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찬호께이, 망내인(網內人),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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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13.67』이 홍콩의 과거라면 『망내인』은 홍콩의 현재다.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중국식 자본주의가 홍콩을 점령하면서 집값이 치솟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변방에서 ‘변방의 변방으로’ 쫓겨났다. 우연이겠지만 1997년 말 우리나라도 IMF사태로 직장인은 직업을 잃었고 대학생들은 취업이 힘들어졌다. 2000년대 접어들어 집값이 치솟고 빈부격차가 급격히 늘어났다.



소설 속에서 자매로 나오는 언니 ‘아이(阿怡)’와 동생 ‘샤오원’도 일련의 사회변화를 몸소 겪어내며 힘들어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샤오원이 자살을 밑으로 파고 또 파고 들어가다 보면 홍콩 자본주의가 낳은 인간의 고독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크게 줄거리는 언니가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간 범인을 해커 ‘아녜’를 통해 알아내는 과정과 그 사정을 알게 된 이후에 이어지는 두 건의 복수다. 인터넷 게시, SNS, 개인의 사생활 전반을 해킹하는 기술을 서사적으로 잘 풀어냈고, ‘인간’의 삶에서 악을 악으로 되갚는 복수의 과정이 과연 정당한가, 라는 철학적 문제까지 제시하는 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너무 고독해서 그 고독을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무거운 짐을 남을 헐뜯고 해악을 끼치는 행동으로 나누려 한 것은 아닐까,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물음들이 자꾸만 내 마음의 문에 노크하는 책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망내인』은 사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므로 미스터리와 트릭이 없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그 외에도 각 인물의 입장과 생각, 그들의 희로애락을 전달하고 싶었다. 추리에서 독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용도로 사용되는 인물도 차마 단순한 ‘도구적 인물’로 그릴 수 없었다. 그리고 독자들이 그들이 2015년 홍콩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한다는 것을 느끼길 바랐다. 701쪽




* 메모


- 아이는 간단히 사건을 설명했다. 샤오원이 지하철에서 추행을 당한 것과 피고가 법정에서 말을 바꿔 범행을 인정한 것,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땅콩게시판에 올라온 것, 누리꾼의 괴롭힘, 기자들의 보도 경쟁, 그리고 샤오원이 자살한 것까지. 79쪽


- 선입견은 탐정 일에서 금기예요. 가설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게 사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가설을 세운 뒤에는 그것이 틀렸음을 밝힐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사설이 맞는지 증명하는 게 아니라. 219-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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