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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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 글 사진, 아바나의 시민들, 작가정신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남아 있는 것이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

육지와 해변을 달궜던
기억 속에서 보온된 태양의 열기

헤밍웨이처럼
다이키리 10잔을 연속으로 마셔도
취하지 않는 당신은

빨간 벽돌이 벗겨진
건물 앞을 서성인다

그곳은 당신이 살았던 곳일 수도 있고
우리가 살고 싶었던 곳일 수도 있다

아바나,
짧은 세 글자 속에 커다란 파도를 품은
그곳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을 조금씩 흘리며
건너간다








- 당신은 아바나에서 지겹도록 〈관타나메라(Guantanamera〉를 듣는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갈라 쇼에서도 들었고, 암보스 문도스 호텔 앞에서도 들었고, 숙소 맞은편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밤 열 시 그 구슬픈 멜로디를 연주하며 공연을 마무리한다. 한국에서도 샌드파이퍼스의 버전으로 언젠가 들었던 노래. 노랫말은 호세 마르티의 작품이고 ‘쿠바의 아리랑’이라고도 한다. 212쪽


-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모의 농사짓는 아낙네여,
나는 종려나무 고장에서 자라난/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이랍니다.
내가 죽기 전에 내 영혼의 시를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내 시구절들은 연둣빛이지만/ 늘 정열에 활활 타고 있는 진홍색이랍니다.
나의 시는 상처를 입고 산에서 은신처를 찾는/ 새끼 사슴과 같습니다. 213쪽 재인용, 이규봉, 『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 횡단』, 푸른역사, 2014,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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