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 광기의 일기
백민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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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친구에게 -





당신이 사는 곳은 덥고 습한 나라입니까

당신은 그것을 견디기 위해 혼잣말을 합니다

중심을 잃고

중심을 잃었으니 당신에겐 타자가 없고

중심이라 생각하는 당신도 없습니다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도 당신은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며

당신 자신에게 말하면서 눈은 남을 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바깥에서 바깥을 찾고 있습니다



빛이 중심을 향해 모이는 곳, 중앙정원

빛은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빛은 시침과 초침이 사라진 시계처럼

세상의 모든 중심을 향해 전력질주합니다



글을 씁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빛을 사랑하기에

사랑에 빛을 더하고 이해를 더하고 욕심을 빼고

결심으로 이쁜 매듭을 묶으려 합니다.

영혼의 상자에 담아 문 앞에 두어야겠습니다.



중심은 보이지 않기에 당신처럼 흐릅니다

한쪽으로 치우쳐보이지만 금방 평평을 유지합니다

중심 속에는 중심이 너무 많아

중심은 파고 파고 또 파도 새로운 중심들이 솟아나옵니다



당신의 말 속에 감춰진 중심을 찾지 못하고

나는 당신의 비명과 당신의 메아리만 찾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친구여,

당신은 스퀄처럼 나를 덥치네요

비가 내게 온다는 말은 어쩐지 너무 폭력적인 것 같아서

오늘은 비가 땅의 심장을 두드린다고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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