 딱딱하지 않고 익살스럽고 유쾌하다는 점도 <음식의 언어>의 한 매력이다. 내용의 깊이에 비해 쉽게 읽힌다. 스탠포드대학이기 때문에 가능한 강의이고 책일 수 있었다. 일단 역사적으로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이민정착지로 문화의 용광로였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학교기에 지역 자체에 연구 표본 대상과 영감 거리가 넘치며, 언어학이나 인지과학으로 거의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학교기 때문이다. 다만 전공학술서가 아닌 일반교양서 수준으로 만든 책이기에, 후반부에 좀 더 언어학으로서의 힘을 주고 있긴 하지만 언어학적으로 아주 본격적으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이번 책은 대중에게 언어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음식인문학 영역을 좀 더 확장시키는 것 정도에만 의의를 둔 듯하다. <음식의 언어>로 저자 댄 주래프스키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생겼다. 완독하자마다 다음 책이 궁금해 안달이 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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